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미라 파셰크와 이소라

코리아오픈 2회전. 전날까지 본선 16명이 탈락해 짐을 챙겨 대회장을 떠났다. 20일 8명이 탈락했다. 그중 우리나라의 이소라가 포함됐다. 

1회전에서 행운의 기권승을  거둔 이소라(삼성후원, 원주여고3, 18살)는 유일한 한국선수로 본선에 남았으나 20일 2회전에서 세계 30위권 선수 타미라 파셰크(오스트리아)에게 2-6 0-6으로 패했다. 

센터코트에 들어선 두 선수의 모습에서 누가 윔블던 8강이고 주니어대회 파이널리스트인지  구분이 안갔다. 최소한 체격차이에선.  투어 우승을 3번이나 하고 30위권 선수라 하기에 타미라는 다부졌지만 자그마했다.   게다가 타미라의 오른쪽 허벅지에 붕대가 칭칭감겨 있어 이소라가  선전을 한다면 상대의 기권도 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특히 첫세트 0-1에서 이소라가 상대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자신의 게임을 지켜 2-1로 만들어냈을때는 기적이라도 일어날 기세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타미라는 몸이 풀린 듯 이소라를 좌우로 흔들었고 몸쪽 볼에 대한 스트로크가 약한 이소라에게 몸쪽 볼로 승부했다.  반면 이소라는 걷어내 넘기기 바쁜 가운데 상대  백핸드 쪽으로 공략하려 했지만 되레 상대 몸만 풀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1세트 2-1에서 내리 11게임을 허용한 이소라는 8강행이 좌절됐다.

흔히 연극에서 ' 파리되기'라는 것이 있다. 대상자를 벽에 붙은 파리처럼 놓고 구성원들 간에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장점이나 건설적인 이야기만 해주는 것이 있다.   자연히 대상자의 문제는 긍정적으로 해결된다.     꿈많은 10대 소녀 이소라를 놓고  삼성증권의 김일순 감독과 조윤정 코치가 풀어야할 숙제가 많을 것 같다.   이소라를 '파리 되기'방법으로 이야기 한다면 아래와 같다.  

▲ 이소라 서브와 포핸드

일단   이날 경기에서 보였듯 서비스의 강화다. 연습의 90%를 서브에 치중에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이소라는 서비스에서 흔들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블폴트와 약한 세컨드 서브는 상대를 경기도중 미소짓게 만들었다.  시속 120~130km대의 서브로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상대 타미라는 이소라보다 작은 키로 시속 170~180km 서브를 구사했다. 그것도 안정적으로. 테니스에서 키 큰 선수가 서브에서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키로 테니스를 하는 것이 아님을 타미라는 보여주었다.

두번째로 몸쪽 볼에 대한 처리다. 이소라는 빠져나가는 볼에 대해 왼손 특유의 포핸드 다운더라인과 크로스 위닝샷이나 연결구가 많았다. 하지만 몸쪽으로 파고드는 볼에 대해서는 넘기기 급급했다. 랠리도중 어이없는 스카이 샷이 나오기 일쑤였다. 

세번째로 한해 20회 이상의 투어 생활로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야 할 것 같다. 이날도 서비스만 들어갔다면 세계 30위권 선수와 그래도 6-4 정도의 게임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워낙 처음 만난 선수라  자신의 기량을 50%도 발휘못한 것 같다.    다만 고양챌린저와 영월서키트에서의 입상으로 이제 서서히 성인무대에서 성적을 내기 시작하는 이소라의 입장에서 30점이나 얻은 투어 본선 2회전이 대견스럽기만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많은 경험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서양 스타일'선수에게 익숙해져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으리라.  1년에 투어비용과 코치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팀이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할 뿐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삼성증권이 이소라를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 위의 숫자는 타미라 파셰크 서브 스피드, 아래는 이소라 서브 스피드 한 장면

이러한 좋은 여건에서 지도자들이 선수에게 무기를 장착시키고 투어 생활을 한다면  100위안에 드는 선수가 될 것이고 그랜드슬램에서 성적을 내는 선수로 만들어질 것이다. 

한편 나이 서른이 넘고 키도 이소라보다 작은 체코의 클라라 자코팔로바는 2번 코트에서 우리나라 테니스인들의 가슴을 짜릿하게 해주는 스트로크를 보였다.  포핸드 스트로크로 위닝샷을 낼 때마다 박수를 받았다.  이소라도 16강전 상대 타미라 파세크와 같은 스트로크 기술, 자코팔로바와 같은 사람들을 짜릿하게 하는 스트로크 같은 것이 있다면 비록 16강전에서 패했더라도 많은 팬들을 확보할 것이다.   테니스는  이제 키와 체격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코리아오픈 타미라 파셰크,  클라라 자코팔로바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소라가 앞으로 착실히 경험을 쌓고 좋은 지도를 받아 100위안에 들고 그랜드슬램도 출전하고 코리아오픈에서 우승하는 선수가 되길 기대한다.

끝으로 20일 16강전을 타미라-이소라 경기를 취재하면서 경기에서 이기는 선수에게서는 아래와 같은 기준치를 얻어냈다.

선수 플레이 체크 리스트

1 라켓을 위로 들고 아래로 치는가
2 라켓을 밖에서 들어 안으로 치는가
3 머리는 고정되어 앞을 보는가
4 우에서 좌, 좌에서 우로 가로 스윙을 하는가
5 축이 살아 있는가(좋은 축=좋은 샷=위닝 샷=득점)
6 서서 치는가,앉아서 치는가
7 임팩트를 하고 홀드(잠깐 멈춤)를 하는가
8 스텝은 자연스러운가
9 베이스라인 안쪽에서 치는가, 베이스라인에서 물러나 치는가
10 중심이 살아서 치는가, 중심이 무너져 치는가
11 라켓을 뒤로 많이 빼는가, 라켓을 적당하게 빼는가
12 스핀볼을 많이 구사하는가, 플랫 볼을 많이 구사하는가
13 임팩트 이후 발이 가능하면 앞을 향하는가, 비스듬한가
14 몸통 회전은 제대로 하는가
15 어깨 회전은 미리 하는가
16 서브=야구 투수의 투구, 배구의 스파이크 자세와 비슷한가
17 포핸드=태권도의 정권 찌르기, 권투의 좌후 스트레이트와 비슷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