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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흥(興)이 많고 역동적인 민족이다. 좋은 일이 있을 때면 모든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신명 나게 징과 괭가리를 두들기며 마을을 뒤 흔들었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격구를 너무 즐겨 나라에서 금할 정도로 강인하고 역동적이었던 우리 민족은 조선시대에 유학사상이 사회이념으로 전파됨과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다. 반상(양반과 상놈)의 사회구조로 인해 넘어설 수 없는 경계가 생겼고, 개방적이었던 여자들은 남존여비와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논리에 묶여 폐쇄적인 담장 안 생활로 접어 들었다.
담장 안 생활에 익숙해진 여자들의 눈과 입에서는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에 느는 것이 한숨과 눈물이고, 양반의 수탈과 수많은 외침으로 인해 “밤 새 안녕하셨는지요?”라는 아침 인사말이 민초들의 입에서 절로 나오게 된다. 3일 밤낮을 술을 마시며 춤추고 노래했다던 우리 민족의 민족성이 내, 외적인 요소로 인해 “흥”겨운 삶에서 “한” 많은 삶으로 변화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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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테니스연합회 조경래, 김인숙 이사. 호주오픈 남녀 준결승과 결승을 VIP석에서 본다 |
한국에서 반가운 지인 두 분이 호주로 왔다.
취재 도중 잠시 그분들과 함께 트램을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도는 여유를 부렸다. 지난 일요일에 이어 두 번째 나가는 것인지라 조금은 마음이 편한 상태라 할까? 공원 중심으로 돌았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좀 더 시내 중심가로 이동했다. 퇴근 시간인지라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시내 중심가에선 두 편으로 나뉜 청춘남녀가 댄스 배틀을 하고 있었고, 플린더스 광장에서는 에어로빅(?)강사의 호흡에 맞춰 많은 이들이 흥겹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잔디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연인들이 몸을 밀착하고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그러나 자유로움 속에 질서를 잃지 않고 있었다.
시내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현재를 위해 과거를 지우지 않았고 그렇다고 과거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무와 바위는 성분 자체가 틀리지만 자연 속에서 함께 있음으로써 조화를 이뤄 가듯 전통(고 건축물)은 전통대로 현대(현대 건축물)는 현대대로 서로 한 공간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가 끼리 끼리 모여있는 우리 나라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에 와 처음으로 느낀 것은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밝고 말하는 목소리가 또박 또박 하다는 것이다. 우리말 외에는 아직 레벨 1단계라 간단한 의사 소통밖에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좀 안타까웠지만 그들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그 모습은 참 배울 만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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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 |
우리의 기대 주 정현이 주니어 8번 시드 러시아의 메드베데프를 2:1(6-3 3-6 6-1)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선수 입장에서 매 라운드 만다 어찌 쉬운 상대가 있겠는가?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1,2라운드에서는 비교적 손쉬운 상대를 만났다 하면 이번 3라운드에서는 자신보다 주니어 시드가 높은 선수를 만났기에 앞으로의 상황을 판가름 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었다.
메드베데프는 스트로크도 몸의 움직임도 발리도 시드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정현에 비해 오로지 서브 하나만 좋았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정현 선수가 그만큼 잘 했기 때문에 상대편의 실력이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현 선수보다 높은 시드8번을 받고 출전했다는 것은 무시 못할 무게 감이다. 실력이 좋건 좋지 않건 매 시합마다 주니어 선수들은 코트에서 최소 하나쯤은 배우고 나와야 한다. 메드베데프에게서 정현 선수가 배워야 할 것은 두 가지다. 게임이 자신의 의도대로 풀려나가지 않자 지능적인 변칙 플레이를 시도한 것과 강력한 서브다.
같은 시간대에 열렸던 이덕희 선수는 쿠엔틴 할리(프랑스,7번시드) 선수에게 아쉽게 2:0(7-6<5> 6-2)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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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더러의 환상적인 백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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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코비치 |
페더러가 머레이를 이김으로써 남자 4강이 가려졌다. 8강까지 드미트로프(22번시드)가 델 포트로의 자리를 차지했을 뿐 별 이변 없이 진행되어 오던 남자 단식이 나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보다 하위 랭커에게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페더러와 머레이, 베르디흐와 페러는 사실 누가 이길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조코비치가 바브링카에게 패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기에 조코비치 탈락은 꽤 큰 이슈가 되었다. 준결승은 나달vs.페더러, 베르디흐vs.바브링카의 대결이다. 테니스의 교범이라 불리는 페더러와 가장 색다른 타법을 쓰는 나달의 라이벌 대결은 항상 흥미진진했다. 사실상 결승보다는 준결승이 테니스 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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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나 |
상대적으로 이변이 많았던 여자 단식은 리나 vs. 부샤르, 시불코바 vs. 라드반스카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리나와 라드반스카의 결승을 조심스레 예상해 보지만 사실 워낙 이변이 많은 대회이다 보니 이것마저도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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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원단 |
이곳의 응원문화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어린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같은 유니폼을 입고 어깨엔 자국의 국기를 걸쳤다. 월드컵이 열릴 때 보았던 모습을 지금 이곳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는 개인 종목이긴 하지만 사실 어찌 보면 국가대항전이라 볼 수도 있다.
전 세계의 국가에서 참가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 이곳으로 몰려와 자신의 명예와 부를 위해서 경기를 뛰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뿐만이 아니라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자국의 선수들이 승리를 할 때마다 신문 방송을 비롯 매스미디어에서는 대서특필을 하며 비중을 크게 두어 보도를 하고, 코트에서는 일방적으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멋진 샷에는 모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호주를 비롯 유럽 선수들은 매우 자유 분방하게 자국 선수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 응원을 한다. 잠시 선수들이 화장실을 가거나 옷을 갈아입기 위해 코트를 비우면 몇 몇의 무리가 파도타기를 시도한다. 모데라토로 시작하여 알레그로로, 또 아다지오로 베토벤 교향곡이 변하듯 경기장 전체를 몇 바퀴 돌 동안 파도타기도 그 속도를 변화 무쌍하게 달리하며 관중들의 흥을 돋운다. (모데라도: 보통 빠르게, 알레그로: 빠르게, 아다지오: 느리게). 파도타기는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참여하며 함께 즐긴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은 자유분방함 보다는 일치단결된 모습이랄까? 우리가 월드컵 때 “대한민국~” 하고 외치면 모두들 합창하듯 “대한민국~” 하는 것과 같다. 무엇이 더 나은가? 라고 평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유분방하게 응원하는 모습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볼거리와 웃음을 더 많이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응원의 방법은 둘째 치고 응원할 수 있는 여건이 빨리 왔음 좋겠다. 그나마 주니어들이 선전하고 있어서 이곳에서 소수이지만 응원단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본다.
강인하고 흥이 많은 우리 한민족, 2002년 월드컵 때 축구라는 단일 종목으로 전국의 모든 사람들을 광장으로 이끌어 한바탕 흥을 돋웠던 그 모습을 이제 테니스에서 보고 싶다. 꿈일까? 현재는 꿈일지 여겨질 지라도 신명 나게 한 판 놀아 볼 날이 꼭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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