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ㆍ대학 선수 생활을 마치면 테니스부가 있는 직장을 찾아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한다.
흔히 직장 테니스부에 속한 선수들을 실업(實業) 테니스 선수라고 부른다. 국어 사전에 실업(實業)이란 뜻은 농업, 상업, 공업, 수산업과 같은 생산 경제에 관한 사업을 말한다. 실업 테니스팀은 그 사업체에 속한 팀을 의미한다. 현재 NH농협은행, KDB산업은행 등 생산 경제 활동에 관한 사업을 하는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테니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남자 실업 선수는 64명, 여자는 남자보다 11명 적은 53명으로 총 117명이 실업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투어 선수로 활동하는 것도 어렵지만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해 실업팀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한다. 한 해에 10명도 뽑지 않기 때문이다. 있는 팀마저 예산이 줄어들거나 팀이 없어지고 있다. 실업 선수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테니스를 잘 한다. 이들은 한국실업테니스연맹(회장 선병석)이 주관하는 7개 대회에 출전하고 전국체전과 도민체전에 시도와 시군의 대표로 출전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해 성적을 올리기도 한다.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초등학교때부터 십수년 한 테니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테니스피플>에서는 지난 3월 영월에서 열린 한국실업연맹전에 출전해 각 부서에서 입상한 실업선수 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최재원, 김현준 김지영, 김미옥(경산시청) 권형태, 오성국,정혜진(성남시청), 홍현휘(NH농협은행) 유민화(창원시청) 김선정(양천구청) 선수가 응답을 했다.
이들은 선수 생활을 누리고 긍정적으로 살아나가고 있다. 조코비치, 페더러, 정현 등 나름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일지라도 이들은 테니스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이들은 소속팀의 지도자를 존경하고 팀원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들 중에는 혼합복식을 단식보다 좋아하고 퓨처스대회에 나가 8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도 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약해 보여도 이들에게는 아주 진지하고 소중하다. 내년에 팀의 존재가 어떻게 될 지 몰라도 운동하는 순간에는 즐겁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고 외제 차를 사서 타고, 박사과정에 다니며 선수생활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매일 저녁 세시간씩 영어학원을 다니며 테니스외에 무기를 갖추는 선수들이 이들이다.
이들 중에는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살고 있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20대, 30대들이다. 자신들의 또래에 비해 테니스 라켓 하나로 직업을 갖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생활을 하는 우리 시대의 신나는 청춘들이다. 그들이 조심스레 속 마음에서 꺼낸 이야기 10편을 소개한다.
▲ 2003년 호주오픈 주니어대회 본선에 출전해 복식 8강까지 오른 선수다. 주니어시절 국제대회를 다니며 두루 경험을 쌓았다.
'로드 우먼'김지영(경산시청)
영월 1차 실업연맹전 여자복식 우승
-영월1차실업연맹전 여자복식 우승 소감은
=제일 먼저 이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드린다. 오랜만의 우승이고 경산시청 입단이후 여자 복식부문에서 첫 우승이라 기쁘다. 함께 뛰어준 김미옥 선배와 감독, 코치, 팀원들에게 감사하다.
-경산시청 입단 후 첫 복식우승인데
=인천시청과 강원도청에서 속해 있을 때 많은 우승을 했었기에 경산입단 당시에도 목표한바가 있었다. 하지만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입상을 하였지만 우승은 혼합복식뿐이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끝까지 도전하고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승 상대가 유민화-김신희 조인데 어떤 전략으로 시합에 임했나
=김미옥 선배가 경기 중에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 대화를 많이 하자고 했었고 나는 파이팅을 하며 게임의 흐름을 끌고 가려고 했었다.
-30살이 넘었는데
=나이 때문에 경기 중에 체력적 부담을 느낀 적은 없다. 단지 이번 대회 시작 전에 장염이 걸려서 단식에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거 같다. 과거에 비해 회복력이 조금 차이가 난다고 느껴지는 건 있어서 체력관리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자기만의 체력관리 노하우는
=시합 전에 잘 먹어두는 편이다. 시합 전에는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챙기고 시합이후엔 수분 섭취에 신경을 쓴다. 조금 덥더라도 땀 흘리는 게 낫다고 생각되어서 따뜻하게 입고 훈련한다.
-경산시청이 남녀 복식 동반우승을 했다. 남자부에 김현준-최재원에게 한마디
=오랜만에 같은 팀끼리 페어해서 우승한 거라 기쁘고 동반우승이라 두배로 기쁘다. 안동에서도 파이팅하자!!
-경산시청 코칭스태프에게 한마디
=할 수 있다고 믿어주신 김성곤 감독에게 감사하고 저에게 필요한 훈련을 해주시는 정성윤 코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응원해준 팀원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같은 곳을 보며 함께하며 서로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막내 가영이가 제일 고생인데 힘내라.
김지영을 알고 싶다
"박사과정 도전중"
-테니스하면서 즐거운 점은
=선수로서 많은 경험을 하고 도전을 한다는 것이 좋고 좋은 분들과 함께 테니스하며 좋은 관계를 맺고 좋은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장점은
=나를 좋아해주는 분은 편하다고 한다.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을 좋게 봐 준다.
-당신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부상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기 좋아하나 =프라모델을 만들거나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작년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요즘엔 과제 삼매경에 빠져 있다.
-당신은 당신의 어떤 점을 싫어하나
=조금 힘든 생각을 하게 되면 깊게 빠져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가 있다.
-테니스하면서 인생 최고의 순간이 있다면
=가족과 함께 테니스를 하며 처음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과 호주오픈 주니어대회를 뛰었던 경험과 첫 국제대회 단식우승을 했던 영월서키트가 최고의 순간이다.
-테니스코트에서 최악의 순간은
=부상으로 경기를 마치지 못하고 기권하는 순간
-당신 스스로에게 지금 조언을 한다면
=힘들어도 좋은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선수답게 행동하고 행복한 테니스를 하겠다는 목표를 잊지 말아라
-지금까지 들은 최고의 조언은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재능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재능만으로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강해져라. 노력해라.
-인생에서 하루가 주어진다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것이다.
-징크스는
=어릴 때 몇 가지가 있었던 거 같은데 결국 징크스는 스스로가 만든다는 걸 느낀 이후론 없는 거 같다.
-자신을 위해 최고의 사치를 누린 게 있다면 또는 가장 비싼 것을 산 기억은 =일시불로 자동차를 구입했던 거랑 조금 고가의 다이어리를 사서 쓰고 있다.
-존경하는 사람
=돌아가신 이정명 감독, 나의 부모님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
-만약 테니스 선수를 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됐을까
=대학 교수
-가장 좋아하는 나라나 도시 =호주와 대한민국의 영월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응원과 격려로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과 저를 지도해주셨던 스승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