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꽃이 개나리다. 개나리는 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핀다. 국화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 은은한 향기와 자태를 마음껏 뽐낸다. 국화 보고 늦깎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되는 것은 속도와 시간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일 뿐이다. 내공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자 동호인 테니스하는 사람들을 크게 3종류로 나눈다. 개나리와 국화 그리고 무궁화. 무궁화는 선수출신을 칭하고 개나리부에서 우승한 테니스 동호인을 국화로 구별짓는다. 언제인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이렇게 불렀다. 아마도 무궁화를 기준으로 개나리와 국화를 나눴든가 아니면 첫 봄의 상징이듯 테니스하면서 대회 출전하기 시작한 사람들을 통칭 개나리로 불렀을 것으로 보인다.
8월 3일 경기도 연천군의 후원으로 열린 연천DMZ평화컵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 개나리부 결승 경기는 개나리부에서 우승해 국화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상대는 경기도중 근육경련이 발생하고 개나리부 결승에 처음 오를 정도로 산전수전 겪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입상 경력많고 테니스구력이 족히 20년은 넘긴 짝들은 2-4로 수세에 몰렸다가 5-4 서빙포 매치를 잡고도 5-5 타이브레이크를 허용했다. 결국 발이 바닥에 지남철처럼 붙어 한발자욱도 뛰지 못한 채 젊은 상대에게 패싱샷과 로브에 국화꽃을 피우지 못했다.
준우승에 그친 이현란-조금순 조는 아쉬워했고 극적인 우승으로 국화가 된 허지현-허희경은 주위의 관객들에게 인간 승리라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동호인테니스에서 에너지가 가장 폭발하는 현장이 바로 개나리부 결승전으로 여겨질 정도로 연천대회 개나리부 결승은 흥미진진했다. 아래는 50여분 경기시간 가운데 간추려 22분짜리 코트에서의 인간승리 현장 기록을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