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투어(500시리즈) 라쿠텐재팬오픈이 열리는 일본 도쿄 지역에는 지난 6일 오후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낮 최고기온이 영상 19도에 불과할 정도로 쌀쌀한 날씨였다. 현장에서 체감한 바로는, “춥다” 는 말밖에 안 나올 정도로 매서운 가을 추위였다.
지난 5일 센터코트에서는 따스한 햇살이 느껴졌지만, 하룻밤 사이에 체감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런데 관중 수는 오히려 6일에 더 많았다. 주최측은 5일 센터코트 관중 수를 9,100여 명으로 추산했지만, 6일 관중 수를 9,50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장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 지붕이 열린 5일 경기(위)와 지붕이 닫힌 6일 경기(아래)
재팬오픈의 센터코트인 아리아케 콜로세움은 지난 1987년 건설되어 올해 만 30살이 됐다. 개폐식 지붕을 설치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그랜드슬램의 경우, 호주오픈 로드 레이버 아레나는 1988년, 윔블던 센터코트는 2009년, US오픈 아서 애쉬 스타디움은 2015년에 여닫는 지붕을 설치했다.
도쿄 지역에 비 예보가 있었던 이날 오전, 아리아케 콜로세움의 지붕은 완전히 닫혀있었다. 그 상태로 첫 경기 디에고 슈바르츠만(아르헨티나, 28위)과 스티브 존슨(미국, 45위)의 8강전을 치렀다. 경기 뒤, 주최측은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지붕을 반 정도 열었다. 이에 대해 재팬오픈 홍보팀의 노자와 나오유키는 “이 대회는 실외 하드코트 대회이기 때문에 우천시를 제외하고는 의무적으로 지붕을 열어야 한다” 고 설명했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인 리샤르 가스케(프랑스, 30위)와 다비드 고팽(벨기에, 12위)의 8강전 1세트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1세트 5번째 게임이 끝난 뒤, 지붕을 다시 닫기 위해 경기가 중단됐다. 지붕을 닫는 과정에서 선수의 시야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홍보팀 관계자는 “지붕을 닫는 데 15분이 소요됐다. 사실 지붕을 설치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여닫는 속도가 그리 빠른 건 아니다” 라고 말했다.
▲ 6일 우천으로 야외코트에 빗물이 차오르고 있다
세 번째 경기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 5위)와 라이언 해리슨(미국, 50위)의 8강전이 시작된 오후 4시경부터 코트 밖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기온은 더욱 떨어졌다. 반면, 관중석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온기가 느껴졌다. 관중들은 칠리치의 세계 정상급 강서브를 쾌적한 환경에서 감상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는 일본의 새로운 희망 스기타 유이치(40위)의 8강전이었다. 비록 아드리안 만나리노(프랑스, 31위)의 승리로 끝났지만, 9,500여 관중들은 경기 내내 자리를 지키며 1시간 52분 간의 치열한 승부를 감상했다.
만약 아리아케 콜로세움에 지붕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경기가 제대로 진행됐을까. 정규시즌 일정이 7개월에 이르는 프로야구의 경우,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어도 해당 경기는 추후에 편성되면 그만이다. 하지만, 테니스 투어대회는 다르다. 무조건 대회기간 내에 모든 일정을 끝내야 한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재팬오픈의 센터코트는 지붕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같은 날씨에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비가 와도 경기를 한다’ 는 믿음은 팬들이 걱정 없이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원동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