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아 내가 여기 있다"

19일 비가 오락가락한 가운데 서울올림픽코트에서 여자챌린저대회가 열렸다.  관중석은 텅 비었는데 카메라 앵글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비내린 코트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 하도 궁금해 신원을 확인했다. 

"장수정 엄마입니다." 비가 내리자 경기를 보던 몇 안된 관중들은 모두 센터코트를 빠져 나갔지만  딸이 큰 수건을 등에 덮고 코트에 있는지라 자리를 뜰 수 없었다.

한때 장수정은 이렇게 영리한 선수가 있나 할 정도로 혀를 내두른 선수였다.  기자의 생각으로는 전 세계 1위 마르티나 힝기스나 폴란드의 라드반스카정도라 할까.  

중학생이 되자 올림픽코트에서 열리는 대회장에서 삼성증권 테니스팀 감독에게 자기딸을 무조건 맡기겠다며 키워달라했다.   그 감독은 선한 모습의 부모 얼굴을 보면서 여느 부모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 선수를 세계적인 인물로 키우고자 두말않고 후원, 관리, 지도에 들어갔다,  어린시절 선수의 경기 모습이나 올린 성적은 차치하고 키우고자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후 장수정은 잘 커서 한솔코리아오픈 깜짝 8강에 올라 뉴스메이커가 되고 부동의 한국 여자 테니스 에이스가 되어 자리를 잡아 나갔다. 작은 규모의 국제대회에서 부지런히 우승하고 그랜드슬램 예선도 뛰는 등 세계 무대에 올라서려고 무던히 애썼다.  그러다 아닌밤중에 홍두깨라고 해외 대회 참가중에 소속팀의 해체라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갈 곳은 많지만 국제대회 마음놓고 다니는 것은 이별을 할 상황이었다.  부모는 고민했다. 조건 좋은 국내 실업팀에 안착해 딸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느냐, 아니면 이곳저곳 더 찾아봐 딸의 세계무대에 우뚝 서는 꿈을 더 연장시키느냐,  기로에 섰다.  하지만 부모는 고민하지 않았다. 중학교때부터 지도해주던 코치와 함께하는 조건으로 팀을 찾아 나서 대구테니스협회 백승희 회장(사랑모아통증클리닉 원장)의 꿈 지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국내에서 열리는 딸의 경기를 지켜보기에 이르렀다. 

딸 가진 부모는 자신의 딸이 세상에서 최고라고들 생각한다. 장수정의 부모도 예외가 아닐 듯 싶다. 테니스라는 그 어려운 운동을 말리고 싶지만 딸의 의지가 있고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데 부모로서 할수 있는 뒷바라지와 격려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삼성증권 주니어단에 들어간 이래 여태 집에 들어와 있는 것보다는 숙소와 바깥 생활이 더 많았던 딸의 그간 고생을 생각해서라도, 아니 아까워서라도 계속 박수를 보내고 지킬 수 있는 자리라면 비가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지키는 것이 부모의 심정일 것이다. 

▲ 장수정(사랑모아클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