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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효(코멘터리 발행인)  |  bbh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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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3.29  22: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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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체육에서 뭘 가르칠까

과거에는 학교 체육이 다른 학과 과목 때문에 골치 아픈 머리를 잠시 쉬어가는 시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몇 십 년 전에도 학교 공부가 어떤 상급 학교에 진학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있다 보니 학교나 교사, 학생 모두가 스포츠를 애호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신체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일부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잡담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요새 체육시간이 어떤 모습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경기도 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주 3시간의 체육시간을 이용해 테니스를 가르치는데 1년 정도 교습을 받고 나면 대부분 학생들이 일생동안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기초실력을 쌓는다고 한다. 예전처럼 공 몇 개 나눠주고 알아서 놀라고 했는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것은 물론 학교 안에 테니스코트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또 학생 전원이 일률적으로 테니스를 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학교 체육시간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가서 배우는 내용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어떤 고려대 총장이 “대학에서 명심보감을 가르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는데 이건 대학의 개념을 잘 몰라서 한 소리로 들린다. 대학은 생각하는 방법 즉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곳이지 성현의 말씀과 경전에 따라 인생의 기초 덕목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얘기 정도는 일상의 가정생활 속에서,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에서 익혀야 마땅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체육은 초등학교에서 걷기, 달리기, 스트레칭, 체조 등 기초운동을 통해 스스로 신체를 챙기고 다스리는 방법과 기술을 가르치고, 친구들과 함께 정해진 룰에 따라 단체경기를 몸소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중학교에서는 구기운동을 시키고 사춘기 연령을 감안해 성교육과 약물교육도 포함시켜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일생 동안 취미생활과 동호인활동을 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해 기본기를 익히고 운동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일 것이다. 대학에서는 기왕에 선택한 종목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종목도 접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상의 주문은 기본적인 사항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학교체육에서 필수적으로 꼭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수영 능력을 꼽고 싶다. 지난해 비극적인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처럼 큰 희생이 따랐던 것은 학생들이 어른의 말을 무조건 순종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맞다. 또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질타도 옳다, 하지만 만약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모두 수영을 할 줄 알았더라면 결과는 조금 달랐을 수도 있다. 헤엄칠 줄 알면 물에 대한 공포가 적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구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탈출했을 수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친다는 것은 까마득한 일로 보일지 몰라도 굳이 안 될 까닭이 없다. 서울덕수초등학교는 전교생에게 수영을 가르쳐 지난 1994년부터 해마다 ‘한강헤엄쳐건너기’ 행사를 해왔다. 이는 물론 덕수초등학교 안에 전용 수영장이 있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려면 학교 안팎 도시와 농어촌 곳곳에 실내외 수영장을 지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교육예산이 55조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0년 정도 연차계획을 세워 추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인명 보호와 스포츠 진흥이 주된 목적이지만 수영장 건설에 따른 경제효과와 고용 증대 등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999년 콜로라도 덴버 근교에서 일어난 콜럼바인 고교 학살사건은 여러 원인 가운데 가해자들이 평소 교내 운동선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도 있었다. 미국 고교에서 공부 잘 하는 학생은 인기가 없어도, 운동선수는 지나칠 정도로 또래에게 대접을 받는다. 한국은 거꾸로 학업성적만 중시하고 운동능력은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고교에서 이른바 명문대학 합격자는 몇 명에 불과한데 나머지 대다수가 그들의 수험 공부에 들러리를 서는 꼴이다. 일본의 경우 고교에서 클럽활동은 학과 못지않게 중요한 학교생활의 일부다. 악기나 운동을 배우든 문학이나 연극‧무용공연을 하든 클럽활동을 통해 많을 것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도 학벌이 점차 덜 중시되는 사회적 추세에 따라 대학 간판을 위한 공부 일변도보다는 삶을 풍부하게 하는 취미활동과 예체능 적성을 키워줘야 한다.

학교에서 수영을 필수로 가르치자. 테니스와 배드민턴, 탁구, 농구, 야구, 축구, 빙상, 댄스, 연극, 영화를 배워 일생의 동반자로 삼도록 하자. 골프, 승마, 스키, 자전거도 택할 수 있도록 하자. 자동차 운전과 생활금융, 소비자경제 등 생활기능도 가르쳐야 한다. 제2외국어는 대학에서 배우도록 미루고 초중고에서는 미래의 필수 기능인 컴퓨터언어와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 잡다한 지식은 인터넷만 뒤지면 나오니까 암기할 이유가 없고 물리, 화학, 생물도 선택과목으로 충분하다. 문제풀이 능력 이전에 제대로 된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자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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