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수정의 서브

여자 테니스 기대주 장수정(양명여고-540위)이 2013 KDB코리아오픈(총상금-50만달러) 단식 본선 1회전에서 2010년 한솔코리아오픈 준우승자인 클라라 자코팔로바(체코-33위)를 물리치는 최대의 이변을 일으켰다.

17일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KDB코리아오픈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와일드카드를 받고 출전한 장수정은 6-3, 6-1로 클라라 자코팔로바를 완파했다.

첫세트 장수정이 자코팔로바의 더블폴트와 첫 서브 난조를 보이는 틈을 타 브레이크하고 3-0으로 리드를 잡았고 자코팔로바가 장수정의 세 번째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3으로 따라 붙었으나 장수정이 바로 브레이크로 응수하고 5-2로 달아나며 6-3으로 깔끔하게 첫 세트를 먼저 챙겼다.

2세트는 자신감을 얻은 장수정이 과감한 네트플레이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로 자코팔로바를 압박하는 반면 자코팔로바는 랠리에서 범실을 자주 범하며 5-0으로 장수정에게 완전히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겼고 장수정의 세 번째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추격에 나섰으나 거기까지였다. 장수정이 이어진 자코팔로바의 서브게임을 깔끔하게 브레이크하고 6-1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열여덟 살. 이번 대회 최연소 본선출전자인 장수정의 나이이다. 1시간 4분. 세계랭킹 540위인 장수정이 2010년 한솔코리아오픈 준우승자로 세계랭킹 33위인 클라라 자코팔로바를 이긴 시간이다.

특히 장수정은 500위 이상이나 랭킹차이가 나는 자코팔로바를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로 펼쳤는데 특히 자신감 있는 서브와 베이스라인 가까이 떨어지는 스트로크로 자코팔로바를 시종일관 괴롭혔고 2세트에서는 지키려는 마음보다 오히려 더 강하게 밀어부친 것이 근성이 돋보였다.

장수정은 "어차피 잃을게 없으니 한번 붙어보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들어갔다. 상대의 백핸드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다운더라인을 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서브가 좋아진 것은 어깨 보강운동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 포핸드 좋은 클라라 자코팔로바를 이겨 기뻐하고 있다     ▲ 장수정 포핸드.

장수정은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롤모델로 꼽았다. 그 이유는 경기 내내 흔들림 없는 나달의 강한 멘탈을 닮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장수정은 부동의 초등랭킹 1위 출신으로 2007년 미국 프린스컵 12세부 우승과 에디허국제주니어대회 12세부 4강, 오렌지보울 12세부 여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 테니스의 미래로 일찌감치 낙점 받았다. 신안초를 졸업하고 안양서여중 1학년에 진학하자마자 2008년 중고종별대회에 출전해 2, 3학년 언니들을 모두 물리치고 단식 우승을 차지해 테니스계를 놀라게 했었다.

이후 장수정은 김일순(삼성증권) 감독의 눈에 띄어 삼성증권 주니어 후원선수로 발탁되어 조윤정(삼성증권) 코치의 지도아래 국제 주니어 무대와 ITF서키트를 뛰면서 세계무대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장수정은 양명여고 2학년이던 지난해 5월 WTA랭킹 400위를 찍으며 상승세를 보였으나 ITF유럽투어링팀(18세이하)에 선발되어 유럽투어 도중 복근파열 부상을 입어 한동안 침체기를 가졌다.

김일순 감독은 "수정이가 게임을 워낙 잘해 눈에 띄었고 발탁하게 됐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에 타고난 재능과 머리까지 영리했다. 특히 어린 아이였지만 강한 승부근성이 남달랐다"고 전했다.

장수정의 가능성에 대해 조윤정 코치는 "수정이가 이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끈질기게만 하면 어느 정도는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경기 초반 첫 서브 들어가는 것 보고 혹시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하면서 "중국이나 일본처럼 성장하려면 경쟁구도가 필요한데 지금 후배들에게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수정이 언제쯤 본인(조윤정)을 넘어 설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재능과 체격조건은 수정이 나이 때의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 단, 끈질긴 정신력이 있어야 된다"라고 덧붙였다.

장수정은 16강에서 예선통과자로 16강에 진출한 온스 제브르(튀니지-184위)로 일단 대진운도 따라주고 있어 8강 진출의 희망도 보이고 있다.

1회전에서 나타샤 버넷(이탈리아-148위)을 7-5, 6-0으로 승리를 거둔 온스 제브르는 장수정보다 한 살 많은 19살로 2010년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 4강을 기록했으며 ITF서키트에서 다섯 번의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 다테 기미코. 나이 마흔을 넘긴 상태에서 2시간이 넘는 게임은 힘든 듯 3세트 5-4에서 쥐가 났다. 자신의 서비스 게임에서 언더 서브를 넣은 등 노련미로 영국 유망주 히더 왓슨을 눌렀다

한편 2009 한솔코리아오픈 우승자로 현존 최고령 투어선수인 다테-크룸 기미코(일본-63위)는 영국의 기대주 헤더 왓슨(78위)을 상대로 3-6, 6-3, 6-4로 역전승을 거두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특히 다테-크룸은 3세트 5-4 듀스접전 중에 허벅지 근육경련이 일자 언더서브를 넣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에서 탈출하고 6-4로 마무리하고 16강행을 결정지었다.

경기가 끝난 후 다테-크룸은 "생전 처음 언더서브를 넣었다. 부상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대회 2번시드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19위)는 예선통과자인 찬친웨이(대만-334위)를 6-3, 6-3으로 가볍게 따돌리고 2회전에 안착했다.

키릴렌코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메디컬타임 아웃을 요청해 대회관계자들과 테니스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부상은 아니었다.

지난해 키릴렌코는 1회전에서 경기 초반 등근육부상으로 기권한 바 있었고 덕분에 이소라(삼성증권)가 코리아오픈 국내선수 첫 본선 승리와 함께 국내 최연소 투어 본선승리 기록을 세웠다.

키릴렌코는 다테-크룸과 16강에서 만나 또 한 번의 빅매치를 예고하고 있는데 상대전적은 다테-크룸이 2승 1패로 앞서 있다.

대회 톱시드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폴란드-4위)는 알렉산드라 카단투(스페인-71위)를 상대로 첫세트에 고전했지만 6-4, 6-0으로 깔끔하게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라드반스카의 16강전 상대는 에스트렐라 카바자 칸델라(스페인-106위)이다.

그밖에 2010년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56위)는 7번시드 안드레아 페트코비치(독일-51위)를 상대로 접전 끝에 6-1, 2-6, 6-4로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이소라, 장수정 국내선수들의 연이은 승전보로 풍성한 한가위 선물로 다가오는 KDB코리아오픈 18일 경기에는 이예라(NH농협은행-450위)가 3번시드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러시아-32위)를 상대로 8강의 문을 두드린다.

KDB코리아오픈 18일 경기는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정오부터 열리며 테니스전문 isportsTv의 중계로 네이버스포츠를 통해 라이브중계 된다.

▲ 라드반스카. 화요일 야간 경기로 치러졌다     ▲ 라드반스카     ▲ 장수정이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의 격려를 받고 있다

장수정 인터뷰 

Q1. 홈에서 경기한게 도움이 되었나요?

홈인 것도 도움됐지만 무엇보다도 팬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Q2. 이번 게임에서 이길거라고 예상 했었나요?

전혀 못했어요. 어차피 저는, 잃을게 없으니 ‘한 번 붙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Q3.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얘기해 주시겠어요?

경기하다보니 오늘 상대 백핸드가 흔들리더라구요. 그래서 다운더라인을 많이 보내고, 공을 상대 백핸드쪽으로 보내려고 했어요.

Q4. 대회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요?

우선 어깨보강운동을 했구요, 발란스 운동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레 서브가 좋앗습니다.

Q5. 한국에서 가장 어린나이로 투어 1승을 했는데, 닮고싶은 선수나 롤모델인 선수가 있나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며) 라파엘 나달이 제 롤모델이에요. 나달 선수의 경기를 보면 특히 멘탈이 항상 시합 내내 한결같더라구요.

Q6. 작년 5월달 400위권으로 상승세였는데 이후 복부부상 때문에 주춤했어요. 그 기간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아무래도 부상이 있다보니, 그 시기에는 잠시동안 운동도 하기 싫었고, 몸이 좋지않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반드시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Q7. 올해 목표를 얘기해 주시겠어요?

300위 안에 꼭 들어가는 겁니다.

Q8. 상대선수인 자코팔로바와 실제로 경기해보니 어땠나요?

경기전 스트로크가 매우 강하다는 얘긴 들었습니다. 한국선수들은 세컨드 서브가 약하지만 외국선수는 리턴이 좋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이 좀 있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서브에서도 과감하게 플레이 했던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Q9. 한국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 가지려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서브와 리턴을 보완해야 합니다. 좀 더 공격적인 경기를 해야하구요. 현대 테니스는 baseliner의 스트로크로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리도 많이 해야해요. 그리고 여자선수들은 발이 빠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조윤정 코치 인터뷰 

Q1 : 언제부터 장수정 선수가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느꼈나? 어릴 때부터 남다른 점이 있었나?

어릴 때는 특별하게 실력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근성이 있고 적극적인 선수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서 시합하는 것 말고는 수정이는 발리도 이용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었다. 중1 때부터 보았고 후원을 시작했다.

Q2. 오늘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나.

예상은 못했지만 (자코팔로바 선수는) 제가 투어를 다닐 때에도 많이 봐왔던 선수라서 끈질기게만 경기를 한다면 이기진 못하더라도 비슷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Q3. 경기 중간에 이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나

첫 서브를 넣을 때부터 이길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Q4. 본인(조윤정 코치)이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마지막 투어선수였는데, 7년만에 투어대회에서 승리를 거두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왜 7년이나 걸린 이유가 어디에 있나?

(나 이후의 선수들이) 대회를 다니기는 해도 큰 대회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이예라 선수도 마찬가지이고 (장수정 선수가) 많이 긴장했다고 하더라. 선수들이 도전정신이 부족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안될 것이라는 생각을 미리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Q5. US오픈 때 조윤정 선수의 경기는 많은 테니스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엄청난 정신력을 보여주었는데 후배, 제자 선수들에게는 정신적인 부분을 어떻게 가르치나.

점점 선수들이 화려함만을 찾는 것 같다. 힘이나 기술이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끈질김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동양인 선수들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격조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힘보다도 이기는 방법은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Q6. 장수정 선수가 조윤정 선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지금만 같다면 나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니까요(웃음)

재능은 저 때에 비하면 선수들이 힘도 좋고 체격 조건도 훨씬 좋은데.. 끈질김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한다.

Q7. 한국에서의 경기였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실력만으로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인가? 이번 대회를 바탕으로 외국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나?

수정이는 결과가 본래 실력에 비해서 좋지 못해서 설움을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준비도 많이 해서 본 실력은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실력은 출중한데 오늘과 같은 정신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빨리 다른 대회에서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고 잊어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Q8. 중국이나 일본은 이미 많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무엇이 부족한가?

투어에 도전하는 선수 자체가 많이 없는 것이 아쉽다. 여럿이서 같이 도전을 해야 서로 경쟁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쉬운데 혼자 싸움은 어렵다.

-이번 경기에도 한국 선수는 두 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는데.

나도 그 점이 매우 답답하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신청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도전을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정리 KDB오픈 조직위원회 미디어팀 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