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교성 시니어연맹 회장이 중국 시각장애인에게 테니스를 가르치는 모습

 테니스를 배우는 일은 정상인들에게도 그리 간단치 않다. 더구나 앞을 보지 못하면서 테니스를 배운다면?

캘리포니아주 프리먼트의 맹인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것이 바로 그 테니스이다. 시각장애인용 버전으로 1980년대에 일본에서 개발된 테니스를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지원으로 세 군데 맹인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프리먼트는 그 중 한 학교다.

시각장애인용 테니스를 미국 전국에 보급하기 위해 비영리 시민단체인 '테니스 서브스'가 나서서 학생들 지도를 지원하고 있다.

"이 학교에 오기 전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테니스를 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라고 모데스토 출신의 16세 학생 조나단은 말했다. 학교 측은 장애 학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주(州)법으로 학생의 성(姓) 공개를 금하고 있다며 이름만 가르쳐 줬다.

시각장애용 테니스는 일반 테니스보다 코트가 좀 더 작고 네트 높이가 좀 더 낮으며 주니어용 테니스 라켓에 손잡이는 더 짧고 헤드가 더 큰 것이 특징이다. 코트 경계선용 스트링은 바닥에 테이프로 붙여져 학생들이 발로 코트의 경계선을 감지할 수 있게 돼 있다.

경기에 사용하는 공은 안에 금속 구슬이 채워진 발포 고무로 만들어져 충격을 받으면 소리를 내서 볼이 땅에 떨어지거나 라켓에 맞아 튕겨 나가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한 번 서브를 하면 세 번을 치기 전에 볼을 상대편에 보내야 한다.

테니스 서브스의 자원봉사자인 세잘 발라브(17)는 "가장 어려운 것은 볼을 쳐내는 순간의 타이밍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의 소리를 잘 듣고 오직 청각만을 이용해서 볼의 위치와 바로 곁을 스쳐가는 순간을 포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예요."

능숙한 선수들은 볼의 소리를 듣고 잇따라 쳐낼 수도 있지만 초보자들은 볼을 한 번 맞추거나 네트 위로 넘기는 것만도 무척 어려워 한다. 프리먼트의 학생들도 연습 중 쳐내는 볼의 대부분이 땅에 맞고 튕겨서 네트쪽이나 천정, 벽으로 날아가 부딪치고 있었고 상대에게 되돌려치거나 그쪽에서 돌려주는 볼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교사들은 학생들 중 그런 능력이 개발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1984년 일본의 시각장애 고등학생이었던 다케이 미요시가 디자인한 시각장애 테니스 볼과 이 게임은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어 아시아 각국에 퍼져나갔다. 그는 오랫동안 각 지역의 시각장애인 테니스 대회를 석권하다가 지난해 42세로 열차사고로 숨졌다.

자원봉사 교사인 발라브는 매사추세츠주 뉴튼의 고등학생으로 할머니가 살고 있는 일본에서 여름방학 인턴십을 하는 동안 시각장애 테니스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테니스 서브스 단체를 결성해서 미국 내 보급에 힘쓰게 됐다고 말했다.

5세에서 22세까지의 시각장애인 90명을 학생으로 두고 있는 캘리포니아 맹인학교에서는 볼링, 보트 젓기, 수영, 등산, 스케이팅, 골볼 등 시각장애 버전의 여러 가지 운동을 가르치고 있다.

테니스는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종목이며 정상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힘든 종목이지만 그만큼 익숙해진 다음의 교육적 효과도 크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시각장애인인데도 테니스를 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리먼트(미 캘리포니아주)=AP/뉴시스】차의영 기자 cm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