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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청 심성빈과의 우연
글 박원식 기자 사진 의정부=황서진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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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1  08: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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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시청 심성빈

어떤 일은 우연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심성빈과의 만남이 그렇다.
모든 테니스대회를 다 취재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라켓 들고 경기하는 선수들의 얼굴은 한두번쯤 스치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기자의 얼굴을 한번씩은 본다. 기자도 선수의 얼굴을 한번 정도는 망막에 스치기 마련이다. 신중초-마포중고-한림대-의정부시청 선수 심성빈의 경우는 그간 한번도 스친적이 없다. 보통 대회의 8강, 4강, 결승을 취재하기에 단골손님들만 자주 만나기 마련이다.
예선 1회전부터 취재를 하려하지만 여의치 않다.

심성빈을 만난 것은 11월 7일 토요일 천안 한국선수권 예선 2회전 경기 뒤였다. 4번 코트 심성빈-김민성(최주연아카데미)의 경기가 심성빈의 드롭샷 득점으로 끝나자 경기를 지켜보던 타팀 감독, 선수들이 일제히 탄성을 냈다. 김민성을 성원하는 대구시청 박병옥 감독은 1세트 4-1 2세트 4-1로 김민성이 리드하다 둘다 4-6 6-7<5>로 놓친 것에 애석해 했다.

그렇게 끝났다.

우연은 이제부터 시작.

기자실에서 인터뷰하려던 예정된 선수가 일정이 있어 다음으로 미뤄지면서 시간이 비었다.  뭔가없나하고 기자실 문을 열고 나가니 목에 수건을 두르고 지나가는 선수가 있었다. 심성빈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했다. 첫 답은 "제가요?"였다. 한국선수권 출전 기록과 예선 2회전 경기 내용, 초중고테니스 경력, 소속 의정부시청 팀 분위기 등을 물었다. 다음날 심성빈은 예선 결승에서 장준혁을 이기고 본선에 올라 1회전을 이겼다. 의정부시청 정윤성, 박의성, 정영석 등은 자동 본선 출전 선수에 이어 심성빈이 본선에 합류하고 출전선수 전원이 1회전을 통과한 기념으로 의정부시청 유진선 감독과 그 화제의 인터뷰를 하게 됐다.

선수 전원 본선 1회전 출전시킨 국내 명장 감독 가운데 세종시청 김종원 감독과 의정부시청 유진선 감독이 물망에 올랐는데 세종시청은 본선 1회전에서 한명(김근준)이 지면서 유 감독이 인터뷰 대상자로 낙점됐다.
한국선수권 대회 첫날은 첫 남자 선수 승리, 첫 여자 선수 승리, 첫날 제일 마지막 경기한 선수들 등 몇가지 기준을 갖고 인터뷰했다. 이틀째는 남녀 단식 예선 1,2번 시드. 그 사이에 심성빈이 우연히 인터뷰하게됐다.  팀 선수들 본선 1승을 하면서 유 감독까지 인터뷰를 하게 됐다.  우연이지만 다 계획이 있었고 붓 가는데로 그려졌다. 

   
▲ 한국선수권 예선 2회전 이긴 뒤 기쁨의 포즈를 취한 심성빈. 카메라 노출이 심해 환하게 나왔다.
   
▲ 마포고 시절 심성빈. 왼쪽 두번째. 최근철 코치, 권순우 등이 함께했다.낫소기 단체전 준우승

 

여기까지도 다 그런가보다 했다.

한국선수권에 이어 16일부터 의정부시에서 제3차 실업연맹전이 열렸다. 테니스피플 199호 신문제작을 부지런히 마치고 의정부 대회장을 찾았다.  18일 단체전 시상식이 안병용 시장님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그리고 단식 경기가 호원 실내코트 곳곳에서 열렸다. 2번 코트에서 이름있는 경산시청 문주해에게 1세트를 이기고 2세트를 큰 스코어차로 벌린 선수가 있었다. 누군가하고 눈을 비벼 보니 심성빈이었다. 곁에 있던 유진선 감독에게 "잘하네요'하고 말을 건네니 "최근 부쩍 늘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때 누군가했더니 한국선수권 예선 2회전때 인터뷰한 선수였다.

심성빈은 실업연맹전에서 수시로 입상하던 문주해 선수를 이기고 감독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얼굴엔 자신감이 배어 나왔고 등 뒤에선 열심히 했다는 표시로 김이 무럭무럭 나왔다. 그의 발걸음은 힘차지만 가벼웠다.

심성빈은 3회전에서 KDB산업은행 송민규에게는 고비마다 차이를 보이며 3-6 3-6으로 패했다. 국가대표를 맞아 처음 한 경기치곤 잘 버티고 강한 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보였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간헐적으로 대회장을 찾은 가운데 심성빈의 단식 2,3회전 경기를 오롯이 볼 수 있는 것은 우연이었다. 그것으로 심성빈과의 인연은 올해 끝인줄 알았다.

20일 복식 8강전에서 정윤성과 가방 들고 5번 코트로 들고 들어온 선수는 심성빈. 상대는 국가대표 복식 전문 송민규와 포핸드 강타자 이재문. 아무리 파워히터 정윤성이지만 송-이에겐 역부족이라는 것은 의정부호원실내코트에 있는 사람들은 다 예측을 했다.

신한대 이영애 교수는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갖고 2층 감독휴게실 철근 골조 틈을 통해 몸을 잔뜩 숙여서 복식 경기를 지켜봤다. 기자는 코트에 내려가 그물 뒤에서 송민규의 네트 플레이를 폰에 담으며 경기를 취재했다.

송민규는 경기초반부터 네트 가까이 오는 볼은 휙휙 잡아채며 득점으로 연결했다. 정윤성은 베이스라인에서 강 스트로크로 송민규의 네트 플레이를 뚫으려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크로스로 이재문에게 볼을 보내면 중간에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송민규의 네트 플레이에 속수무책. 네트 근처에서 한템포 느린 순간 반응 동작을 보이는 심성빈은 득점에 별 도움이 안됐다. 복식에서는 네 선수 가운데 한명이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진다.

몇몇 선수들의 포핸드 스트로크는 국내 정상급이고 ATP 챌린저급 이상이다. 만약 마분지를 네트 위에 놓고 볼 지나가게 하면 뚫을 기세다. 포핸드 시속은 130~150km는 족히 된다. 이렇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의정부 호원실내코트만의 장점이다.

호주다 윔블던이다 파리다 상하이다하며 전세계 큰 코트를 다니며 취재해도 선수와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코트는 의정부 호원코트가 유일하다. 국내 어느 코트를 가도 선수의 볼 스피드를 느끼고 리얼하게 취재할 수 있는 코트는 호원코트다. 관중석이 없니 뭐니하는 불편과 불만을 늘어놓아도 기자 입장에서 이처럼 좋은 경기장은 세상에 없다. 마치 심판대 곁에서 선수들 숨소리, 표정을 다 잡아내는 볼퍼슨의 위치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그래서 게임을 잃고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들의 표정을 다 메모리할 수 있었고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에 화가나 라켓 목을 닭 목 비트듯 비틀어버리는 모습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생전 안가본 '그들만의 리그' 실업연맹전에서 이런 횡재를 건지다니. 의정부실내코트대회의 매력이다. 경기장을 오가며 좁은 통로에서 선수들의 옷깃을 스치는 것도 의정부코트의 장점이다. 언제 선수들과 옷깃을 스치겠는가. 불가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사람은 환경에 지배를 받지만 환경에 의해서 새롭게 관계가 형성되고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기 마련인가보다.

각설하고.

송민규의 플레이에 탄복하다 심성빈의 플레이를 봤다. 아직은 2% 부족한 늦은 볼처리가 있었다. 네명의 불꽃 공방전 볼 랠리에 아웃시키는 몫은 심성빈 차지였다. 2세트 후반까지 그랬다. 1세트는 당연히 송민규-이재문의 승리. 2세트도 5번의 게임 듀스에서 한점으로 결정하는 디사이딩 포인트를 정윤성-심성빈이 행운이라도 안가져왔으면 2세트도 송민규-이재문의 것이었다. 그런데 디사이딩 포인트때마다 정윤성의 서브거나 정윤성의 리시브였다. 그것을 모두 따고 심성빈은 그때만큼은 자리를 잘 지키고 실수하지 않았다. 경기를 지켜보던 의정부시청 김현승 코치는 "정말 운 좋다"고 경기를 즐겼다. 그시각 2층 감독 휴게실 창문 통해 상체 구부려 보는 유진선 감독과 이영애 교수는 실수할 때마다 혹시 이길까 하는 기대를 털썩 내려놓기를 수십번.

어느덧 10점 먼저 내면 이기는 매치 타이브레이크에서 송민규-이재문이 8대6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송민규-이재문은 두점을 남겼고 정윤성-심성빈은 그들의 두배인 네점이나 남았다. 경기장에 있는 테니스인은 어느새 모두 5번 코트 복식 경기에 눈과 몸을 돌렸다. 선수나 감독 할 것 없이, 심지어 그날의 일과 마무리에 바쁜 레퍼리와 심판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세진 체어 엄파이어의 판정과 콜에 눈과 귀를 곤두세웠다.

의정부테니스협회 정성민회장 부부와 의정부협회 조세종 부회장, 전 의정부협회 진욱연 회장 등이 기대는 안하되 숨을 죽이며 승부 막판을 즐겼다.

정윤성 서브 0-1 이재문,심성빈 발밑 발리 성공
송민규 1-1 정윤성 백핸드 크로스 패싱 성공
송민규 1-2 심성빈 백핸드 리턴 득점
심성빈 서브 2-2 정윤성 백 발리 실패
심성빈 서브 3-2 이재문 다운더라인 성공
이재문 서브 4-2 심성빈 발리 실패
엔드 체인지

이재문 서브 5-2
정윤성 서브 5-3 서브 포인트
정윤성 5-4 심성빈 스매시 성공
송민규 6-4 이재문 발리 성공
송민규 7-4 이재문 하이 발리 득점
심성빈 7-5 이재문 백핸드 아웃
엔드 체인지

심성빈 7-6 송민규 하이 발리 아웃
이재문 8-6 심성빈 발리 아웃
이재문 8-7 이재문 백핸드 아웃

정윤성 8-8 심성빈 하이 백발리 성공
정윤성 8-9 정윤성 포핸드
송민규 8-10 발리 아웃

fb.watch/1U5Z5EN8_U/  정윤성-심성빈 대 송민규-이재문 복식 매치타이브레이크 영상 


경기 뒤 심성빈은 힘찬 발걸음으로 다녔다. 인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대개의 일이 우연에서 시작하지만 지나고 보면 만남이라는 것은 필연으로 귀결되는 듯 하다.  늘상 일이라는게 보이지않는 손의 움직임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심성빈-정윤성의 복식 준결승은 21일 오후 2시경 의정부호원테니스장 3번 코트에서 열린다. 상대는 안동시청 강구건-이승훈.  

   
▲ 의정부팀. 유진선 감독, 진욱연 전 회장, 심성빈, 이영애 교수, 정윤성, 정성민 의정부시테니스협회장, 김현승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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