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부산오픈 복식 준우승을 차지한 임용규(왼쪽)와 정석영

남자 국가 대표 2명이 세계 100위 진입의 꿈을 접게 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까지 한솔그룹(회장 조동길)의 국제대회 출전 경비 지원을 받던 임용규와 정석영이 후원사를 찾지 못한 채 새해를 맞게 되었다. 임용규는 우리나라 남자 선수가운데 가장 높은 국제랭킹을 보유하고 있고 정석영은 그 뒤를 잇고 있다.

임용규는 올해 2월 명지대 졸업 예정이고 정석영은 건국대 충주캠퍼스 3학년에 재학중이다. 이들은 한솔그룹으로부터 각각 1억5천여원만에 가까운 투어 경비를 지원받아 국제대회에 코치를 대동하고 출전했다.

그 결과 임용규는 1년에 22차례 퓨처스와 챌린저에 출전해 140점 포인트를 획득해 302위에 올라있다.

정석영은 임용규보다 적은 16번 대회에 참가해 102점으로 387위를 마크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출전하지 못해 200위나 100위대로 랭킹을 끌어 올리기는 커녕 현재 랭킹을 유지하기 조차 힘들게 됐다. 해외 대회에출전하려면 최소한 일정을 자유롭게 변경 가능한 항공 티켓을 구매해야 하고 3~5주간의 체재비(호텔, 식사)와 경우에 따라 코치비 까지 포함하면 대략 1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주니어라면 투자하는 의미에서 부모가 집을 줄여가며 댈 지경이지만 이 둘은 그렇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세가 넘었고 스스로도 노력해야 겠지만 국가대표로 뽑힌 이상 국가에서 랭킹을 끌어 올리는데 거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투어 경비 없다고 테니스를 아주 접는 것은 아니다. 실업팀에 입단해 국내 무대와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랭킹을 끌어올리고 동남아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대회에 출전하기는 어렵다. 실업팀들이 그정도로 투자를 하지는 못한다. 팀 하나 유지하기도 지방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국이고 국내 무대에서 입상하거나 전국체전, 도민체전이 국제대회 퓨처스나 챌린저 우승보다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300위대 두 선수들은 정글같은 투어무대에 진입도 못해보고 꿈을 접게 됐다.

부산오픈챌린저나 삼성챌린저 또는 10여개의 국내 퓨처스에서 우승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연달아 열리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열린다고 해서 우승하라는 보장이 없는 이상 랭킹포인트를 착착 쌓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형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렇다고 10여년간 지원해준 한솔이 테니스 애정이 식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솔은 주니어들에게 수천만원의 장학금으로 국제대회 출전 경비를 10여명 후원했고 특히 임용규, 정석영 두 선수에게도 주니어시절부터 물심양면 후원을 했다. 그런데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그 기간에 이들이 스스로 100위에 진입했어야 했다. 그러면 후원이 가속도를 붙고 뒤 이어 주니어들의 후원도 계속 될 수 있었는데 그 길이 막힌 것이다.

몇년전에 한솔오픈 본선 와일드카드를 받은 국내 선수의 경기를 보고 '딥 임팩트가 필요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수차례 본선 와일드카드를 제공했는데 1회전 통과를 못해 선수에게는 왜 테니스를 해야하는 지 깊은 충격이 필요하고 선수의 라켓도 깊은 임팩트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그 선수는 한솔의 후원 계약이 해지되고 100위 들지 못하는 여자 선수들에 대한 후원을 시나브로 중단한 적이 있다.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후원은 하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무한정 후원하지 못하는 것이 후원사의 생각들이다. 테니스에서 성과없이 후원만 하는 화수분 후원사는 결코 없다.

다만 테니스를 하려는 선수들은 그나마 애국자다. 그 힘든 여정을 이겨내고 말도 안통하는 나라에 가서 동양인이 테니스를 해서 자신의 랭킹도 올리지만 국가의 격도 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야구가 메이저리그 류현진과 추신수로 인해 미국 동포들의 삶을 지탱해 주고 국내 힘든 여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위안 거리로 삼게 되었다. 박찬호나 박세리, 박지성, 기성용의 외국무대 선전이 보이지 않는 국내 생산성 향상과 메이드인 코리아 수출제품의 단가를 올려왔다.

그렇듯 테니스 선수의 국제대회 활약은 130만 테니스 동호인의 기쁨을 선사한다. 이형택, 조윤정 등이 투어 무대에서 활약할 때 그러해왔다. 선수하나 키우면 테니스 산업도 살고 선수도 살고 후원사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세계 17위에 있는 일본의 니시코리는 일본테니스를 월드그룹으로 올려놓고 심지어 며칠전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회전을 통과해 세계 8강에 진입했다. 임용규 정석영에게 진 이토 타츠마 등이 국가 테니스 순위 8강에서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있는 것이다.

니시코리 티셔츠 팔뚝에는 일본 라면 회사의 상표가 붙고 온갖 스폰서들이 옷에 뭘 붙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니시코리를 관리하는 IMG 회사는 니시코리 컨디션 유지를 위해 일본 귀국 일정을 연간 최소화하고 있다. 데이비스컵과 재팬 오픈 기간 이외에는 일본 공항에 발도 못붙이게 하며  톱10 진입 전략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리나는 어떤가. 우리나라로 치면 리나와 같은 여자 선수는 많았다. 그런데 리나는 서른 넘는 나이에 그랜드슬램 우승을 하고 난리다. 중국은 또 테니스로 확 뒤집어져 있는 상태다. 1년전 모델의 라켓이 우리나라보다 배나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시장규모도 아시아 테니스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을 넘어섰다.

우리는 어떤가.

그나마 국가대표 원투펀치라 할 수 있는 선수가 국제대회 출전 경비가 없어 실업팀 입단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렇다면 니시코리나 리나와 같은 선수는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톱10은 커녕 100위 문턱에 들지도 못하고 선수들 스스로 날개를 접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월 인도와의 데이비스컵이 코 앞에 있고 인천아시안게임이 9월에 열린다. 테니스는 그동안 86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유진선 등의 금메달 4개, 88올림픽,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언저리에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동대문 라켓 시장은 그때가 가장 좋았다고 회상들 한다.  하지만 이 좋은 기회를 그냥 흘려버리게 생겼다. 인도와의 데이비스컵 서울 홈경기에서 이기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이 툭툭 나오면 테니스는 중흥기를 다시한번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여럿 살리는 계기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 그나마 원투펀치인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용기와 후원이 필요하다.

당장 임용규와 정석영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 못하면 병역특례혜택을 못받고국군체육부대  선수로 뽑혀 선수생활을 하거나  일반 사병으로 군복무를 해야한다.

상무 입대의 경우 자비를들이거나 후원이 있으면 해외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테니스의 경우  군복무하는데 1년내내  투어비용을대는 후원사도 없었고 자비로 다니지 않는것이 현실이다. 이래저래 풀기 어려운 숙제가 새해 벽두부터 놓여졌다. 그렇다고 주니어들이 18세 무대에서 잘하고 쑥쑥크는 것도 아닌 시점에서 100위 투어 선수 만드려는 우리 테니스는 어쩌면 거리 예측 어려운 긴 어둠의 터널을 언제까지 헤매야 할 지 우려가 된다. 

방법은 후원사가 나오는 것이다. 16개 시도중 지방자치단체와 협회,연합회가 각각 한 선수씩을 맡아 1년에 1억여원 정도의 투어 경비를 마련해 주는 것이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매년 목표를 세워 주고 3~5년간 길게는 10년간 후원을 한다면 100위 진입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든 투어 경비를 대는 대신 선수가 벌어들인 상금의 30%를 경비 대는 쪽에서 받고,라켓과 용품 등의 후원 계약에서 50%를 선수에게서 받는 방법이 있다. 적기에 투자를 하고 길게 투자 효과를 보는 방식이다.

문제는 적기 투자를 누가 하고 그 두 선수에게 얼마나 기대를 할 수 있는냐가 남게 됐다.

어느 지방 회장의 말대로 1천만원씩 매년 내는 후원자 50명을 조직해 5억원을 만들어 될성부른 선수를 선발해 후원을 하고  상금과 스폰서십의 일부를 후원자 조직에 선수생활하는 동안 내는 형식이라면 선수도 키워내고 후원자 조직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선수가 은퇴해 매년 1천만원씩 내어 후배선수들의 100위 진입을 도울 수도 있다. 선수 육성의 선순환 구조가 아닐까.

그 다음 문제는 누가 이들을 제대로 지도할 것인가가 남았다.  지도자에 대한 의견은 다음 칼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