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와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그 답은 옷 벗는 소리와 돈 세는 소리라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조크다. 여기 멜버른에는 지금 이 두 가지 소리가 모두 들린다. 그리고 한 가지 더...여기 저기서 괴성까지 들린다.
오늘 멜버른의 최고 온도는 40도가 넘었다.
불볕 더위에서 최소 2시간 이상을 뛰어야 하는 선수들은 브레이크 타임마다 목에 얼음 목도리를 걸쳐야 했고 사진 기자들은 햇볕에 뜨거워진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수건으로 카메라를 덮어야만 했다.
찜통 같은 더위에 많은 남자들이 웃통을 벗어 제켰고 여자들은 하늘 하늘 가벼운 차림이다. 웃통을 벗어 젖힌 남자들은 다 젊은이들 이었지만 시원한 차림의 여인들은 오히려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있는 분들이다. 여인들의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걸까? 세월이 얼굴은 만졌어도 마음만은 어찌하지 못한 듯 하다.
3년 연속 우승을 목표로 뛰고 있는 빅토리아 아자렌카(2위, 벨라루스)의 등장으로 멜번 파크 로드 레이버의 하루는 시작됐다. 아자렌카의 상대는 요한나 라르손(91위, 스웨덴). 총 32개의 실책을 쏟아 낸 아자렌카는 1세트에 라르손의 공격에 시종일관 끌려가는 듯 보이며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다행히 타이브레이크에서 쉽게 포인트를 내 1세트를 가져온 후 2세트 들어 그 기세를 쭉 몰아가 세트 스코어 2:0(7-6<2> 6-2)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둘 은 샷 전쟁과 함께 괴성과의 전쟁도 함께 치르고 있었다.
한 때 선수들이 내지르는 괴성에 대해 소음 방해라는 요지로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일부러 상대방의 샷에 대해 방해를 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지 않는 한 자신의 코트에서 자신이 샷을 칠 때 내는 소리는 제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괴성을 지르는 선수들이 늘어가는 듯 하다.
괴성 하면 샤라포바를 빼 놓을 수 없을 듯 하다. 마리아 샤라포바(3위. 러시아)는 가장 아름다운 테니스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내지르는 소리 때문에 이런 저런 좋지 않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녀가 내지르는 소리는 101 데시빌로 110데시빌인 사자의 포효 소리와 버금가는 정도다.
샤라포바는 베타니 마텍 샌즈(41위. 미국)을 2-0(6-3 6-4)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자신의 첫 서브를 더블폴트로 시작한 샤라포바는 1m88이라는 큰 키에도 퍼스트 서브가 번번히 네트 상단에서 10cm아래에 꽂혔다. 그녀의 토스는 매우 높다. 토스가 높으면 바람의 영향을 받기 쉽고 불안정한 토스를 할 가망성이 많아진다.
그녀의 상대 마텍 샌즈. 우리나라 기준으로 따지면 불량소녀나 하고 다니는 형형색색 염색 머리에 팔에 문신(?)을 하고 샤라포바와 맞선 그녀는 1m68cm의 단단한 체구로 샤라포바보다 20cm나 작다. 하지만 그녀의 탄탄한 플레이는 남자랭킹 3위인 스페인의 페러를 연상시켰다. 비록 샤라포바에게 세트 스코어 2:0(6-3 6-4)으로 졌지만 복식(나이(28세)와 키가 단점인 관계로. 단식보다는 복식에서 성적이 더 잘나왔음)에서는 앞으로도 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고 보니 WTA 랭킹 1위에서 3위 까지가 모두 괴성을 지르는 선수들이다. 괴성 1위는 샤라포바, 2위는 세레나 윌리엄스로 88.9데시빌, 아자렌카는 83.5데시빌이다. 랭킹과 괴성과의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아가시, 샤라포바, 윌리엄스를 가르친 세계적인 테니스 코치인 닉 볼리티에리는 인터뷰에서 “일부러 선수들에게 괴성을 지르도록 훈련 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테니스에 있어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괴성을 지르는 선수들은 볼이 날아올 때 호흡을 들이 마신 후 잠시 정지된 호흡을 임팩트 하는 동작에서 괴성을 지르면서 분출하게 된다. 이 과정은 호흡을 들이 마시면서 몸에 축적된 기(氣)의 분출과 함께 근육의 완화를 가져온다. 상대편에겐 방해가 될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까지 1회전이 끝났다.
로드레이버 아레나는 오늘 호주국민들에게 저주를 내렸다. 자국민들의 열렬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로드레이버에서 경기한 호주 선수들은 모두 1회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말았던 것이다. 페더러(6위. 스위스)와 맞붙은 제임스 덕워스(133위. 호주)를 필두로 레이튼 휴이트는 이탈리아의 셉피에게, 버나드 토믹은 서혜부 통증으로 나달에게 기권하여 세 명의 기대주들이 모두 탈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덕워스나 토믹이야 그렇다 쳐도 휴이튼 한 명 정도는 살려둘 수 있었을 텐데 무언가 로드레이버의 심사가 꽤 많이 토라진 듯 하다.
머레이, 송가, 델 포트로, 베르다스코, 니시코리, 라드반스카, 워즈니아키도 2회전에 진출했다. 1회전에 탈락해도 3천만 원이 넘는 돈을 받으며 2회전에 진출하면 상금은 그 배가 된다. 호주오픈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대 메이저 대회 중 상금 규모가 가장 작은 대회였다. 대회본부는 대회기간 중 각종 공연을 비롯 테니스를 관광 상품화 시켜 나갔고 이 노력은 자연스럽게 기업 스폰서 및 TV 중계권료 인상으로 이어져 지금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상금이 가장 많다.
2014년 호주오픈은 총상금 3천3백만 달러로 지난해 3천만 불 보다 3백만 달러가 늘었다. 남녀 단식 우승 상금은 243만 달러로 전년과 동일하지만 일찍 탈락하는 선수들의 상금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호주 오픈을 비롯 메이저 대회 단식 선수의 88%가 3회전을 통과하지 못하고 짐을 싼다. 윔블던의 브룩 회장은 “톱 랭커에 오르기 위해선 멀고 먼 여정을 해야 하는데 그 길은 너무도 비싼 비용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 영국 랭킹 1위 그렉 루세드스키도 빅4에 속하지 못한 선수들을 위한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듯이 상위 랭커 들 보다는 하위 랭커들의 상금을 좀 더 인상해 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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