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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GEN] 선수들의 '차세대 규칙' 생생 체험기
글 이은정 기자 사진 밀라노=신동준 기자  |  ejlee5079@tennispeople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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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0  13: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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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스트젠 파이널 참가선수들(왼쪽부터 도널드슨, 샤포발로프, 루블레프, 메드베데프, 퀸지, 정현, 카차노프, 코리치)


“여러 가설적인 논의들이 있지만, 어쨌든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규정들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바로 밀라노 대회의 개최 이유입니다. 의미있는 순간들을 더 많이 창조해내는 것이죠.” (러스 허친스, ATP CPO 최고 선수관리 책임자)

보기에 즐거운 테니스 경기의 쇼케이스가 되기로 자청한 넥스트젠 파이널의 막이 올랐다. 피에라밀라노를 메운 관중과 시청자들은 결정적 순간들이 나올 때마다 열광했고, 그 순간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어 지루할 새가 없었다. 로봇 심판이 인간 심판을 대신해 ‘아웃’과 ‘폴트’를 외치는 코트는 한결 넓고 정돈되어 보였고, 선수들이 전에 없던 헤드셋과 태블릿 PC 등의 장치를 사용하는 모습은 사뭇 미래적이기까지 했다.

대신 팬들이 박수치며 선수와 함께 결과를 기다리다 탄식과 환호가 엇갈리는 ‘챌린지’는 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메꾼 것은 ‘클로즈 콜’이었는데, 라인과 5cm 미만의 차이로 결정난 콜을 대형 전광판에 자동 리플레이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신이 난 어린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어도, 우르르 화장실을 다녀와도 경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준결승에 오르는 선수들을 가리는 라운드로빈 경기가 시작되자 시험대에 올랐던 혁신적 시도들에 대해 선수들의 생생한 증언이 인터뷰에서 쏟아져나왔다. 그들의 목소리로 넥스트젠 경험담을 직접 소개한다. (편의상 이니셜로 선수들을 구분한다. CH:정현, KA:카렌 카차노프, ME:다닐 메드베데프, RU:안드레이 루블레프, CO:보르나 코리치, QU:잔루이지 퀸지, SH:데니스 샤포발로프)

 

호크아이로 전자동 라인콜
지난 18개월동안 ATP가 심혈을 기울여 테스트를 반복하여 내놓은 시스템은 선수와 관중에게 별 거부감 없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졌다. 애초에는 부저나 벨 소리로 구분하려던 것을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으로 대체했고 콜의 신속성도 점차 발전시킨 결과였다.

“여러 주심의 목소리로 녹음했다가 주심과 일치하는 호크아이 목소리를 내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웃음).” (KA)
“호크아이의 목소리도 좋았고, 무엇보다 판단이 신속하게 나서 듣고 난 후 바로 다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정확한 판단을 한다고 믿기 때문에 라인 엄파이어가 있을 때보다 더 공정하다고 생각된다.” (QU)
“사실 라인에 떨어지는 공은 나조차도 확신이 안서는 경우가 많은데 놀랄 정도로 정확한 판단을 해주었다. 챌린지 신청할 필요도 없어서 편리한 시스템이라 생각한다.” (CO)
 

 

사라진 렛 선언
서브한 볼이 네트를 스쳐도 렛 선언 없이 진행되면서 서브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동시에 네트에 맞은 볼이 어느 쪽으로 떨어지느냐 하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긴장감은 배가되었다. 선수들이 습관대로 리턴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가장 적응하기 어려울 변화로 논란이 되었던 규정이었지만, 실제 경기에서 렛 서브를 포인트로 성공시켰던 선수들에게는 대환영이었다.

“노 렛 덕을 봤다. 나에게는 가장 좋은 규정이었다(웃음).” (CH)
“렛 콜이 없어진 게 가장 마음에 든다. 매치포인트 때 운이 좋아서 도움이 많이 됐다. 렛 콜에 대해 시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다른 대회에도 적용되면 좋겠다.” (CO)

 

서브 클락
초고속 경기 진행의 일등 공신은 서브클락이었다. 포인트가 나자마자 디지털 시계가 여지없이 25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니, 땀쟁이 선수들이 서둘러 땀을 닦고 나면 어느새 10여 초가 지나기 일쑤였다. 관중이나 시청자는 점점 줄어들며 붉게 변하는 숫자를 세며 조바심이 났다. 선수들이 이전 포인트에 대한 아쉬움이나 파이팅의 여운을 가질 틈도 없이 서브를 해야해서 너무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정작 선수들은 반기는 의견이 대세였다.

“서브 클락때문에 쫒기는 것 없었다.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타임 바이올레이션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가 오히려 더 힘들었다.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고,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적용되니 더 공정하다고 본다. 타임 바이올레이션 문제가 자주 생기는 ATP투어에도 적극 도입되면 좋겠다.” (ME)
“서브 리듬이 중요한데 스코어보드를 보면서 체크해야 되서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테니스 경기에서는 꼭 필요한 올바른 방향인 것 같다.” (KA)
“엄격하게 진행되어 부담이 되긴 하지만 적응이 되고나면 괜찮을 것이다. 때로는 상대방 때문에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경기 속도가 빨라져서 오히려 좋았다.” (CO)
“안경을 벗고 땀을 닦느라 장시간이 걸리는 경기에서는 항상 경고를 받는 편이었다. 서브 클락을 통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 (CH)
“나는 항상 서브 때 서두르는 경향이 있어서 피곤했다. 늦어서 경고를 받을까 항상 조바심 내는 편이라 15초나 남았는데도 서두른다고 코치가 지적하곤 했다. 서브 클락을 보면서 7~8초에 서브를 시작하면 훨씬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CO)

 

공개 코칭
밀라노는 테니스 선수들을 외롭게 두지 않았다. 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선수와 코치는 헤드셋을 이용해 영어로 소통할 수 있었고, 그 내용은 고스란히 방송을 통해 공개되었다. 시청자들은 특정 조언이 다음 경기에서 어떤 효과를 낼 지 주시해서 볼 수 있었다.

“일년 내내 같이 훈련한 코치에게 실전에서 조언을 받지 못하는 것이 테니스의 약점이라 생각했다. 헤드셋으로 짧게나마 조언을 받은 게 도움이 되어 경기에 이길 수 있다면 왜 안하겠나. 적극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ME)
“코칭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관중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쇼에 가깝다. 실제 경기와 관련된 코칭은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므로 비공개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KA)
“헤드셋 이용하는 것은 좀 복잡했지만 코칭을 허용하는 것은 찬성이다. 시청자나 관중들도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CO)

 

완화된 팬 규제
베이스라인 뒤를 제외한 코트 옆에서의 움직임이 허용되자, 경기 도중 움직임이 잦았고 소음이 들려왔다. 이에 대한 선수들 반응은 엇갈렸다.

“관중의 움직임을 허용해 적응하기 힘들었다. 걸어다니고 소란스러워 집중하기 어려웠다.” (ME)
“관중 움직임은 문제되지 않았다. 분위기 좋은 센터코트였다.” (KA)
“주로 정면을 응시하니까 사이드라인 쪽 움직임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CO)

 

짧아진 경기 포맷 총평
세트당 4게임, 3-3 타이브레이크, 노애드 서든데스 등으로 경기포맷이 짧아지면서 소위 브레이크 포인트, 세트 포인트, 타이브레이크 등의 ‘빅 모멘트’들이 자주 찾아왔다. 처음부터 경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100% 집중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구조에 대해 선수들은 다양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경기 막판에 쥐가 났는데 포인트를 빨리 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평소와 같은 규칙이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에는 대개 피로가 쌓이기 마련인데 즐기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 (ME)

“좋은 시도들이었지만 세트가 너무 짧았다. 4-4 타이브레이크를 했다면 역전기회가 더 있었을텐데 나의 경우는 아쉬었다. 서브 실수가 있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다.” (KA)

“노애드로 진행되면 브레이크할 확률도 높아지고 운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도 많다.” (KA)

“노애드 게임은 서버나 리시버 모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SH)

“리시버가 아닌 서버가 사이드를 결정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ME)

“호크아이와 서브클락처럼 게임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는 규칙의 변화는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경기 형식의 변화는 경기 자체에 영향을 많이 준다. 누구든 운에 따라 이길 수도 질 수도 있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우승자는 열심히 한 사람이어야지 누구나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RU)

“젊은 세대들에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경기인데, 짧은 경기를 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 스포츠는 항상 변화하고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대회는 대환영이다.” (SH)

“바뀐 규정은 모두에게 새롭고 적응하기 까다롭다. 누구의 정신력이 강한 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형식의 경기였다.”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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