▲ 조코비치 라인의 신발을 신은 베르디흐는 "다른 신발은 잘 안맞고, 그 신발만 잘 맞는다"고 말했다 [사진출처=윔블던 공식홈페이지]
“페더러에게는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테니스계에 큰 획을 긋고 있다”
토마스 베르디흐(체크, 15위)가 지난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클럽에서 열린 윔블던(그랜드슬램/총상금 3, 160만파운드/7월 3 ~ 16일/잔디코트) 4강전에서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5위)에게 <4>6-7, <4>6-7, 4-6으로 지고 인터뷰 룸에서 남긴 말이다.
아래는 4강 뒤 토마스 베르디흐 공식 인터뷰.
-로저 페더러(스위스, 5위)에게는 나이가 들어도 실력이 녹슬지 않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4위)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테니스화를 신고 뛰었는데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왜 그 테니스화를 선택했나?
=먼저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당신의 말처럼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페더러에게는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다. 그는 여전히 테니스계에 큰 획을 긋고 있다. 다른 질문에 답하자면 다른 신발들이 내게 잘 안맞기 때문에 조코비치 라인의 테니스화를 신는 것이다. 그 테니스화는 내 발에 잘 맞고 아프지도 않다.
-페더러 같은 선수를 상대할 때 당신의 심정은 어떻고, 머리속에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웃으며)얼마나 자세한 설명을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를 상대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그는 정말 늙지도 않고, 실력도 녹슬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선수다. 그와의 경기는 지극히 어렵다. 나는 본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저 운이 좋지않아 최상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선수와 맞붙게 된 것이다. 내 생각에 그는 지금 단연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이다.
-우위를 차지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어느 정도 접전이었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큰 차이로 패배하지는 않았다고 느끼나?
=실력차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점수이고 점수가 다 말해준다.
-다른 선수들도 특히 나이가 들수록 페더러처럼 큰 대회를 건너뛰면서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대회를 위해서 휴식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나?
=모르겠다.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할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나.
-그저 경기를 관람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당신은 2세트 중반부터 다른 전략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실제로 그랬나? 그렇지 않았다면 경기 중에 어떤 전술적인 조정이 있었나?
=음.. 그렇다. 나는 이길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어떤 전략이든 다 시도해보려고 했다. 네트플레이도 시도해봤다. 하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페더러 상대로는 내 리듬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거의 허점이 없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심지어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진 두 세트에서도 몇 개의 포인트를 브레이크 당한 것은 나였다. 그렇지만 간간히 몇 번의 기회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고는 했다.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나이가 티나지 않는 선수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선수들은 보통 그의 나이쯤 되면 다소 능력이 저하되는 조짐을 보이곤 하는가?
=물론이다. 다른 35세, 36세의 선수들을 보면 나이와 오랜 투어 생활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페더러는 예외다. 그는 여전히 다방면에서 우월하다. 남들보다 특별한 그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반년동안 휴식을 취한다고 그렇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내가 아무 대회도 뛰지 않고 반년을 쉰다면 다시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누구나 페더러처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투어의 매 시즌에 임하는 그의 방법론이 그에게 이상적임이 증명이 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나 그를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몸을 아끼지 않고 수비하는 토마스 베르디흐(체크, 15위) [사진출처=윔블던 공식홈페이지]
-오늘의 경기를 마이애미에서의 경기에 비교한다면?
=음.. 마이애미에서는 1세트와 2세트 초반까지 열세에 몰리다가 갑자기 그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게 되면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3세트 매치는 차원이 다르다. 한 세트만 얻어도 승리에 이미 반은 다다른 셈이다. 순간적으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 곳 윔블던에서는 한 세트를 확보한다고 해도 승리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확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때와 오늘의 경기는 전혀 달랐다.
-여러 차례 그랜드슬램 결승의 문턱까지 자주 오르곤 했다. 몇 번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승을 꿈꾸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한편으로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승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운동선수로서의 본분이다. 나는 그럼에도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과 같은 패배를 큰 좌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 하면 거듭되는 도전과 실패는 투어선수로서의 삶의 일부이다. 만약 어떤 선수가 투어를 뛰길 원하지 않아 자국에만 머문다고 가정해보자. 자국에 얼마나 많은 대회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경우, 그랜드슬램의 본선에서 활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랜드슬램에 참가해 계속 도전하는 것은 테니스 인생의 한 부분이다. 선수로서의 삶은 훈련을 하는 것이 다가 아니고, 회복을 위해 투어를 중단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좌절하지 않고 큰 대회에 참가해 계속 도전하는 것 또한 테니스 선수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부분들을 모두 병행해가며 노력해야한다.
-만약 테니스신이 당신에게 나타나 당신은 대단한 선수이고 로저 페더러의 약점 하나만 알려달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웃으며) 정말 좋은 질문이다. 우선 나는 그런 미신을 믿지 않아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그 신은 페더러가 되지 않을까 싶고, 그가 나타나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까 싶다. 허를 찌르는 질문이다.
-로저 페더러가 2010년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생각하나?
=나는 이런 질문을 꺼린다. 미안하지만 내가 뭐라고 말한 들 증명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그저 엄청난 선수인 것뿐이다.
-그를 몇 년 동안이나 지켜본 입장으로서 그가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 아니면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강한가?
=내 생각에 그는 아직도 옛날 그 모습 100퍼센트 그대로다. 그는 올해 한 개의 메이저 대회에 참가했고 그 대회를 우승했다. 이번은 그의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데 또 결승에 진출했다. 여러분이 그에게서 찾으려는 허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무 빈틈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