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스페인/5위/26세)이 로마 마스터즈에서 숙적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31세)를 2:0(61 63)으로 물리치고 자신의 24번째 마스터즈 1000시리즈 우승이자 통산 56번째 우승타이틀을 거머쥐면서, ATP 랭킹포인트 1000포인트와 7억 2천만 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이로써 나달은 페더러와 결승에서만 20번 만나서 14승 6패의 우위를 지켰고, 통산 상대전적에서도 20승 10패로 앞서 나갔다. 또한, 나달은 총 9개의 ATP 마스터즈 1000시리즈 중 현재까지 3개의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올 시즌 38번의 경기 중 36번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2012시즌 무릎부상으로부터의 완벽한 부활을 예고했다.

<매치리포트>
 1세트
페더러는 첫 서브를 82%나 성공시키고도 득점률은 44%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나달의 리턴이 좋았다는 얘기다. 반면, 나달의 첫 서브 성공률은 64%에 불과했지만 득점률은 77%에 달해 스트로크 대결에서 페더러를 압도했다. 페더러는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클레이코트의 황제를 상대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면서 나달을 흔들어 보았지만, 나달은 흔들리지 않고 높고 강한 스핀이 걸린 스토로크로 페더러의 백핸드를 공략한 것이 먹혀 들었고, 결국 페더러는 15개의 언포스트 에러를 남발하면서 전체 36포인트 중 30%에 불과한 11포인트밖에 따지 못하고 1:6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2세트
체력저하와 함께 페더러의 첫 서브 성공률은 현저하게 떨어져 38%에 불과했던 것에 반해, 나달의 첫 서브 성공률은 78%로 높아졌다. 하지만, 1세트 첫 서브 득점률이 44%에 불과했던 페더러의 득점률은 75%로 높아졌고, 나달은 77%에서 68%로 오히려 낮아졌다. 웬만한 공격도 먹히지 않자 페더러는 초조해지면서 에러가 많아졌다. 특히 집요하게 페더러의 백 쪽을 향해 날아오는 나달의 강한 탑스핀이 걸린 스트로크를 페더러가 한 손 백핸드로 되받아 치기에는 힘에 부쳐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거의 완벽한 발리찬스마저 자신의 실책과 나달의 그림 같은 패싱 샷으로 무산되면서 전의를 상실하면서 결국 6: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나달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을 뿐 아니라, 영리해지기까지 했고 거기에다 여유까지 생겨 역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나달이 왜 ‘클레이코트의 황제’ 인지를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나달은 마치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익숙한 빙판 위에서 춤추듯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페더러의 공격을 받아낸 반면, 페더러는 운동화를 신은 채 빙판 위에서 경기하는 듯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고, 가끔 중심을 잃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번 경기에서 나달은 왼쪽 무릎에 붕대를 감고 나왔으나, 경기도중 수많은 급격한 방향전환에도 무릎 때문에 지장 받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보인데다 올 해 복귀 후 총 38번의 경기 중 36번을 승리로 이끌었다. 따라서, 올 시즌은 조코비치와 나달의 2강 틈바구니 속에서 페더러가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