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최북단 테니스학교, 전곡고 위치

▲ 전국체전 경기도 1차 평가전 우승 뒤 기념사진

경기도에는 테니스를 잘 하는 남자 고등학교가 많다.

현재 윔블던 주니어대회에 출전한 정윤성이 속한 안양의 양명고를 비롯해 정현을 배출한 수원의 삼일공고, 평택의 효명고, 용인의 용인고 등 수두룩하다.  경기도 선발전이 전국대회 결승전일 정도로 경기도 남자 고등학교는 세다. 학교마다 우수 지도자들이 포진해 있고 학부모들이 자녀를 최고의 선수로 키워줄 학교에 앞다투어 보내는 형국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기도 최북단인 연천군의 전곡고등학교가 전국체전 고등부 경기도 대표로 선발되어 화제다.

이정헌과 이영석(이상 전곡고)을 주축으로 한  전곡고 테니스부(지도 장인선 감독, 문병률 코치)는 전국체전 경기도 대표 1차 선발전에서 정윤성이 출전한 안양 양명고를 3대2로 누르고 우승했다. 

 

▲ 경기일보가 5월 26일 전한 경기도 고등부 전국체전 1차 선발전 결승 경기 상황. 정윤성이 출전한 가운데 전곡고 선수들이 종합전적 3대 2로 이겼다

만약 1차 선발전으로 대표학교를 결정했다면 다른 학교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경기도는 대한테니스협회도 안하는 대표 선발전을 두차례나 한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다. 1,2차대회서 종합 우승한 학교를 전국체전 금메달 따라고 내보낸다.  선발이 철저하고 치열하니 본선무대에 나가면 결승 진출은 물론이고 금메달도 운이 보태지면 떼어놓은 당상이다.

1차전에서 양명고를 이긴 전곡고는 2차전에서  막강한 효명고를 꺾고 우승했다.  1,2차 선발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전곡고는 전국체전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한다.  8년만이다. 그동안 선수들이 빠져나가 테니스부 폐지 위기에 놓인 전곡고였다. 중학교 테니스부가 없어지면서 타지의 학생들을 받을 수가 없었다. 

자녀가 마음놓고 운동할 여건이 안되는 것으로 지레 짐작으로 판단해 선뜻 아이를 휴전선 부근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명지대 테니스 선수출신으로 임용고시를 통과해 교직에 몸담아 테니스부 학생들의 진로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장인선 감독 선생님의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다.  고 3 학생들은 졸업해 나가고 신입생이 들어 오지 않으면 자연 소멸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한두 선수가 전학을 오고 학교 주축 선수로 성장하면서 국내 주니어 톱10에도 들기 시작하더니 생각도 못한 경기도 1위를 해 전국체전에서 전곡고의 이름을 날리게 됐다.

그 과정에는 아픔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 이러한 결과의 배경에는 지도자의 노력과 지역 유지들의 눈물이 담겨 있었다.

한때 소년체전 경기도 주축학교였던 전곡중학교의 우승때 군부대 협조로 지프차에 어린 중학생 선수들을 태워  전곡읍내와 연천군내를 돌던 때가 있었던 곳이 전곡이다.  이를 즈음해 연천군테니스꿈나무후원회(회장 유경태)가 만들어지고  연천군 초중고 테니스선수, 지도자들을 위한 격려하던 곳이 바로 전곡이다.

▲ '전곡 테니스의 힘' 꿈나무 후원회. 유경태 후원회장 등 회원들이 시합볼 헤드 20박스와 국제대회 우승자인 이영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2002년 7월 노영준 초대 회장이 지역 유지 40명을 모아  연천군테니스꿈나무후원회를 만들어 10년간 기초를 닦았다.  월 1만원 정성을 회원들에게 모아 학교에 볼 전달하고 1년에 한두번 코트 한켠에서 바비큐 파티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정성이다. 2013년 2대 회장으로 유경태 회장을 추대하면서  테니스후원의 뜻을 쭉 이어갔다.   회원중 의사는 무료 진료로, 재정적 여유가 있는 회원은 식사비 지원으로,  인화단결에 자신있는 회원은 사람들 유지하고 끌어들이는 능력을 발휘하며 지역 테니스 꿈나무 후원을 유지했다.  

 장인선 감독은 "테니스부 존폐 위기 속에서 후원회의 정성과 선수들의 해보겠다는 각오로 전국체전 경기도 대표로 출전하게 되었다"고 감격해했다.

남자 고등부를 지도하는 한국체대 출신의 문병률 코치는 "올해 들어 이정헌과 이영석의 전국종별 복식 우승, 이영석의 김천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단식 우승, 권시온의 입상 등  선수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며 "노영준 초대 회장님, 유경태 회장님과 후원회원들의 관심과 애정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테니스부 학생들도  선수들간 서로 위하는 팀 환경과 지도자 선생님들과의 자유로운 대화, 후원회의 응원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연천군의 캐치 프레이즈는 '미러클 연천'이다.  전곡고의 전국체전 경기도대표의 8년만의 출전을 계기로 테니스의 미러클(기적)을 이뤄내고 있다.  

▲ 제51회 전국주니어선수권대회를 마치고 학교에서 김진영 교장 선생님(앞줄 가운데)과 학생들의 기념 축하 사진. 대회 준우승을 한 이정헌(3학년)은 2016 중국(닝보우)에서 열리는 한중일 종합경기대회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그동안 전곡고를 거쳐간 선수는 전 국가대표 나정웅(국군체육부대)과  김지혜와 심수산나(이상 한국체육대학 졸업), 권시욱, 임성규, 김재연, 엄관용(이상 한국체육대), 이나영, 이다운, 이찬미(이상 명지대), 박성아(전 양천구청), 유진(성남시청), 최재원(경산시청)  등이다.  전곡고 출신들은 경기도 최북단 테니스 학교라는 지리적 여건속에서 국내외 테니스 현장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