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지현,김나리,심수산나,지하영,배도희,최영자 감독

▲ 강원도청팀

▲ NH농협은행팀

'우리 여자테니스 볼 것이 없다'

'여자테니스가 남자테니스보다 세계의 벽이 그리 높지않다"

'골프, 탁구, 양궁 등 한국 여자가 남자보다 성적을 잘 내는데 테니스만 안된다'

▲ 임새미 박사

테니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아래 논문은 실업테니스 선수를 지내고 부산대에서 학위를 받은 임새미 박사의 2011년 여자 실업테니스 활성화에 관한 연구 논문이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논문 내용이 유효해 보인다.    임새미 박사는 부산 금정구청 선수를 하다가 부산대 박사과정이라는 공부에 달려들어 박성희(전 국민대 교수)에 이어 여자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2호 박사가 됐다. 임새미 박사는 초중고 테니스선수를 거쳐 서울 양천구청과 부산 금정구청 소속으로 실업대회도 출전하고 국제대회도 출전한 선수다.  편집자
 

 여자 실업테니스 무엇이 문제인가? : 여자 실업테니스 활성화를 위한 문제 탐색
Women’s Semipro Tennis, What is The Problem? : Problem Exploration for the Vitalization of Women’s Semipro Tennis
임새미ㆍ이근모*ㆍ김 준 부산대학교 Lim, Sae-MiㆍLee, Keun-MoㆍKim, Jun Pusan National Univ.

본 연구는 여자 실업 테니스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분석하고 이후 활성화 방안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여자 실업테니스선수 대상으로 심층면담과 보조연구 자료를 참고해 분석했다.

연구결과는 첫째, 여자 실업테니스 선수들은 대회출전 시, 경쟁하는 상대가 같고 경쟁결과에 큰 변화가 없어 경쟁심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실업테니스연맹 측이 대회참가의 벽을 높게 만들어 다양한 수준의 선수와의 경쟁기회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임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 여자 실업선수들은 코치의 필요성을 절실 히 느끼고 있었으나, 코치가 없는 이유는 실업팀이 전국체전을 위해 창단되어 각 시·도 지자체의 예산으로 코치비용을 충당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감독의 고용형태조차 계약직으로 불안정해 코치선임에 대 한 목소리를 내기에 무리가 있다고 보인다. 셋째, 국내 실업팀 시스템이 단체전의 성과를 중요시하고 테니스가 개인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집단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팀의 일치감과 팀 을 위한 희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여자 실업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작용을 야기한다.

서론
2002년 아시안게임까지 꾸준히 ‘금맥’을 이어오던 한국 여자테니스 국가대표팀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 임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한 채 귀국했다.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한 것이다. 여자 테니스의 부진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 1회전 패배, 개인전 단식에서 전원 8강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복식에서만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여자 테니스계의 암울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여자 테니스의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를 30년 전부터 배출한 일 본 말고도 중국과 대만,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 대적인 육성방안을 통한 집중투자로 여자 선수들의 랭킹을 급성장 시키는 동안 우리는 제자리걸음만 하 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 테니스계의 상황은 조금 나은 편이다. 이형택의 은퇴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참가하는 남자 국가대항전 테 니스 대회 데이비스컵(DEVIS Cup)에서 꾸준히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에 잔류하고 있으며, 국제대회 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남자 주 니어선수들의 상승세로 주니어 데이비스컵(Jr. DEVIS Cup) 월드그룹에서 우승을 하는 등, 성공을 꿈꾸는 주 니어와 실업선수들이 희망을 안고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자 테니스의 경우 2002년 이후,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만 활동하던 프로선수들이 부상으 로 국가대표 명단에서 빠지면서 국내에서만 활동하던 실업선수들이 국가대표에 투입되는 갑작스러운 세대교 체가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현재 여자 국가대표 팀은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상황이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여자 국가대표 팀의 원인을 살펴보면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 된 실업선수들의 기량의 저하에도 문제가 있으나 그 내면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동안 소수의 프로선 수들로만 이루어진 국가대표 팀의 선전으로 한국 테니 스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모두 수면아래 있었다. 하지 만 정작 프로선수들의 은퇴 이후 지난 10여년간의 결 과를 보았을 때 현재 여자 테니스계의 문제점이 무엇 인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한국 여자테니스는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여자테니스의 심각한 위기의 원인은 국내 대부분의 여자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여자 실업팀의 위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근 3년간 여자 실업팀의 예산축소와 팀 해체를 예로 들 수 있는데, 2008년 13개 였던 여자 실업팀은 선수들의 성적부진을 이유로 해체 되어 현재 10개밖에 남지 않았다(대한테니스협회, 2011). 그리고 소속팀이 없어진 선수들은 다른 실업팀으로 이 적을 원했지만 이미 정원이 채워진 팀에서 해체된 팀의 선수를 받는 일은 쉽지 않아 갈 곳을 잃은 선수들은 자 연스럽게 은퇴하게 되었다.

이는 바로 선수수급 문제와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형택과 같은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로 이어져 여자 테니스를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어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들은 위기를 향해 돌진하고 있 는 여자 실업테니스계의 부산물로 볼 수 있다.

불과 3-4년 전 여자 실업테니스의 위기진단에 대해 테니스 관계자들은 “국제대회가 없어 문제”라며 국내에 서 열리는 국제대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 이 후 많은 국제대회가 생겨났고, 수년 째 실업팀의 전폭적 인 지원으로 선수들은 외국대회도 꾸준히 출전하고 있 지만, 그들의 세계랭킹은 여전히 200위 안에도 들어가지 못해 이제는 이마저도 근거 없는 주장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중국과 일본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 아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랭킹 1-599 위 안에 들어가는 여자선수의 숫자는 중국 19명, 일본 33명, 한국 7명으로 단순비교해도 세계랭킹 500위대 안 팎에 포진해 있는 국내의 선수층은 너무나도 얇다.

흔히 테니스 선수의 성공기준으로 삼는 세계랭킹 100위 안의 선수는 중국 4명, 일본 2명인 반면, 국내 선수는 한명도 없다. 현재의 추세라면 앞으로의 수준은 더욱 떨어질 것 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추락하고 있는 여자 실업테니스계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직시해야 할 때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필요성에 반해 지금까지의 테니 스에 관한 선행연구는 테니스선수에 대한 심리기술 관점에서 바라본 연구(박혜주, 김성운, 2009; 박혜주, 김진구, 정성택, 2005; 신명진, 이용현, 2009)와 스트레 스관련 연구(김석희, 유영규, 2008; 이상엽, 정진화 2006; 박정근, 전진효, 2003), 그리고 테니스 동호인에 대한 연구(강성진, 이혁기, 임수원, 2010; 구창모, 2008;
여자 실업테니스 무엇이 문제인가? : 여자 실업테니스 활성화를 한 문제 탐색 105
서재하, 2007; 한태룡, 이홍구, 2004)가 대부분을 차지 한다.

이처럼 테니스 관련 논문 중 여자 실업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으로 날로 침체 되어 가는 국내 여자 실업테니스계의 위기상황에 대 해서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최근 대한테니스협회는 한국 테니스의 발전을 위해 세계테니스연맹(ITF)에서 추천한 외국인 컨설턴트를 초청해 테니스 장기육성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남주 현, 2011. 4. 26.), 국내 테니스계의 환골탈태(換骨奪胎) 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미 세계대회에서 1-2위를 하며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는 주니어선수들을 중심으로 육성 프로그램이 이루어지 고 있어 정작 변화가 필요한 여자 실업테니스계를 위 한 대책은 등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필요성에 입각해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침체되어 있는 여자 테니스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여자 테 니스선수의 대부분이 소속되어 있는 실업팀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하고, 그 이면 에 있는 문제점의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여자 실업테니스계 의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분석하고 이후 활성화 방 안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을 가진다.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의 참여자 설정은 질적 연구에서 주로 이용 되는 비확률 표집법(non-participant observation)의 하 나인 유목적적 표집법(purposeful sampling)을 사용하 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여자 실업테니스선수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고 6명의 연구 참여자 중에 3 명은 국가대표 출신이며, 나머지 3명은 주니어 상비군 출신이다.

선수경력은 12-22년으로 연구 참여자 중 나 이와 선수경력에 비해 실업경력 년차 수가 작은 선수 들은 대학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하였거나, 프로선수에 서 실업선수로 전향한 경우이다. 본 연구의 참여자 선정은 첫째, 국내대회 뿐만 아 니라 해외대회에도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여자 실업테니스선수이며, 둘째, 연구자와의 대화에서 진솔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어야 하며, 셋째, 적극적으로 자기표현과 의사전달을 하는 자로 정하였다. 연구 참 여자들의 개인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구분 이름 연령 선수경력 1 이아람 27세 16년(실업5년차) 2 이혜진 26세 15년(실업4년차) 3 심혜진 21세 12년(실업2년차) 4 김진화 31세 22년(실업4년차) 5 김윤주 27세 20년(실업8년차) 6 류미희 25세 15년(실업3년차) * 연구 참여자의 성명은 가명을 사용하였음. 표 1. 연구 참여자들의 개인적 특성

2. 자료수집
본 연구에서는 심층면담과 보조연구 자료를 수집하 였다. 심층면담은 2011년 4월 2일부터 5월 23일까지 2 회에 걸쳐 실시하였다. 첫 번째 면담은 포커스그룹 면 담 방식으로, 두 번째 면담은 개별면담을 통해 이루어 졌으며, 연구 참여자들이 선정한 장소에서 이루어졌 다. 면담 시에는 녹음기를 사용했으며, 연구 윤리성을 고려해 녹음 사실은 사전에 주지하였다. 그리고 연구 자는 오랜 기간의 선수생활을 바탕으로 연구 참여자 들과 구체적인 내용의 면담을 할 수 있었으며, 연구 참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였다. 보조연구 자료는 국내 유명 테니스 전문지인 <테니스코리아>에 기재된 인터뷰자료와 언론에 보도된 기사내용, 대한테니스협회와 일본테니스협회, 세계여 자테니스협회(WTA)의 선수들의 공식적인 자료 등의 공개기록들이 포함되었으며, 인터넷 테니스카페 게시 판의 문서자료 등을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3. 자료 분석
본 연구의 자료 분석은 우선 심층면접을 통해 수집 된 모든 내용을 컴퓨터에 전사(transcription)하였다. 전 사한 자료는 반복 검토 한 뒤 자료의 실제적인 주제를 찾아내기 위해 자주 묘사되는 어휘나 단어를 코드화 (coding) 한 후 읽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들어나는 개념 의 의미를 범주화(categorization) 하였다. 이 후 범주화 된 자료를 연구 대상자에게 인터뷰 내용과 일치하는가 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치고 특징적인 범주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작업과정에서 연구 자는 각종 보조연구 자료들을 참고하였고, 연구자와 동 료 질적 연구 전문가와 지속적인 협의과정을 통해 연 구자의 편견 및 오류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였다.

4. 연구의 타당도와 신뢰도
본 연구는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연구 참 여자에 의한 확인과 동료와의 진단을 실시하였다. 연구 참여자에 의한 확인(member check)은 질적 연구의 타당 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연 구 참여자에게 확인 시켜주고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연구자의 주관적인 해석을 배제하여 연구 참여자의 의도 에 따라 결과가 도출되었는가를 검증하기 위해서 필요 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심층면접의 결과해석이 올 바르게 기술되어 있는지를 연구 참여자에게 확인해 가 며 연구해석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동료간 협의(peer debriefing)는 연구자의 지나치게 주관적인 해석을 최소 화 하고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주제별로 범 주화 되었는지에 대해서 동료 연구자들과 협의하는 과 정을 말한다(Srainback & Srainback, 1988).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전(前) 여자국가대표 감독과 여자 유니버시 아드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S와 동료 질적 연구 전문가 가 지속적으로 분석내용에 관해 협의하였다.

여자 실업테니스 무엇이 문제인가? : 여자 실업테니스 활성화를 위한 문제 탐색


1. 그들만의 대회
국내에서 열리는 오픈대회는 한국실업테니스연맹과 한국대학테니스연맹이 함께 주최하고 안동, 상주, 춘 천, 여수에서 각 지역의 테니스협회가 대회를 주관한 다. 이 중 실업테니스연맹에 소속되어 오픈대회에 참 가한 여자 실업선수의 숫자를 살펴보면 2011년 안동 오픈에 22명, 상주오픈에는 26명(대한테니스협회, 2011)으로 국내 여자 실업테니스의 인적토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층이 얇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일본과 비교해 봤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대한테니스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국내 여자선수의 숫자는 프로선수 3명, 실업선수 41명, 대학선수 52명을 포함해 총 96명(대한 테니스협회, 2011)인 반면, 일본에는 아마추어 선수로 서 JOP(Japan Official Point)에 선수등록이 되어 있는 여자선수가 946명이다(Japan Official Point, 2011). 국 내의 10배 가까이 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경쟁을 하 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숫자는 일본의 프로선수 는 제외한 것으로 프로선수까지 합치면 일본테니스협 회에 등록된 여자선수의 숫자는 국내의 10배가 넘을 것이라 예상된다. 보유선수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대회 도 많다. 일본은 오픈대회가 활성화 되어 있어 상금에 따라 대회의 급이 설정된다. 상금액수가 많은 높은 급 수의 대회인 경우, 참가선수가 많아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A, B, C조로 나눈 지역예선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오픈대회 경우, 출전하는 실 업선수가 30명이 채 되지 않아 대학선수까지 출전해 도 본선 64드로우1)에 부전승이 있는 실정이다. 일찍이 일본은 두터운 선수층 없이는 국제대회에서 지속적인 성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많은 선수들에게 대회 참가의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쟁력 향상을 추구했기 때문에 오픈대회 출전 을 희망하는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대회 출전기회를 제공한 후 테니스계의 하부구조를 강화시켰다.

이는 결국 일본 전체의 테니스 경쟁력을 강화시켜, 세계랭 킹 두 자리 선수 두 명을 필두로 여자 국가대항전 테 니스대회 페드컵(FED Cup)에서 월드랭킹 16위에 랭크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국내 유일한 WTA(Woman’s Tennis Association)투어 대회인 한솔코리아 오픈 토 너먼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진수 테니스 아카데미 원장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일본 테니스와 한국 테니스의 차이에 대해 “역사는 40년, 현재 수준은 20년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며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렸다(이예은, 2009. 9. 27.). 이러 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규모가 작고 선수층이 얇아서 시합이 많으면 똑같 은 애랑 자주 붙는단 말이예요., 이미 16강부터는 누 가 올라오는지가 정해져 있어요. 그러면 그때는 너무 자주 붙으니까 서로 실력이 느는걸 못 느끼지. ...(중 간생략)...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죠. 난 벌써 붙었던 얘들이 수십 번도 더 붙는데. 그것도 한 명당 수십 번 씩 붙는데요(이아람, 27세).

시합 수가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어차피 나 오는 사람이 거기서 거기니까. 시드선수2)한테 지는 것 도 지겨워요(심혜미, 21세).
일 년에 20개씩 되는 시합을 똑같은 얘들끼리 계 속 붙어요. 어차피 계속 시합을 같이 다니니까. 탐색 도 할 게 없어요. 다 알아(이혜진, 26세).
심지어 한국에 자주 오는 외국선수들이나, 외국시 합 나가서 자주 보는 외국선수들도 잘 알아서 (경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데 국내선수는 오죽하 겠냐 이거지. 이미 국내 선수들은 뭐 말 할 것도 없 지. 그 만큼 선수 폭도 좁고(김진화, 30세).
서로 실력이 늘 수도 없는 거니까 이제는. 지금은 다 똑같지 않을까요? 실력이 늘지를 않는데(김영희 27세)?

여자 실업선수들은 대회의 규모가 작고, 선수층이 얇 다고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실력향상에 대한 기 대조차 없어졌다고 하였다. 이는 상대선수에 대한 탐색 도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의 경기력을 파악 하고 있어 경기의 흐름까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3년 동안 열린 대회의 8강 진출자 명단의 이름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 다. 이대로라면 다음대회에도 이들 중 누군가가 또 8강 에 오를 것이란 이야기다. 여자 실업선수들 간의 이변 이 없는 경기결과는 선수들로 하여금 경쟁심을 저하시 키고,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소홀하게 만들 수 있다.

Johnson과 Johnson(1999)에 의하면 “경쟁”은 어떤 특정 경쟁 상대들의 상대적 수행관점에서 수행결과의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몇 년 간 경쟁하는 상대가 같고, 그 경쟁결과에 변화가 없는 국내 현실은 진정한 경쟁상황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인 가 의문이 든다. 다시 말해 결과가 예상되는 경기상황 이 과연 그들에게 실력향상을 이끌어내는 경쟁상황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매번 대회에 출전하여도 선수 들 간의 정해진 승패여부가 몇 년째 비슷하게 연출되는 대회, 이는 분명 실업 테니스계로 진출하려는 선수들과 자식의 스포츠를 통한 성공 가능성을 놓고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선수 부모님에게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는 ‘선수 고갈’로 국내 여자 테니스계 전체 의 위기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현 (現) 여자 국가대표 감독 김일순은 “한국 여자 테니스 를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볼 때, 선수들의 경기력이 하향평준화 되었다.”며 국내 여자 테니스계가 심각한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고 하였다(전미라, 2007. 5. 1.). 이러한 상황의 이유는 40명 내외의 작은 수의 여자 실업선수들이 초등학생 운동선수 시절부터 실업팀 선 수가 될 때까지 수많은 전국대회에 출전해 오면서 함 께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

이들이 실업팀에 입단 될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미 주니어 시절부터 전 국대회를 통해서 검증되어온 실력자들이라고 예상 할 수 있다. 자신의 경쟁자가 주니어 시절부터 실업선수가 될 때까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일 년에 20개가 넘는 대회를 함께 해 왔다고 본다면 그들에게 상대경기력에 대한 탐색이나 분석은 시간낭비나 다름없다고 보인다.

즉, 서로의 경기력에 대해서 오랫동안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국내 여자 실업선수들의 경쟁형태는 승리가망이 없는 선수들에게는 동기를 저 하시키고, 승률이 높은 선수들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어 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는 나아가 해외에서 의 새로운 경기상황에서 부적응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쟁형태를 만드는 원인과 그들에 게 필요한 경쟁형태는 무엇일까?

현재 국내 여자 실업 선수들의 경쟁형태는 한국실업테니스연맹 측이 명색이 오픈대회의 성격을 표방하면서 참가선수의 범위를 한 정하고 있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한국실업테니스연맹 정관에는 오픈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먼저 대한테니스협회에 선수등록을 하고, 실업팀에 소속되어야 하며, 소속팀에서 창단비 300만원과 분담금 명목으로 매년 200만원을 연맹 측에 내야 대회에 출전 할 수 있는 자 격이 주어진다고 명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오픈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만으로는 대회 스폰 서가 원하는 참가선수 정원에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회 참가의 벽을 높게 만든 것은 실업연맹측이 오픈대 회에 대한 이중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별 없이 랭킹 순서에 의해 참가 가능해야 할 오픈대회가 실업 및 대 학 소속 선수만을 위한 잔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국내 테니스계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유망주의 기 회 측면에서 보면 투자의 반감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여자 실업 테니스선수들로 하여금 다양한 수준의 선수들과 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선수 본인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더 노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수 준의 두터운 선수층과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형태는 자연스럽게 경기력의 상승을 가져오기 때문이다(정희 준, 2009). 30명이 채 안 되는 여자 실업선수들의 대 회,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여자 실업 테니스계의 전 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2. 구두신은 감독
중국이 또 한명의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 다. 아시아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2011년 프랑스오픈 우승자 리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은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테니스에 투자하기 시작한 후 10여년 만 에 거둔 성과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유치가 확정 된 이후 여자 테니스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고, 전 략적 육성 정책으로 호주테니스협회의 지원을 받아 호주출신 코치들을 고용해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가르 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은 협회의 지원과 선수의 의지, 우수한 코치, 그리고 트레이너까지 한 팀을 이 루어 2011년 올해 호주오픈에서 장지에와 리나가 동 시에 4강에 오르는 성과를 이루기도 하였다.

이처럼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가진 여자선수들이 가족을 포함 해 코치와 트레이너, 매니저, 물리치료사까지 많은 수 의 인원으로 팀을 구성해 투어대회를 뛰는 것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리나의 경우, 코치를 맡고 있는 미하엘 모르텐센과 전 코치이자 남편 지양 산, 트레이너 리차드 셔튼이 팀을 이루어 투어대회를 뛰고 있다. 그들은 선수가 경기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춰줬을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믿고 투자했으며, 결과는 과연 대단했 다. 협회의 지원, 선수, 코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120년 역사상 최초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배출된 것이 다. 과거 선수혼자 외로운 투어생활을 하는 시대는 이 제 지나갔다.

침체된 국내 여자실업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중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 선진 테니스 국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 자리에 오르게 되 었는지 그 제도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제 모든 스포츠 상황에서 최상의 경기력 을 위해서는 지도자와 선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 다. 신대철, 김종욱, 김현식(2003)은 선수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판가름 난다고 하였다. 또한 전 여자 테니스 국가대표 팀 감독 이정 명은 <테니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지도자와 선수 간은 연인관계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라 고 할 만큼(전미라, 2007. 7. 1.) 믿음과 신뢰를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향상과 목표를 향해 함께 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자 실업선수들이 말하는 국내 여자 실업팀에 소속된 지도자 ‘감독님’은 선수들의 훈련보 다는 팀 운영에 관련된 전반적인 일을 결정하는 팀의 대표자의 역할에 치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테니스라는 종목이 스폰서, 코치, 선수만 있으면 되는데 우리는 코치는 없고 감독이라는 사람만 있는 팀이 많잖아요. 갑자기 감독이 하는 역할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실업팀 감독님들이 선수를 케 어 하는 게 아니라 선수가 감독을 케어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좀 그래요(김윤주, 27세).

테니스는 세계 랭킹 1위선수라도 코치가 있잖아요. 코치가 옆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도와주거나 행여 아 무 사인이 없더라도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 되는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코치가 없으니까 코치가 해주지 못하는 걸 우리는 우리끼리 서로 해 주는거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서로 상부상조 하는 거 예요. 어떻게 해서든지 게임의 승률을 올리기 위해서 는 자기가 도움 되는 것을 해야 되니까...(중간생략)... 그게 도움이 된다면 서로 한발자국씩 희생해서 서로 를 위해서 그렇게 하면서 돕죠(이아람, 27세).

○○팀 같은 경우는 게임할 때 코치님이 계속 코 치해주고 지켜봐주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의지할 수가 없으니까 그게 좀 그래요. 감독은 형식적인 사람. 언 니들이 훨씬 낫죠(심혜미, 21세).

우리나라 실업팀에서는 시합장에서 몸 풀 때 감독 들이 코트 장에 한명도 안 들어가 있잖아요. 그런데 투어 코치하시던 분들은 놀라요. 코트 장에 선수만 있 고 코치들이 한명도 안 들어가 있을 때도 있으니까요 (김윤주, 27세).

지금 감독 스무 명 중에 누가 코트장 안에 들어가 있어요. 아무도 안 들어가 있지. 외국은 안 그렇잖아요. 다 코치가 들어가서 공까지 주워주고 그렇게 하는 데(김혜진, 26세).

여자 실업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이나 대회목표 달성을 위해 코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 다. 심지어 “코치의 존재만으로도 경기 중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코치가 없는 현실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코치부재의 문제에 대해서 선수 대부분이 인식하 고 있음에도 코치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는 여러 복합적인 배경이 있을 수 있으나 먼저 실업팀의 창단목적을 문제로 들 수 있다. 실업팀 자체가 전국체 전 덕분에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 보니 선수 개인의 기량 향상을 위해 코치를 선임하는 일에는 무심하다. 게다가 각 시‧도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실업팀 으로서는 코치비용을 충당할 방법도 요원하다.

이렇듯 외국과 다르게 독특한 실업팀 문화 속에서 고용되어 여러 가지 역할을 해내는 감독도 나름대로의 고충은 있다. 스포츠계의 특성상, 감독의 계약기간이 1-2년으 로 정해져 있는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있다 보니 감독 본인의 고용형태조차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코치 선 임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 팀에 소속 된 선수들의 경기력향상에 대한 기대는 어느 정도 희 망적인가? 사실 상당히 부정적이다. 테니스 전문가나 다름없는 실업선수를 체계적으로 가르쳐 경기력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정보와 과학적이면서 자 세하고 구체적인 연습계획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던 중국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선수가 알아서 시합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현재 추세에 따르 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도자 팀을 조직해 역할분 담을 하는 것이 선호된다. 팀을 조직해 지도하는 것이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우승 인터뷰에서 코치에게 가장 먼저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도 투 어 중의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고 더 나은 기량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코치, 그리고 가족과 트레이너로 구성된 자신의 팀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에게도 결정적으로 영 향을 미치는 사람은 코치이다. 현재 국내 여자랭킹 1 위 선수는 국내유명 테니스 전문지에 투어생활의 외로 움에 대해 말하며 “투어를 다니는 동안 마음 맞는 코치나 트레이너가 있다면 성적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기고하였다(이진아, 2011. 5. 20.).

이처럼 아무리 메이저대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도 선수 혼자서는 예선 1회전의 벽을 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실업팀 시스템의 현실상, 단기간에 시스템 개 혁을 통한 성과를 바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침 체의 늪에 빠진 여자 실업테니스계를 구하기 위해 필 요한 사람은 각 팀 선수들에게 체계적인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유능한 코치가 아닐까.


3. 팀을 위한 희생

스포츠는 개인을 중심으로 타인과 경쟁하는 개인 스 포츠와 팀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팀 스포츠가 있다. 테니 스는 개인을 중심으로 경쟁하기 때문에 개인 스포츠이다. 하지만 국내 테니스 실업팀의 형태는 개인스포츠와 팀 스포츠 중 어떠한 스포츠에 해당되고 있을까 의문을 제 기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국내의 실업팀 시스템은 테니 스가 개인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단체전에서의 성과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자 실업선 수들에게 단체전 성적은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연봉 협상 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등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니스가 개인운동이지만 단체성이 있는 운동이잖아요. 왜냐면, 우리는 팀에 소속되어서 단체전을 하니까요. 그러면 당연히 팀이 우선시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리고 우리는 숙소도 같고 늘 같이 생활하는데. 그러니 당연히 팀이 우선시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김윤주, 27세).

늘 팀이 우선이죠. 우리는 단체전이 중요하니까. 그러면 당연히 팀이 우선시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혜진, 26세).

여기서 주목할 것은 「김윤주」선수가 “테니스가 개인운동이지만 단체성이 있는 운동“이라고 한 것이 다. 여기서 ”단체성“이란 여자 실업선수들로 하여금 집단적인 목표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특성이라 사료된 다.

이는 외국에서의 테니스가 피겨스케이팅이나 골프 와 같이 철저한 개인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는 것과 반대로, 국내 여자 실업선수들은 테니스가 팀 스포츠 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테니스가 팀 스포츠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전국체전 단체전이 차지하는 비 중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체전은 국내 최대의 스포츠 제전으로 어느 대회보다 불꽃 튀는 경쟁이 치러지고 있다.

각 시․도 자치단체에서 후원을 받고 있는 실업 팀의 생존 젖줄은 전국체전 금메달이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단체전 메달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둘째, 팀의 일체감을 중시하고 팀을 위한 희생을 당 연시 하는 의식 때문이다. 유진, 허정훈(2003)은 대부 분의 경기는 개인종목이라 할지라도 개인은 팀에 속해 있으며 개인적 또는 집단적인 목표성향을 위해 상호 긴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여자 실업 선수들은 단체전을 통해 자신을 팀의 일부로서 팀 목 표를 자신의 목표로 여기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그 팀의 규범에 의거하여 받아들이는 집단주의적 성향을 갖는다고 보인다(이수인, 2010).

이는 테니스 코트 이 외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인 숙소에서 매일 같 이 생활하고, 마치 가족과 같은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를 보유하게 되면서 매우 자연스럽게 나타나 게 된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실업 선수들의 집단주 의적 성격은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갑자기 형성된 것은 아니다. 주니어선수 시절 중‧고등학교 내에서의 합숙, 그리고 대학교에서 숙소생활의 연속선상에서 형성되었 다는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선수들을 지도하는 감독, 코치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도자들은 과도한 집단주의적 성향에 의한 개인의 희생을 선수들에게 정당화 하고 있는 것 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도자들이 집단주의 성 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만의 문화로서 주니어선수 시절부터 실 업선수가 되기까지 자연스럽게 형성된 우리만의 독특 한 관계 중심적이고 단일체적인 집단주의 성향이다. 이와 같은 집단주의 성향은 개인 스포츠인 테니스에 적용되어서 부작용을 야기한다.

팀이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끝날 때까지 같이 있어야 해요. 내가 시합을 뛰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긴 한데,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요....(중간생략)...그러려니 하고 생활하는 편이긴 하지 만 가끔 힘들 때가 있어요(김혜진, 26세).

운동을 하긴 해야 되는데, 시합장에서 시합 구경하 고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니까 무기 력해져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응원만 하고 있자니 힘들어 죽겠어요. 남들 시합 할 때 나는 연습도 못하 고. 지겨워요(심혜미, 21세).

심지어 내가 오늘 시합에 안 뛴다고 해도 마음 편 하게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녜요. ...(중간생략)... 내가 시합이 없어도 우리 팀원이 시합이 있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코트에 무조건 나가야돼요(이아람, 27세).

여자 실업선수들은 팀에 대한 소속감과 일체감을 갖는 측면과 함께 팀을 위한 희생을 강요받게 되는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소속팀이라는 명목아래 단 결과 협동이 암암리에 요구되어 경기력과 직결되는 컨디션관리와 연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와 같 은 문제는 단체전 경기가 개인전과 함께 열릴 때 더 욱 부각된다. 경기 수가 많다보니 팀 동료의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10시간 넘게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 이고, 팀 동료를 위한 응원을 하는 동안 다음 시합준 비를 위한 연습량을 채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업 테니스계에 나타나는 집단주의 성향은 비단 여자 테니스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집단주의적 성향은 한국인의 특징적인 가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김윤명, 2009). 우리나라에서 테니스 선수는 개인이 혼자 뛰는 것이 아니라 팀의 대표선수이다. 경기가 개인전이라고 할지라 도 소속 팀 선수가 경기에 나가면 팀원들의 적극적인 응원을 받으며 그의 승리는 팀의 승리로 간주된다. 이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문화적인 양태를 잘 드러내는 대표 적인 가치들 중 하나로 보인다. 특히 국내 테니스계에서 대부분의 대회는 개인전과 단체전 경기가 함께 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수가 생각하는 소속 팀에 대한 의무감과 개인의 컨디션 관리가 충돌할 경우 팀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경향이 강하며, 컨디션조절은 어려워진다.

이렇듯 현재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여자 실업테 니스계에 필요한 것은 변화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 만 실업테니스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의 것은 과감 하게 버리고 집단주의적 성향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침체되어 가는 여자 실업테니스계의 문제 가 무엇인가에 대해 파악하고 원인에 대해 분석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여자 실업테니스선수 6명을 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자료 수집은 심층면담과 국내 유명 테니스 전문지에 기재된 인터뷰자료, 언론에 보도된 기사내용, 대한테니스협회와 일본아마추어테니스협회(JOP),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의 공개 자료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수집된 자료를 범주화해서 특징적인 범주에 분석의 초점 을 맞춰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본 연구에 참여한 여자 실업선수들은 여자 실 업테니스계의 선수층이 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 실업선수들이 몇 년간 경쟁하는 상대가 같고 그 경쟁 결과에 큰 변화가 없어 경쟁심과 경기력향상을 위한 노력을 저하시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은 한국실업연맹측이 대회 참가의 벽을 높게 만들어 여자 실업선수들로 하여금 다양한 레벨의 선수 와의 경쟁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 여자 실업선수들은 코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 구하고 코치가 없는 데에는 복합적인 배경이 존재한다. 실업팀의 창단목적이 전국체전을 위해 각 시‧도를 대표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국체전 단체 전 때문에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 보니 각 시‧도 지자 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실업팀으로서는 코치비용을 충당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스포츠계의 특성상, 감독의 고용형태조차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코치선 임의 목소리를 내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보인다.

셋째, 국내의 실업팀 시스템은 테니스가 개인 스포츠 임에도 불구하고 단체전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집단 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전국체전 단체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팀의 일체감을 중시 하며, 팀을 위한 희생을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관 계 중심적이고 단일체적인 집단주의적 성향은 단체전을 통해 개인 스포츠인 테니스에 적용되어 여자 실업선수들 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작용을 야기한다. 동호인 수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동호인 인기 스포츠인 테니스가 향후 4-5년 동안에 대안 이 없다고 탄식만 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실업팀 시스 템에 변화를 가져와 여자선수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르네 상스가 찾아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 다.

과거 일본의 기미코 다테와 최근 중국의 리나, 정지에 가 해냈듯이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남자보다는 여자 쪽이 더 전망이 밝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여자 실업 테니스계의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대다수 테니스계 인사들이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많은 문 제점을 노출하며 위축되고 있는 여자 실업테니스계를 위 기에서 건져내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여자 실업테니 스계에 정형화 된 시스템을 깨고 새 판을 짜기 위해서 실질적인 방안을 내세우는 것. 그게 어려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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