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의 한 공공시설 내에 설치된 테니스장에서 클럽회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창원시 공공시설 내에 설치된 테니스장 곳곳이 이곳을 주로 사용하는 특정 테니스동호회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4시 20분께 찾은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A테니스장. 공공시설 내 테니스장 운영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기자가 “창원 시민인데 주말에 테니스치기 위해 이곳을 알아보러 왔다”고 하자, B테니스클럽 관계자는 “테니스 치려거든 시립테니스장 가서 돈 내고 치세요”라고 했다. 녹지공원 내에 조성된 이 테니스장은 시 예산으로 만든 공공체육시설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이곳이 공공체육시설은 맞지만 시에서 임대 비슷하게 해서 우리만 쓰고 있는 거라 일반 시민들은 이용 못한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찾은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의 한 체육공원 내 테니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친구들과 함께 테니스 치려고 코트를 알아보러 왔다”고 하자, C클럽 소속 관계자는 “테니스 좀 쳐봤다면서 이런 규정도 모르느냐. 여기는 우리 클럽이 관리하고 있는 곳이니 테니스 하려거든 클럽에 가입하거나 시립테니스장으로 가라”고 잘라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의 또 다른 체육공원 내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D클럽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체육공원이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테니스장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예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중순께 A테니스장에 갔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정모(27)씨는 “운동하러 갔다가 테니스장 입구에서부터 퇴장 요청을 받았는데, 문을 안에서 잠그고 클럽 소속 회원이 아닐 경우 출입을 막고 자기들끼리만 사용하고 있었다”며 “시민 세금으로 시설을 설치한 뒤 이를 특정 단체가 점유하고 시민들에게는 ‘갑질’하는 꼴을 볼 수 없어 성산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성산구청 산림농정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외 테니스장 특성상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설이라 테니스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구장을 관리하면서 사용하고 있고, 다른 공공시설 내 테니스장도 마찬가지다”며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므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오해가 없도록 안내판을 붙일 예정이다”고 해명했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역 내 공공체육시설에 설치된 테니스장은 체육공원에 20곳, 도시공원과 완충녹지에 15곳 등 모두 35곳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반 시민이 출입과 사용을 제한 당하는 것은 비슷하다.

시는 조례에 따라 체육시설을 조성한 뒤 각 구청 문화위생과로 시설을 이관하고, 각 구청은 읍면동사무소와 협의해 운영하는 절차를 거친다. 또 읍면동사무소는 관리 편의를 위해 특정 단체와 위탁협약을 맺고, 유지관리비는 동호회가 지불하는 방식이다. D클럽 관계자는 “시설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우리가 내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조성 당시의 가장 큰 목적이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동호회원 외에 시민의 사용을 제한하는 현재의 운영방식이 취지와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