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스페인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US오픈 그랜드슬램 우승자다. 경기시간이 상대적으로 오래걸리는 프랑스오픈 4강에선 노박 조코비치에게 패했지만 속전속결 윔블던에선 위대한 챔피언으로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남자 테니스의 역사는 윔블던에서 그 페이지를 넘기는 것 같다. 존 매켄로가 비욘 보그에게 패한 1980년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 2001년 윔블던 4회전에서 19살의 로저 페더러가 그동안 윔블던에서 8번중 7번의 우승을 차지한 피트 샘프라스를 5세트 경기 끝에 이긴 사건 등등. 그것은 그들이 치른 유일한 경기였으며 샘프라스는 은퇴하기 전에 윔블던에서 한 경기 만 더 이겼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경기인 2008년 결승전은 라파엘 나달-페더러 역학의 결정적인 역전을 보여주었다. 페더러는 이 경기에 패한 후 9년 동안 다시는 메이저 대회에서 나달을 이기지 못했다.

그 이후 남자 테니스의 세대교체 이야기는 없었다. 힘의 역학관계가 바뀐적도 없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그 길고 긴 15년 동안 등장한 가장 괴상한 테니스 재능을 지닌 선수다. 드롭샷을 구사하고 베레티니와의 16강전에서 라켓을 후라이팬 삼아 강서브를 막아내 상대 실수를 이끌었고 관중에겐 폭소를 유도했다. 한경기에 두번씩이나.

테니스는 일단 공을 넘기는 게임이고 상대에게 한번 더 치게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스무살 재간동이가 보여주었다.

25개월 전에 우승한 챌린저 이벤트에서 시드를 받지 못한 그였다. 이제 그는 다양한 수준과 코트에서 11번 우승했다. 메이저 우승도 하고 세계 1위도 했다.

그는 과격하고 역동적인 테니스를 하면서도 창의적인 플레이에 혀를 차게 한다.

알카라스는 이번 윔블던에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언제 떨어지나 조마조마하게 했다. 칠레 니콜라스 재리에겐 다 진 게임이었다. 키크고 서브 좋은 선수에게 맥을 못췄다. 베레티니와의 4회전은 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1세트를 알카라스가 잃자 베레티니의 서브와 포핸드는 춤을 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카라스가 이겼다.

알카라스가 태어난 해인 2003년에 조코비치는 프로가 되었다. 이 숫자는 알카라스가 조코비치를 내릴 선수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 암시는 16일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알카라스는 5세트 마라톤 매치에서 조코비치에 1-6 7-6<6> 6-1 3-6 6-4로 이기고 우승했다. 첫 윔블던 우승이고 그랜드슬램 우승은 지난해 US오픈 우승 이후 두번째다. 

우리는 7월 15일까지 노박 조코비치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조코비치는 지난 4개의 메이저 중 3개를 우승했다. 그는 지난 네 번의 윔블던에서 우승했다. 톱시드는 아니지만 2번 시드로 안정적인 대진에 속해 토너먼트 우승 유력 후보로 치오르고 있었다. 조코비치가 알카라스를 상대로 1세트 6대1로 획득했을때만도 윔블던에서 우승하고 그랜드슬래머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갈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알카라스는 2세트 타이브레이크 막판에 극적으로 살아났고 코트에서 펄펄 날았다.

알카라스는 운이 있었다. 조코비치 부재시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2022년 마드리드 오픈에서 나달과 조코비치를 연속 경기에서 꺾고 우승을 했다. 그리고 US오픈에서 그는 잊을 수 없는 토너먼트를 펼쳤고, 각각 황금 시간대에 시작하여 새벽 시간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5세트에서 3연속 승리했다.

빅3의 견고한 성은 도미니크 팀이나 알렉산더 즈베레프, 마테오 베레티니가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알카라스가 부쉈다. 마지막 남은 조코비치를 허물어트려 이제 빅3라는 말은 고복수의 흘러간 옛노래로 만들었다. 도미니크 팀, 알렉산더 즈베레프, 마테오 베레티니는 이제 알카라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들을 뛰어넘었다.

테니스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이것이 바로 게임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알카라스가 조코비치를 이기고 윔블던의 새로운 왕자가 되어 하루전만해도 조코비치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을 막아냈다.  다시 만나도 알카라스가 이길 경기력을 보였다. 빠르고 강하고 끈질긴 샷의 실력자로 나타났다.

윔블던 결승 2세트부터 조코비치는 지쳤고 코트 이곳저곳에서 넘어졌다. 알카라스는 이를 틈타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득점했다.

알카라스는 큰 기대를 한 지난달 프랑스오픈 준결승때보다 자신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표면에서 약자로서의 투지를 보여주고 진정으로 합당한 결승전을 만들었다. 신은 모든 것을 갖춘 사람보다 뭔가 모자랄때 하게 한다. 가장 약할 때 들어 역사에 쓴다. 

큰 무대에서 극도로 의기소침하고 쓰라린 패배를 당한 선수는 유사한 플랫폼에서 신속한 재대결을 해 절망의 굴에서 완벽하게 탈출했다. 

알카라스는 17일 윔블던에서 정확히 그 기회를 제공받아 진정한 세계 챔피언임을 증명했다. 프랑스오픈에서의 패배는 상대 테니스 실력이 우월해서 당한 것이 아니라 경험과 체력 면에서 뒤쳐졌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번 윔블던 결승에서는 경험에서 뒤지고 역사가 빈약했지만 테니스 실력이 월등했고 체력은 한경기를 더 해도 될 정도로 철철 넘쳤다.  관중들은 경기 안풀린다고 라켓을 네트 지주를 대려 부숴뜨리는 승부욕에 찬 왕년의 7회 우승자보다는 초조와 긴장속에 깔끔하고 과감한 샷을 구사하는 새 챔피언에게 박수를 보냈다. 

파리 준결승 뒤 알카라스는 “노박과의 경기는 쉽지 않다. 우리 스포츠의 전설이다. 노박을 상대로 신경 쓰지 않고 코트에 들어간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그랜드 슬램의 준결승전에서 경기도 신경이 많이 쓰이지만 노박과의 대결은 더욱 그렇다. 다음에 노박을 상대할 때는 다르길 바라지만 긴장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완벽하게 긴장과 압박감을 털어냈다. 

젊은 스페인 선수는 놀라운 회복력으로 1세트 굴욕을 딛고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10년간 무패의 선수를 상대로 압박을 가했다. 

알카라스는 경기전 "분명히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함께 잔디 코트에서 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이미 복잡해질 것이다. 제가 조코비치를 이길 능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다른 코트보다 기회가 적다고 생각한다"라며 경기에 임했다. 

2005년 라파엘 나달의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 US오픈에서 최연소 슬램 챔피언이라는 역사를 만든 20세 알카라스는 정확히 20세 때 윔블던에서 첫 번째 타이틀 결정전을 펼친 나달처럼 세계 정상에 우뚝섰다. 

알카라스는 윔블던 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를 제외하고 조코비치를 5세트로 이끌더니 이긴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조코비치의 시대는 가고 알카라스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