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일 하면서 가장 많이 다닌 곳이 있다면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이다. 

집에서 전곡에 애인 뒀냐는 소리를 할 정도로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한때는 아침에 경북 김천 다녀온다면 김천 애인이 어떠하더냐는 농을 들었다. 김천은 밤 기차를 타고 올라올 정도로 취재마치고 부지런히 상경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사람은 다 아리라. 

이제 새 애인을 전곡에 뒀군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수시로 다녔다.   서울 돈암동에서 전곡까지 가는 방법은 두가지. 차를 갖고 가는 것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있다.

차로는 54km. 집에서 동부간선도로까지 15분 간 뒤 의정부 너머 성모병원 앞에서 자동차전용도로를 타면 동두천경찰서 까지 냅다 달린다. 동두천경찰서에서 전곡까지 20분.   안막히는 새벽시간에 1시간 20분이면 넉넉잡고 전곡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 구석기 시대 동물 맘모스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인들이 창들고 서 있는 대형 유원지 입구같은 것이 나오면 전곡이다.  

▲ 연천군 입구에 세워진 맘모스와 구석기인 조형물. 야간에도 조명을 두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연천이 아주 오래된 인류 거주지임을 나타냈다

전곡에 뻔질나게 가는 이유는 테니스때문.  전곡에는 테니스가 있다.  조선일보 주말판에 한화 이글스 야구감독으로 새로 취임한 김성근 감독의 인터뷰가 나왔는데 "죽을 때까지 야구하는 것"이라는데. 전곡에는 죽을때까지 테니스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10여년전 지역 유지들로 구성된 전곡테니스후원회가 있고 초중고테니스부가 있다. 주니어로컬대회, 국제주니어대회 등을 후원하는 연천군과 체육회가 있다. 

그동안도 후원회 행사에 참석하고, 대회때 잠시 얼굴비추며 관심을 가져온 지역인데 올해들어 자주 다니는 것은 프로대회가 주 요인이다. 

연천군과 체육회에서 예산을 책정해 선수들에게 가장 실질적으로 필요한 대회를 만들어 달라는 일선 지도자들의 요구에 부응했다. 올해는 없는 살림 쪼개어 모은 것으로 하고 내년에는 아얘 프로대회를 정식으로 하는 것으로 작정하고 있는 곳이 연천군이다. 

이러한 형국이니 집에서 연천에 애인 뒀냐는 소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다니게 되었다. 한번은 사전회의, 한번은 실무회의, 한번은 문건 전달, 한번은 취재, 한번은 마무리 등등.  대회 관련 준비물과 경기 진행은 전국중고등학교 지도자들이 프로답게 도맡아 처리했다. 대진표 작성, 매치 성사, 결과 등등.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연천남자프로 2차대회는 열리고 있다.  애초 12월 첫 주말에 잡은 대회는 연천DMZ평화컵동호인대회가 비로 밀리면서 12월 첫 주말에 열렸다. 프로대회는 두주 밀렸다.  올해 연천은  테니스 대회 4종 세트인 동호인대회, 주니어대회, 국제대회, 프로대회를 치렀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안내판 등을 세심히 신경썼다. 대회가 열리면 연천군민 대다수가 스포츠마케팅행사 하는구나하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대회장에 관중으로서 둘러보진 못해도 선수들 왔구나 하는 것은 시내에서 몸으로 느끼고 있다.

▲ 12월 13일 외부온도 영하 11도

▲ 경기도 최초의 실내코트. 전곡중학교에 있는 이 코트는 의정부나 포천에 실내코트가 생기기 전에 건립되어 엘리트들의 겨울철, 비오는 날 훈련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12월 엄동설한에, 바깥온도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에도 반바지 입고 운동하게 되는 것이 실내코트다

 13일 전곡에서 열린 프로대회는 추운 날씨의 우려에도 대회 첫날을 마쳤다. 대진표가 경기 시작 이틀전에 공개되자 기권자들의 전화가 왔다. 아픈 사람도 생기고 컨디션 난조도 생기고 등등해서 추가 신청자를 최종 대진표에 넣어 경기는 진행됐다.

8시 도착해 선수들의 실내코트에서  내는 공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아하  이렇게 대회는 시작되는구나 느꼈다.   수비좋기로 유명한 이원복 선수에게 대회에 대해 물었다. "프로대회는 진지한 게임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재밌다"며 "형들하고 해서 좋다. 3회전에서 강호기 형과 경기를 하게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실 중고생들이 선배들인 대학생이나 실업선수 선배들과 경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제대회나 나가야 가능하다.  초중고대학실업이 부별로 따로 경기를 하고 실업대학오픈대회에서나 대학생과 실업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한국선수권에서나 중고생들이 대학, 실업선수들과 경기를 할 수 있다.  한국선수권에서 선배들은 긴장하게 되고 후배들은 한번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기 마련이다.   간혹 고등학생이 실업, 대학 선수를 이겨 뉴스가 되곤했다.  연천프로대회는 동호인이나 초중고대학 실업 선수등 누구나 참가하기에 선배들은 긴장하고 후배들은 자신의 수준을 점검해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 봐주는 경기는 하나도 없다. 경기 뒤 부족한 점을 메우려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띄어 프로들의 맹아적 모습이 나왔다.

테니스 선수를 아들로 둔 신세민씨는  "0-6 0-6으로 패했지만 내 볼을 쳐서 그런지 대 만족"이라며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테니스를 아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연천군에서는 우리나라 첫 프로대회를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