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는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도시다. 고급 호텔이나 음식점에는 아랍 부호들이 순백의 멋을 드러내고, 쇼핑몰에는 유럽 백인들과 아시아인들이, 그리고 생산의 현장에는 아프리카 혹은 인도계 노동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두바이 공항에 내려 숙소를 거쳐 대회장까지 이르는 동안, 적어도 20개국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 정도였다.

두바이는 사막 한가운데 세운 천국과 같은 곳이다. 이곳이 사막지역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무더운 날씨밖에 없다. 아랍의 전통 보다는 첨단의 화려함으로 수놓은 곳이다.

이러한 도시 분위기는 전 세계 선수들이 전 세계 코트를 종횡무진하는 ATP 투어대회 분위기와 닮아있다. 대회장에는 다국적의 선수들만큼이나 관중들도 각양각색이다. 물론 정현을 응원하는 한국인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마치 전 세계 팬들이 몰리는 그랜드슬램 대회를 방불케 한다.

대회장에는 특히 테니스의 본고장에서 온 유럽인들로 가득했다. 센터코트 건물을 빙 둘러가며 자리한 고급 레스토랑에는 유럽 테니스팬들의 미소가 넘쳤다. 이곳이 테니스장인지, 고급 정원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정도였다.

현란하게 늘어서 있는 각종 기념품점, 이벤트장, 기업 광고부스들은 관중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도시답게 테니스팬들의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이 몰려 여유로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다양한 피부색, 머리카락, 언어가 섞이는 곳에서 오직 통일되는 것은 테니스였다. 관중들은 세계 최고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일제히 환호와 탄성을 내질렀다. 역시 테니스의 매력은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