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7일부터 14일(일)까지 고양 성사시립코트에서 열린 NH농협은행 고양국제여자챌린저테니스대회는 총 상금 2만5천달러(약2800만원)의 대회로 단식32, 복식16드로로 진행됐다.

 

▲ 우승자 이소라와 준우승자 오자키 리사

 

14일(일)오후 12시, 이소라(NH농협은행)와 오자키 리사(일본)가 코트로 들어섰다. 약 200여명의 관중들은 박수로 선수들을 맞이했다. 관중석 중앙에는 스포티비의 중계석도 마련되었고 NH농협은행의 박용국 감독이 해설을 맡았다. 하늘은 맑았다. 햇살은 따가웠으나 기온은 22.9도로 시합하기에는 좋은 날이었다.

 

이소라와 오자키의 경기 스타일은 비슷했다. 간단하게 워밍 업을 하고 12시 5분에 시작한 플레이는 각 세트마다 근 1시간씩이 소요되며 3시 10분에야 매치가 끝났다. 그만큼 이소라와 오자키의 경기는 긴 랠리가 지속됐다. 누가 에러 하지 않는가 하는 에러싸움이었고 체력전이였다.

 

1세트, 이소라는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바로 오자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하며 자신이 잃었던 첫 서브게임을 회복시켰다. 이후는 서로 5대4(이소라 리드)까지 상대방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는 리턴 게임이 지속됐다. 4대4 오자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킨 이소라가 5대4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처음으로 지키면서 6대4로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 역시 오자키의 서브로 시작됐다. 역시 이소라와 오자키는 초반부터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는 것이 아닌 상대편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는 리턴 게임이 지속됐다. 그러나 2대2에서 이소라와 오자키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며 3대3이 됐다. 이후 오자키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으나 이소라는 다시 오자키에게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했다. 게임 스코어는 벌어졌고 마지막 게임을 오자키가 지키며 6대3으로 2세트는 오자키의 세트가 됐다.

 

3세트가 시작된 시간은 2시10분, 매치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났다. 이소라와 오자키는 토일렛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등 2세트가 끝난 후 충분히 시간을 가졌으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소라와 오자키에게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홈 어드밴티지다. 이소라는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있었고 오자키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제1의 기술이 테니스 기술이라면 제2의 기술은 멘탈과 그날의 컨디션이고, 관중들의 응원은 제3의 기술이다.

 

3세트는 이소라의 서브로 시작됐다.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은 이소라는 서브에이스를 비롯 위닝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소라가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지키며 산뜻한 출발을 했으나 오자키는 더블폴트 및 이소라의 위닝샷등에 의해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지 못했다. 오자키는 이소라의 샷이 좋아 자신과 거리가 좀 멀면 뛰는 것을 포기했다. 체력이 저하된 모습이 역력했다. 1,2세트와는 달리 5세트는 이소라의 일방적인 독주가 시작됐다. 여전히 긴 랠리는 지속됐으나 게임 스코어는 어느새 5대0까지 가 있었다. 이대로 6대0으로 게임이 끝나나 싶었다.

 

그런데 0대5에서 오자키가 자신의 서브게임을 처음으로 지켜 내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5대1 이소라의 서브게임, 이소라와 오자키는 두번의 매치 포인트와 두번의 브레이크 찬스 끝에 결국 오자키가 3세트 처음으로 이소라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켰다. 그리고 또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다. 오자키가 연속해서 3게임을 따면서 게임스코어가 5대3이 되자 이소라는 엔드 체인지 시간에 자신의 의자로 돌아오면서 라켓을 자신의 가방위로 툭 내던졌다. 불안감의 표현이었다.

 

▲ 오자키가 드롭샷을 놓고 있다. 오자키는 드롭 샷을 많이 놓아 이소라를 괴롭혔다

 

다시 오자키가 이소라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면서 한 게임을 더 땄다. 이제 스코어는 5대4가 됐다. 관중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이대로 5대4에서 오자키가 자신의 서브게임을 한번 더 지키면 내리 5게임을 오자키에게 내주는 것이다. 이소라가 5게임을 먼저 딴 후 오자키가 다시 5게임을 연속해서 따간다면 승리의 여신은 오자키의 손을 들어 줄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게임 스코어 4대5, 오자키가 서브를 넣었다. 이소라가 먼저 한 포인트를 땄다. 관중들은 이전의 목소리보다 더 크게 이소라를 응원했다. 그리고 또 이소라가 한 포인트를 더 땄다. 역시 관중들의 응원 목소리는 그만큼 더 커졌다. 포인트가 오갔고 30-40가 됐다. 오자키가 서브를 넣었고 다시 긴 랠리가 시작됐다. 16번째 랠리, 듀스 코트에서 이소라가 돌아서는 포핸드를 때렸다. 그 볼은 다운더라인으로 날아갔고 오자키는 라켓에 볼을 갖다 댔으나 넘기지 못했다. 이소라는 마지막 포인트가 끝나자 환하게 웃으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5대4까지 오면서 수 차례 매치포인트를 잡았으나 끝내지 못하다가 결국 5대4 오자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며 우승자가 됐다.

 

이소라는 오자키를 세트 스코어 2대1(6-4 3-6 6-4)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자신의 첫 챌린저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우리나라 선수로써는 2010년 김나리(경동도시가스)에 이어 두 번째 NH농협 고양국제여자챌린저에서 우승자가 됐다. 타이틀 스폰서인 NH농협의 테니스 선수단 감독을 맡고 있는 박용국 감독은 “타이틀 스폰서인 NH농협은행에서 우승자가 나와서 정말 기쁘다. 이 대회가 8년 되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그 동안의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닌 것 같아 더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소라가 NH농협에 입단한지 1년 됐는데 변화된 모습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멘탈이 많이 좋아졌다. 목표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에 응답하듯 이소라는 우승 인터뷰에서 “정말 기쁘다. 이번 우승을 터닝포인트로 한 단계 도약하여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운동하겠다. 박용국 감독께서 성적이 좋으면 국제대회에 많이 보내 주신다고 하셨다. 그것이 동기부여가 됐다. 올해 목표는 200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소라의 랭킹은 현재 654위다.

 

▲ 이소라가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코이(koi)의 법칙’이 있다. 코이는 일본인들이 많이 기르는 관상용 물고기다. 이 물고기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지는데 작은 어항에 두면 5~8cm, 큰 수족관에서는 15~25cm, 그리고 큰 강에서 자라면 80~120cm까지 자란다 한다. 주위 환경에 따라 코이라는 물고기가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비유하여 코이의 법칙이라 한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꿈을 꾸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나 한계가 달라질 수 있다. 이소라는 박용국 감독의 말(성적이 좋으면 외국대회에 많이 내보내 주겠다)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박용국 감독 역시 이소라가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도자가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니 선수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이소라는 올해 200위가 목표라 했다. 기자는 취재를 다니면서 종종 주니어 선수들에게 장래 네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제 목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에요"였다. 그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까웠다. 좀 더 큰 무대를 꿈꾸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국가대표의 활동이 꼭 국내에 한정되진 않는다. 그러나 선수들의 국가대표 표현은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세레나가 뛰는 국제무대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코이’라는 물고기가 자신이 활동하는 영역에 따라 성장하듯 목표는 클수록, 높을수록 좋다.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낮게 놓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목표는 실천으로 나타나야 의미가 있다. 실천과 노력이 없는 목표는 그저 망상일 뿐이다. 

 

 “평균적인 사람은 자신의 일에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능력의 25%를 투여한다. 세상은 능력의 50%를 쏟아 붓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100%를 투여하는 극히 드문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앤드류 카네기.

 

▲ NH농협 고양국제여자챌린저테니스대회 결승전은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됐고, 우리나라가 승리했다. 축구도, 야구도 일본을 만나면 최고의 승부근성을 발휘한다. 이소라도 이겼다.

 

▲ 메르스에 대비 경기장 입구에서 체온계로 열을 재고 손세척제로 손을 씻도록 했다

 

▲ 스포티비에서 결승전 중계를 하고 있다. 김명정 캐스터와 NH농협 박용국 감독. 박용국 감독은 스포티비에서 중계하고 있는 WTA대회의 해설을 하고 있다

 

 

 

▲ 경기 관람을 하는 관중들에게 따가운 햇살을 피하도록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다

 

 

▲ 오자키가 드롭샷을 놨다. 이소라가 달려와 받아 넘겼고 다시 오자키가 받아 넘겼다. 그리고 다시 이소라가 받아 넘겼으나 최종적으로 오자키가 발리로 패싱샷을 날렸다. 네트 플레이에서 지고 이소라가 펜스에 기대 자책하고 있다

 

▲ 오자키가 드롭샷을 놓고 있다. 오자키는 드롭 샷을 많이 놓아 이소라를 괴롭혔다

 

▲ 이소라가 오자키가 놓은 드롭 샷을 달려와 받아 넘기고 있다

 

▲ 3세트가 시작되기 전 오자키가 생수에 영양 보충제를 타고 있다

 

▲ 이소라가 머리에 얼음 주머니를 얹고 쉬고 있다

 

 

▲ 3세트 5대3 엔드체인지시 이소라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면서 라켓을 가방 위로 툭 던졌다. 바닥에 라켓이 떨어져 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감정을 살짝 분출하는 것은 경기에 종종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빈번하게 감정을 분출하면 보는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 이소라가 우승이 확정되자 두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 우승 트로피다. 2010년 이후 두 번째로 국내 선수가 가져갔다

 

▲ 준우승 상패다. 우측에 돌고래도 상품으로 주어졌다

 

▲ 대회 내외빈들

 

 

▲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과 NH농협은행 최상록 수석부행장이 선물을 주고 받고 있다

 

 

▲ 볼 퍼슨들

 

▲ 라인 엄파이어와 체어 엄파이어

 

▲ 대한테니스협회 주원홍 회장이 준우승자에 오자키 리사에게 시상하고 있다

 

▲ NH농협은행 최상록 수석부행장이 우승자 이소라에게 시상하고 있다

 

 

▲ 준우승자 오자키 리사,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얼굴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혀있다

 

▲ 이소라가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 NH농협 관계자들

 

▲ 대회 관계자들 단체사진

 

 

▲ 행운권 추첨

 

▲ 볼 퍼슨이 엔드체인지 시간에 선수를 바라보고 있다. 이번 대회에 삼송초, 홍연초, 고양중, 고양 아카데미 선수들이 볼 퍼슨으로 활약했다. 볼 퍼슨이 입고 있는 옷이 크다. 옷이 몸에 맞지 않고 과도하게 크면 볼을 줍기 위해 뛰어 다니는 본인도 거추장스럽고 보는 이도 우습다. 운동하는 선수들이 대회가 끝나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주면 더 좋지 않을까.

 

▲ 대회기간 동안 사용된 볼은 윌슨의 US OPEN 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