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화는 잔디, 하드, 클레이 등 용도에 따라 달리 신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상 위험이 있다. 왼쪽 두번째가 잔디코트 테니스화, 세번째가 하드코트, 네번째가 클레이코트 테니스화다
▲ 잔디코트용 신발 바닥. 바닥이 곰보처럼 우툴두툴하다
호주 셰파톤에서 13일 끝난 주니어 16세 이하 데이비스컵과 페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 한국 남녀대표 선수가 각각 5위와 10위 성적에 그쳤다. 남자는 결선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8강전에서 홍콩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콩만 이겼으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데이비스컵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여자는 예선에서 전패를 하는 바람에 그 마저도 기대할 수 없었다.
남자의 경우 해마다 월드그룹에 가서 우승, 준우승을 한 경력에 비추어 올해 이례적인 성적을 거뒀다. 이런 기대이하 성적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들의 기량이 예년에 비해 모자란 것일까?
이유는 잔디 코트에 맞는 신발이 우리 선수들에게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주니어대표선수들은 클레이코트용 신발을 신고 잔디코트에 들어가 경기를 했다. 약체인 상대에게도 세트올 경기(12회)를 허용하고 타이브레이크 게임(7회)이 많았다. 선수들은 신발 때문에 미끄럽고 정지가 안되는 상황에서 부상 위험을 무릎쓰고 이기려고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발이 미끄러져 도통 게임을 할 수 없었다. 개최국 호주가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한 것을 보면 잔디코트 개최 잇점을 충분히 누렸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잔디 코트용 테니스화를 신지 않고(준비하지 않고) 대회에 출전한 나라는 단 두나라. 대한민국과 퍼시픽오세아니아(남태평양 섬나라 선발). 주니어 데이비스컵의 경우 대한테니스협회(회장 주원홍)가 옷과 신발, 출전 경비를 준비해 제공한다. 하지만 주문한 잔디코트 신발이 출국전 도착하지 않아 현지에서 구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출국했다. 호주 현지에 잔디코트용 신발이 없어 마포중 유지헌 감독과 중앙여중 김종명 감독은 셰파톤 시내를 이잡듯 뒤지다시피해도 신발을 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선수에게 신발을 빌릴 수도 없었다. 전쟁터에서 적군이 무기를 빌려주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U-16 남자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지헌 감독(마포중)은 테니스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불태워줬다. 천연잔디용 테니스화를 준비하지 못해 대회 초반 선수들이 자주 넘어지는 등 고전을 겪었다”고 전했다.
결국 애꿎은 선수들만 어려운 경기나 어이없는 경기를 하게 되었고 이기려고 사지에서 헤맸다. 심지어첫날 일본과의 경기에서 우리 주니어들이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닿는 일이 발생했다. 소위 테니스에서 세월호 사건이 터진 셈이다. 어른들의 무능으로 선수들만 피해를 당했다. 협회의 무능과 준비부족 그리고 감독의 안이한 생각이 합해져 선수들에게 월드그룹 진출이라는 기회를 박탈했다. 국제경험이 많아야 투어 선수로도 발전할 수 있는데. 엘리트 육성을 정관에 두고 있는 협회가 주니어 육성과 후원 그리고 최소한의 관심을 쏟아야 할 절실한 시점이다. 신발하나도 준비 못해주는 형편이라는 지탄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일본의 경우 한달전에 일본 잔디코트에서 적응하고 신발도 준비하는 등 만반의 채비를 했다.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는 "대표팀 용품 계약사인 아디다스측에 잔디코트용 테니스화를 요청했는데 원활하게 공급이 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번 잔디코트에 출전한 선수들은 경기를 하면서 한결같이 신발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할 것 같다.
"신발, 신발, 바지. 바지, 티, 티, T E N N I S, 테니스" "우리는 월드그룹에 가고 싶어요~"
앞으로 3년간 호주 같은 지역에서 데이비스컵 페드컵 지역 예선 경기를 할 예정이다.
▲ 박의성 정영석 한선용. 체격적으로나 눈매나 모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