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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이 내 선수 생활 연장에 큰 도움"
이은정 기자  |  ejlee05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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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5  19: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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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들어 체구가 큰 선수들을 싸워 이겼다. 오늘 (베르디흐196cm)도 그렇고. 일요일 결승에서는 정말 거인같은 상대 (칠리치198cm)가 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페더러는 185cm). 우리같이 작은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느낌이 든다.

= 점점 선수들 신장이 커지는 것 같다. 50년 뒤에는 네트도 올리고 라인들도 넓혀져야하는건 아닌가 싶다.  늘 경기는 훌륭했다. 베르디흐와 칠리치 모두 파워가 있다. 칠리치와는 작년 윔블던에서 이미 좋은 경기를 치룬적이 있고, 그 전 US 오픈에서는 나를 상대로 신들린듯한 경기를 한 바 있다. 터프한 게임이 될 것 같다.

 - 이런 거구들을 상대하면서 좀 다른 전략을 준비한다고 했었나
= 맞다. 일요일은 좀 다른 모습을 보게될 거다. 상태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웜업을 하면서 분위기를 살펴볼 것이다. 그런 탐색이 준비에 도움이 된다.

물론 내 안의 자신이라는 상대와도 싸워야 할 것이다. 공격적인 나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마린에게 볼의 여유를 주면 그는 곧바로 점수로 연결해버린다. 잔디 코트는 아직 볼이 빠른데, 이게 나의 서브에도 도움이 되지만 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막상막하의 경기를 예상한다.

 

- 아직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올라왔다. 오늘의 경기는 가장 까다로웠다고 할 수 있나?
= 한번 쭉 생각해봐야겠지만,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이 굉장히 선전을 했던 다른 경기들도 떠오르긴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좋은 전략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내가 타이브레이크를 아주 잘 활용했고, 상대가 흔들리는 틈을 타서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타이에서 조급해한다던가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게 시간이 쫒기거나 할 때는 아주 중요한 점이다.

 

- 이번 윔블던 대회에서 매번 센터코트 배정을 받은 데 대해 자부심이 있다고 말 한 바 있다. 혹시 특별히 주어지는 혜택이라고는 생각 않는지? 라파엘 나달이나 노박 조코비치의 입장에서 보면 좀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을텐데.

= 현실이 그냥 그런 것이다. 기회가 오면 수락하고 그리곤 잊어버리는 일이다. 만일 내게 두번째로 좋은 코트나 그들이 생각하는 다른 코트가 배정된다해도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항상 되어있다. 선수로서는 랭킹을 높이고 본선에 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솔직히 16강에서 노박의 경기가 왜 연기됐는지 잘 이해가 안됐다. 후에 주최측에서 안전과 보안 문제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가 중요한 사안인지 모두가 알지 않은가. 그렇다면 받아들여야 하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물론 1번 코트보다는 센터코트를 선호하고, 2번보다는 1번이 더 낫고 그렇다. 선수는 많고 관중, 미디어, 스폰서들로부터의 요구사항도 다 다르다. 모든 것을 고려해서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우리는 잘 모른다.

 

- 센터코트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뤘다. 로열박스에는 각계의 유명인사들로 가득하다. 혹시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지? 코트에 나가면 한번쯤은 올려다 보는 편인지 아니면 아예 신경을 차단해버리는지?

= 어느정도는 차단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누가 있는지 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피트 샘프라스나 비욘 보르그가 와있을 때는 항상 특별함을 느낀다. 여러면에서 그들을 우러러보기 때문에 항상 큰 기쁨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이 올해 윔블던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너무 흥분되고 기뻤다.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또 켄 로즈웰과 로드 레이버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영국 왕실 가족들이 방문해서 대회를 빛내주는 것도 항상 좋게 느낀다.

 

- 8번째 윔블던 우승 기록도 대단한 도전이지만, 당신은 한 슬램에서 11번이나 결승에 진출한 유일한 선수이다. 이런 기록들이 당신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 물론 좋은 일이다 (웃음).

 

- 윔블던 결승까지 오르면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게 몇 번째인지 아는가?
= 윔블던에서 말인가? 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 두 번이나 있었다
= 전에도 두 번이나? 내 경력에 대해 나도 다 알진 못한다. 이번이 처음이라면 더 좋았을텐데, 조금 실망이다 (웃음).

올해 윔블던에서 역사를 새로 쓴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윔블던 대회는 선수로서 나의 모든 꿈이 실현된 곳이어서 내게 더욱 특별하다. 8개 라는 기록 도전의 기회가 바로 눈 앞에 와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흥분된다. 다시 한번 좋은 경기를 펼치고 싶다. 11번의 결승과 이런 기록들에 대해 도전해서 제대로 타이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주 가까와졌음을 느낀다. 집중이 필요할 때이다.

 

- 마지막 챔피언십과 올해 사이에 갭이 있다. 이번 일요일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가?

=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한다. 2012년에 마지막으로 우승을 한 이후 이곳에서 계속 좋은 경기를 해왔다. 2013년은 부상이 있었지만, 2014, 2015 (준우승)에는 좋은 성적을 냈다. 지금 그때의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생각된다. 이곳 잔디코트는 내게 익숙하고 이곳에 와있는게 기분이 좋다. 갭이라고 말하니 꽤 오래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렇게 느껴지진 않는다. (윔블던 첫 우승을 했던) 2003년은 머리도 말꼬랑지처럼 묶고 턱수염에다가 기타 등등으로 엄청 옛날처럼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2012년은 지금과 별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적어도 그러길 바란다.

 

- US 오픈 준결승에서 마린과의 경기 말이다. 가장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상대 선수였다고 할 수 있나?

= 가능하다. 내가 yes 라고 하면 나와 경기했던 다른 많은 선수들을 모욕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경기는 매우 훌륭했다. 경기 진행이 빨랐다. 자유자재로 서브와 리턴을 해내는데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내가 3세트때였던가 브레이크 기회가 왔던 적이 있다.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의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 보였고 느껴졌다. 매우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나를 상대로 최고의 엄청난 경기를 했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토너먼트 후반부에 그런 경쟁 상황에서 나오기 쉽지 않은 매우 강렬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 빅3 이름들이 아닌 다른 선수와 그랜드 슬램 결승에 맞붙게 된다.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 같은데 일요일에 어떤 느낌이 들 것 같나?

= 물론 다른 느낌이다. 너무나 다행히도 라파, 앤디, 노박이 아닌 선수들과 결승을 치뤄본 적 있다. 예를 들면 마르코스 바그타티스나 페르난도 곤잘레스, 그리고 또 다른 이름들이 있다.

그런 경험에서 볼 때 마린과의 상대 전적이 높다고 해서 이번 경기에 여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막상막하의 경기를 하긴 했지만 우리가 30번 쯤 경기를 하면서 익숙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뭔가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별한 것은 없다. 새로운 상대이긴 해도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말이다.

 

- 올해 들어 이미 3개의 중요한 토너먼트 우승을 가져갔다. 테니스계에서는 이 흐름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스스로도 놀랍거나 의아하거나 인상깊다고 생각하는지?

= 호주오픈, 인디안 웰스, 마이애미 등에서 나도 물론 많이 놀라웠다. 잔디 시즌에 들어서면서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물론 작년 윔블던 준결승에서 패한 후부터 오늘까지 계속 내 목표는 올해 클레이 시즌에 잘 복귀하고 잔디 시즌을 거쳐 윔블던으로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호주 오픈은 그런 의미에서 사실 많이 놀라운 결과였다. 그리고 나서 이어진 인디안 웰스와 마이애미에서도 계속 상승세가 이어져서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 3-4개월이 꿈만 같았다. 윔블던에까지 이런 상태가 유지되기를 고대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 얼마나 오래 더 이어갈 계획인가? 이런 일들을 계획하기는 하나, 아니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계속 한다는 입장인가?

= 물론 두 말 할 것도 없이 건강상태가 허락해야 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더 선수로 뛸 수 있고 얼마나 오래 건강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항상 끊임없이 아내 미르카와 함께 가족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의논하는 문제이다. 짐을 싸서 5, 6, 7주씩 투어 여행에 같이 가는 것에 모두 문제는 없는지, 기꺼이 할 의사가 있는지 말이다.

당분간은 다행히도 전혀 문제될 게 없을 것 같다.

다음으로는 어느 정도의 성공은 있어야 된다고 본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토너먼트가 나의 투어 생명을 연장하는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도쿄 올림픽을 계획하고 있다던가 하는 앞으로의 어떤 결정도 내린 바가 없다. 부상을 경험한 이후로는 모든 일들이 재설정된 상태이다. 너무 이른 계획을 하기보다는 내년 초의 결정은 올해 말이 되어서야 하는 그런 상태이다. 지금 있는 계획에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이렇게 경험도 풍부하고 우승 타이틀도 많고 한데, 여전히 긴장이 찾아오는가? 오늘도 시합 전에 긴장했나?

= 오늘 시합 전에는 아니다. 얼마 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2회전 라조비치와의 경기에 앞서 뭔지 모를 긴장감이 더 강했다. 상대 선수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오늘은 코트에 들어서며 상당히 침착했다. 웜업할 때, 첫 게임에서 서브를 할 때도 차분하게 그냥 여느 경기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Second 라운드가 아니라 Semi 경기였다는게 오히려 기쁘게 생각됐다.

나도 긴장은 한다. 중요한 큰 경기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행복이라 생각한다.

 

- 어떤 식으로 찾아오나?

= 때로는 다리 움직임을 느려지기도 하고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가, 빙빙 도는게 아니고, 수 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어떤 게 올바른 건지 잘 골라서 택해야 하는 상태가 된다.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나는 항상 말하듯이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작 하나하나를 생각없이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신경을 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다는 것이 솔직히 더 끔찍하다.

 

- 아까 말했던 그 말꼬랑지 머리를 한 젊은 당신을 떠올려보면, 윔블던 결승 첫 무대였던 그때와 지금, 준결승에서 결승을 준비하는 동안의 훈련이나 준비 등이 어떻게 다른가?

= 2003년에 어떻게 뭘 했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팀 규모도 훨씬 작았고, 애들이 뛰어다니면서 나를 깨우는 일도 없었던 건 확실하다. 오늘도 “얘들아 아빠 주무시잖니. 문 닫아라.” 같은 대화가 오갔다.

이곳에서 14일 동안 준비해서 해왔던 루틴 그대로 지금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론 뭐를 해야하는지 알 수 있다. 가능한 최대한의 휴식을 취할 것이고, 오늘밤과 내일만이라도 숙면에 신경쓸 것이고, 긴장을 풀려고 할 것이다. 일요일 코트에 나오면서 몸에는 에너지가 가득하고, 마음 속에는 영감을 받을 만한 창의적인 테니스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가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 그랜드 슬램 결승을 준비하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전 과정에 걸쳐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호주 오픈에서도 심각하진 않았지만 햄스트링 문제가 있었고, 다른 경우에도 여기 저기 조금씩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마음에 걸리는 부상이 없다는 점이 마음을 침착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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