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치킨 천국’임은 누구나 실감하는 사실이다. 동네마다 치킨집 없는 곳이 없다. 한 거리에 2~3개 치킨집이 경쟁하는 건 기본이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반경 500m에 최다 24곳, 평균 6.4개 치킨집이 있다고 한다.

전국 치킨집 수는 3만4000여 곳.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것도 전문점만 그 정도다. 호프집·피자집 등 치킨을 함께 파는 곳까지 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배달의 민족’답게 안방은 물론 매장, 강의실, 심지어 계곡에서도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치킨집은 자영업의 상징이 된지 오래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층까지 창업에 나서고 있다. 오죽하면 “문과는 대학 나와 치킨집 차리고, 이과는 직장 나와 치킨집 차린다”는 서글픈 조크까지 나왔을까. 그만큼 퇴출도 빨라 ‘자영업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한다.

치킨집은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종이다. 편의점 다음으로 프랜차이즈 점포가 많다. 그 브랜드만 400여 개. 치킨집의 72%가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전체 매출의 83%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전형적인 레드오션에서 틈새를 제대로 공략해 정상급으로 뛰어오른 브랜드가 바로 굽네치킨이다.

굽네치킨은 아무리 포화시장이라도 철저한 시장분석과 사업전략으로 무장하면 깃발을 꼽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치킨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프라이드가 주류다. 고무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이 있듯이 튀긴 음식은 입맛을 끌기 마련이다. 그런데 굽네치킨은 오븐구이 치킨으로 승부했다. 브랜드네임부터 튀기지 않고 구워 치킨 본연의 맛을 살렸음을 강조했다.

▲ 굽네치킨 홍경호 대표

“기름을 빼고 맛과 건강을 채워 넣는다”는 컨셉트는 때마침 불어온 웰빙 트렌드를 타고 큰 호응을 얻었다. 결국 창업 13년 만에 가맹점 1000개, 연 매출액 1600억 원을 달성했다. 그 성공신화의 주인공은 홍경호 대표다. 그는 치킨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파로 유명하다. 90년대 말 반짝 인기를 끌었던 패스트푸드 파파이스 출신이다.

홍 대표는 1995년부터 파파이스 점포개발 담당, 직영점 운영자로 일했다. 그러면서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시장을 면밀히 분석했다. 후라이드와 양념 사이에서 차별화 포인트 없이 재료비, 인건비를 낮춰 가격경쟁에만 몰두하는 프랜차이즈 생태에 주목했다.

후라이드와 양념 이분법을 넘어서는 틈새는 구운 치킨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창업에 나섰다. 당시에도 구운 치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메뉴를 시스템화하면 승산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조리부터 배달까지 전 과정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파파이스 경험을 통해 가맹점이 많을수록 매장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소녀시대 광고모델 내세워 ‘초대박’

2005년 3월 마침내 1호점인 김포북변점을 열었다. 퇴직금 1900만 원으로 친구가 운영하던 치킨집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매장이었다. 처음부터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 해 말 조류독감이 번지면서 개업휴점 상태에까지 몰렸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구운 치킨의 가능성을 믿고 프랜차이즈화를 밀고 나갔다. 작은 가게지만 재료 조달부터 오븐 구이, 포장, 배달에 이르는 과정을 시스템화 해 표준화된 맛과 서비스를 구현했다. 그렇게 하니 주문이 몰리는 상황에서도 매장이 잘 돌아가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생닭을 펴서 오븐에 넣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모든 점포의 오븐을 증설한 것도 시스템적 사고의 결과다. 홍 대표는 기존 치킨집을 위탁 운영하다 넘기는 방식으로 가맹점을 늘려나갔다. 오븐 증설뿐 아니라 주방 확대, 인테리어 개선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창업 2년여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다. 오븐구이 치킨 인지도를 높이면서 본격적인 메뉴 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굽네 갈비천왕부터 매운 맛 열풍 속에 입맛을 사로잡은 굽네 볼케이노까지 히트메뉴가 나왔다. 치킨과 밥을 결합한 이른바 ‘치밥’ 유행도 굽네치킨이 주도했다.

굽네치킨의 성공은 소녀시대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 2008년 6월 막 떠오르던 걸그룹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잡았다. 당시만 해도 치킨에 늘씬한 여성 아이돌은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이 과감한 마케팅의 결과는 초대박이었다. 굽네치킨은 소녀시대를 앞세운 덕분에 2008년 매출이 전년 대비 130% 급상승했다.

2012년 4월까지 계약을 맺은 소녀시대 개런티는 연 6억 원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굽네치킨과 SM의 합작은 식품광고계의 통념을 바꿨다. 치킨·피자 등 식품업계에서 앞다퉈 남녀 아이돌 그룹을 광고모델로 쓰게 됐다. 대세 아이돌이면 치킨 광고 하나쯤 찍어야 한다는 인식마저 생겼다.

2009년엔 치킨값에 2000원을 더 내면 소녀시대 다이어리 한정판 세트를 끼워주는 이벤트로 인기몰이를 했다. 소녀시대만 나오고 치킨은 1초 정도 잠깐 비치는 파격적인 광고도 나왔다. 맛있는 제품을 보여줘 식욕을 자극해야 한다는 게 식품광고의 상식을 깬 것이다.

굽네치킨은 홍콩을 시작으로 마카오,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에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 뻗어나가고 있다. 국내와 동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현지 파트너를 잡는 대신 물류센터, 교육장 등을 갖춘 직영체제를 유지한다.

홍경호 대표는 최근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맡아 테니스계와 돈독한 인연을 맺었다. 그는 “각 지역 코트에 수익 구조를 만들어 테니스 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임 포부를 밝혔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입증된 그의 리더십이 테니스를 통한 사회공헌에서도 빛나기를 테니스인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