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안동코트에 이 캠코더가  코트마다 전부 걸리길 기대해본다

 안동오픈 예선 1회전이 열린 16일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한 심판이 다가와 영상을 제공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울산대 선수가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캠코더 밧데리가 충분했으면 촬영이 됐을 것이라 하고 편집되면 전해주겠다 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이틀이 지난 뒤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저 저번에 영상부탁드린 울산대 김혜수라고 합니다. 시합영상 어떻게 됐는지 여쭈어보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하며 정중한 어조였다. 순간 아차 하면서 안동과 서울 오가면서 편집할 겨를이 없었고 정신이 없었다. 주고받은 약속에 대해 소홀히 함을 반성하며 바로 편집에 들어갔다. 아침 7시 40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링크 주소를 문자로 보냈다.
오후에 영상을 봤는지 맞는 지 물었다. 중간고사 기간중이라 시험 끝나고 볼 생각이라는 답을 받았다.
강원도 영월에서 테니스를 시작한 김혜수는 수원 북중, 용인고를 거쳐 울산대에 진학했다. 테니스 명문 코스를 밟고 있다. 울산대 최재성이 대학연맹전 우승한 것이 생각나 울산대 분위기를 물었다. 김혜수는 아주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다며 졸업전에 대학부 우승해 좋은 실업팀에 가고 싶다고 했다.

김혜수는 기자의 캠코더에 담긴 경기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얼마나 도움이 될까. 10년전부터 소니 캠코더를 사서 선수들 경기영상을 녹화했다. 정리해 유튜브에 올렸다. 스코어도 없고 이름과 소속만 적어 올렸다. 어린초등학생 선수부터 성인 동호인에 이르기까지. 외국가면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연습코트 영상을 담아서 유튜브에 올렸다. 가장 편한 방식이기에 가능했다.

테니스는 말로 설명이 필요없다. 연속사진이나 영상이면 장단점 파악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혜수의 경기 영상은 비록 이긴 경기지만 오답노트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할 수 있다. 테니스 한 경기에 인생이 녹아있듯 김혜수는 한 경기를 통해 자신의 테니스를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겨울 일본중고물품 사이트를 통해 소니 캠코더를 대당 25만원 들여 6대를 수입했다. 목적은 경기 영상 촬영이다. 캠코더를 펜스 위에 올려놓기를 수백번 하다보니 부서지고 깨지고 떨어져 기능이 상실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수리보다는 중고품 구입이 저렴하다. 2011년 모델이 써본 것 중 가장 명품인데 소니에서 단종해 시중에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본 가정에서 내놓는 캠코더를 하나둘씩 구매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가정에서 영상 촬영해 쓰는 관계로 일본 가정의 집안내 캠코더는 무용지물인데 영상 녹화에 주력하는 기자에겐 소중한 물건이 되고 있다. 여배우와 이름이 같은 울산대 김혜수 선수에게 도움을 주듯.

선수 경기 영상에 얽힌 최근의 사연이 하나 더 있다.

두달전 강원도테니스협회 정기총회에 취재를 갔다. 수원에서 경기도총회를 마치고 원주에 도착하니 총회는 윤일남 회장이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었다. 이제사 도착했다는 인사를 받으며 민망해 했다. 회의 뒤 단체사진을 찍고 식당으로 향했다. 다들 헤어지고 멀리서 기자왔다고 밥을 먹고 가라는 것이다. 곁에 앉은 강원도 이병남 사무국장과 강원도 테니스 이야기를 주워담았다. 강원도테니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원주테니스 사무국장을 하다가 강원도테니스협회 사무국장을 이어 맡게 됐다며 조금은 힘들어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테니스를 해서 어쩔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대뜸 아들 이름을 물었다. 괴산군청 이동현이라며, 건국대 졸업해 괴산군청에 입단했다며 자랑했다. 혹시나해서 구글 검색을 했다. '이동현 테니스' 2019년 서울올림픽공원에서 한 제74회 한국테니스선수권 1회전 경기 영상이 결과물로 나왔다. 상대선수는 울산대 최재성. 테니스피플 유튜브에 올라간 건국대 이동현 경기 영상을 아버지에게 전했다. 처음봤다며 아내에게 전달했다. 늘 아들 경기 보고 싶었는데 영상으로 보게 되어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축구와 테니스중 테니스를 하겠다해서 원주에서 시작한 아들의 테니스는 고양시, 김포를 거쳐 강원도 양구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어린 학생을 양구에 두고 오면서 아내는 창밖에 펑펑 내리는 눈과 함께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어린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하면서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병남 국장은 지금도 그때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병남 국장과의 연락은 잠시 쉬었다. 그러다 안동오픈에서 다시 이어졌다. 안동오픈 6번 코트 라이브 중계를 보던 중 익숙한 이름이 떴다. 괴산군청 이동현. 예선 1회전은 부전승으로 2회전에 올라 경기를 하고 있었다. 아들의 경기를 멀리서나마 보시라는 마음에서 링크 주소를 이병남 국장에게 전했다. 감사하다는 말을 받았다.

우리나라 테니스 선수들은 10년 이상씩 테니스를 한다. 그 이후 평생 라켓을 놓지 않는다. 자신의 경기 영상 하나씩있다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상 촬영을 한다. 때론 선수가 셀프카운트로 한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콜에 의심을 갖고 영상을 보여달라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촬영이 됐으면 했지만 보존이 안된 경우도 있다.

테니스를 하는데 자신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고 한다.

중고테니스연맹 윤기만 이사는 "자신의 경기영상 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며 "경기를 다시 보고 지도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다음 경기를 더 잘 할수있고 핀셋 훈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 지도자들은 선수 경기를 보면서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적지만 우리나라 지도자는 머리가 좋아 경기뒤 복기하면서 경기 뒤 한쪽에 서서 핵심체크를 해준다. 이때 영상이 있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선수들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국내 올 시즌 첫 오픈 대회인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안동오픈이 성공리에 끝났다. 투어선수 남지성의 노련함과 포기할 줄 모르는 멘탈이 돋보인 가운데 우승했다. 서른이 넘어도 무거운 쇠덩어리를 어깨 너머로 넘기는 훈련을 한 국내 최고의 포핸드 김나리가 여자단식우승과 여자복식 준우승을 했다. 복식 우승한 그랜드슬램급 선수 송민규는 연습때 이단 높이 뛰기를 하면서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좋은 선수가 좋은 대회에서 기량을 맘껏 발휘한 것이 안동오픈이었다. 

테니스선수의 선망의 직장 KDB 산업은행은 이재문이 단식 준우승하고 송민규와 함께 복식 우승도 해 이번 안동오픈에서 최대 수확을 했다.
홍성찬이 해외에 있고 신산희가 군에 입대하면서 전력이 빠진 세종시청은 남지성이 단식에서 우뚝 서면서 자존심을 치켜 세웠다.

NH농협은행은 신입생 백다연이 결승에 단박에 가면서 선수하나 잘뽑았다는 안도감을 갖게 했다. 박용국 단장을 안동으로 불러들였다. 앞으로 10년간 못받는 공 없는 백다연이 결승에 오르고 우승할 것이 눈에 불을 켠듯 훤하기 때문이다. 작은 거인 백다연의 포핸드 역크로스는 정말이지 일품중의 일품이다.

경산시청 김미옥의 혼합복식 우승, 김포시청 최재원 감독의 남자복식 3위 입상 등은 많은 후배 선수들과 한국테니스계에 주는 메시지가 자못 크다.  코치보다 선수가 낫다고 한다. 테니스 선수는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좋고 시상대에 서면 더할 나위 없음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안동오픈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 기쁨의 장이 되고 주관한 안동시테니스협회(회장 손영자)는 흐뭇한 대회가 되고 있다.

안동오픈은 이번에 6번 코트 때론 1번 코트에서 실시간 라이브중계를 예선부터 하고 복식과 단식 결승 경기를 해설있는 중계를 했다.

상금도 국내 최고이고 날씨도 좋고 인심도 좋은 안동오픈은 코트가 늘어나고 볼도 7-9-9로 바꿔주고, 예선 1회전부터 모든 선수의 전경기 영상 촬영이 되면 더할 나위가 없을 듯 하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안동오픈만 같아라. 그러면 영국여왕과 왕세자가 방문한 안동이 한국의 윔블던이 된다.  테니스대회를 1년에 6개나 하는 시군구 가운데 여성 회장이 유일한 곳이 안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