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정 포핸드

▲ 장수정 백핸드 후 동작

▲ 장수정 서브 후 동작

장수정.

초등학교때 국내에서 대적할 선수가 없을 정도로 영리한 플레이를 하며 유망주로 각광을 받은 선수다. 초등학생들 꿈의 무대로 알려진 오렌지보울12세부에서도 준우승을 했다. 물론 파워보다는 테크니션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학교때 삼성증권 주니어팀에 소속되어 훈련한 지 어느 덧 6년. 학교 소속은 양명여고 3학년이다.  고3이다.

최근에는 주니어대회 대신  서키트와 챌린저무대에 도전을 하며 WTA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인 19일부터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리는 NH농협은행고양국제여자챌린저(총상금 2만5천달러)에서 장수정은 예선부터 국내외 선수들을 이기고 본선에 당당히 진출했다. 1회전을 사력 다해 이기더니 2회전에 진출했다. 대단했다.   볼에 대한 센스는 여전히 좋았다.   

2회전에서 한때 200위권에 있었던 일본의 미사 에구치를 맞아 경기를 초반에 잘 풀어갔다. 첫세트 순식간에 3-0을 만들었다.  직전 경기에서 이예라가 소속팀의 직원들 응원을 받아가며 8강 진출을 성공시킨 뒤라 관중석 분위기는 한여름 날씨처럼 달구어질데로 달구어졌다.    장수정 마저 이기면 대회 분위기는 훨씬 좋아질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에구치가 1게임을 따라 붙더니 내리 게임을 따내 4-6으로 역전됐다.

첫세트 초반 에구치는 큰 스윙으로 워밍업 하듯, 볼이 어느 정도 나가는지  임팩트를 했고 좌우로 갈라치는 샷이 어쩌다 들어가면 어쩌다 들어가겠지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장수정의 셔츠는 땀범벅이 됐고 좌우로 깊게 들어오는 공을 받아치기 급급했다. 이때 중심이 무너짐은 물론이다.  

에구치는 코트에서 들어가 결정지을때 나와서 스트로크로 때릴때 등을 명확히 잘 구분했다.

장수정의 서브가 라켓 상단에 맞고 들어가는 반면 에구치는 정확히 라켓 스트링 베드 중앙에 볼이 맞고 장수정 코트에 꽂혔다.  코트에서의 빠른 움직임과 투지, 한점 한점에 대한 악착같음은 장수정보다 상위랭커인 에구치에게서나 찾아 볼 수 있었다. 대신 밋밋한 스트로크, 스핀성 타구, 느린 발걸음은 하위랭커에게나 찾아 볼 수 있었다. 결국 2세트 3-6으로 마무리되면서 에구치의 8강행이 확정됐다.

▲ 서브 착지와 포핸드 임팩트 자세 비교.

모처럼 동네에서 경기장을 찾은 어르신들은 "우리 선수는 체력이 안된다. 볼에 그렇게 힘이 없어서 테니스 하겠나"며 "일본 선수는 체격도 좋고 몸을 쓸 줄 안다"고 경기평을 했다.

장수정은 이소라와 더불어 여자테니스의 대들보다. 우리나라 테니스를 앞으로 이끌어 갈 선수로 촉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무대는 녹녹하지 않다.   빠르고 강하게 그리고 실수없이 경기를 해야  20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 한다. 일본 선수 에구치는 어디서 테니스를 배웠는지 플랫성 타구와 어려운 위치에서도 강타를 시도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300위대 랭킹치고는 좋은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다.  

장수정은 우리나라에서 좋은 재목중의 하나다. 경기내내 이러저러한 시도를 해 볼 정도로 아주 영리한 선수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만큼은 디펜스에 치중한 나머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나왔다. 승리와 패배는 아직 그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있다.  아직 계단을 오르는중이니까. 그런데 이렇다할 무기없이, 세계흐름의 타법없이 국제대회만 나간다면 별 소득없이 헛땀만 흐를 뿐이다.

그래서 삼성증권 조윤정 김일순 코칭스태프가 고민을 하겠지만, 경기를 보고 몇가지 거든다면.

일단, 장수정에게는 플랫성 타구가 필요하다. 감고 비비고 드는 테니스는 잘 하니까 플랫성으로 상대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는 타구 개발이 필요하다.

둘째, 코트에서 사나운 야수가 되어야 한다. 젠틀맨처럼 친선테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예라처럼 자신의 신체조건을 최대한 이용해 볼을 감아치고 상대 공격을 끝까지 막아내면서 버티는 투지가 필요하다.

장수정 상대 에구치는 경기 뒤 심판대 밑에 있는 아이스박스에서 생수를 7병이나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챌린저 선수들은 물 한병이라도 자기 돈 들여 사먹는 것을 아까워한다. 점심도 대회본부에서 제공하면 '탱큐'할 정도로 자기 비용을 최대한 줄인다. 그리고 상금을 획득하려고 한점한점 확실하게 딴다. 그냥 그냥 게임을 하지 않는다.   정글이라는 테니스프로세계에서 확실하게 살아 남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장수정 에구치 이예라 플레이 동영상  

스트링매는 것도 자기 돈, 물사먹는것도 자기 돈, 코치 비용도 자기 돈, 호텔비용도 자기 돈, 다음 대회장 이동 하는것도 자기 돈을 들여서 하는 선수와 이 모든 것에 대해 후원을 모두 받는 선수가 코트에 들어가 하는 플레이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전자의 선수는 한푼이 아쉬워서라도 매번 이겨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협챌린저때 300위권에 있었던 선수가 100위 선수가 되어 돌아왔다. 두안잉잉.  고양시청 김소정을 가볍게 이기고 우승후보로 지목받고 있다. 두안잉잉은 86아시안게임 유진선 금메달딸때 은메달만 따던 중국 류슈화가 운영하는  천진테니스클럽 소속이다.   체격이 샤라포바만큼 큰 것도 큰 것이지만 두안잉잉은 위에서 아래로 찍는 타구를 한다.  위력적인 볼을 구사한다. 서브는 샤라포바나 세레나 윌리엄스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자세가 흡사하다.   중국의 류슈화가 대단하고 그 클럽이 대단해보인다.   유명한 지도자가 아카데미를 잘 운영해 성공하는 선수를 배출하는 것. 그 문화와 분위기가 대단하다.  이번대회 역시 중국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이기고 있다.  일본도 기본기 착실한 선수들이 이기고 있다.    전쟁의 위협속에서 외국 선수들이 그 어느해보다 다양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좋은 선수들이 출전해  대회는 볼만하다.

농협고양챌린저에 출전한 선수들은 다음주 창원, 김천 등을 거쳐 점수를 획득해나가며 다음 챌린저 무대로 옮겨 다닌다. 내년에는 프랑스오픈 등 그랜드슬램에 출전하기 위해....

 

▲ 에구치 서브

▲ 에구치 포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