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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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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25  08: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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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퓨처스 1차대회 결승전 관중석에 앉아 소속 선수 나정웅의 경기를 지켜보는 임지헌 고양시청 감독

 

23일 고양시청 임지헌 감독은 경기 시작한 지 10분도 안되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김천 2차 퓨처스 결승 무대에서 뛰는 소속 선수 나정웅의 플레이에 화가 난 것이다.  16일 1차대회에서 우승하고 23일 2차 대회 결승까지 올라와 2주 연속 우승을 선수나 지도자 모두 기대했지만 경기 초반 뭔가 선수 마음 먹은대로 안되자 볼을 날리고 감정 조절을 못하는 제자에 대해 임 감독은 안타까워했다. 

지난 1월 부천시청에서 고양시청으로 나정웅 선수를 영입한 임 감독은 8개월간 선수를 믿어왔다. 나정웅이 " 저 팀 옮기는 데 얼마주실래요"하는 선수가 아니기에 더욱 믿었다. 오로지 테니스를 잘하고 싶어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싶다고 해서 믿고 지도했다.  

임지헌 감독과 나정웅 선수는 연초 첫 이집트 퓨처스 원정길에 올랐다. 대회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임 감독은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선수에게 들었다.  앞이 막막했다. 기껏 담금질 하러 15시간 넘게 비행기 타고와 한 석달 운동 신나게 하려 했는데 처음부터 뭔가 맞지 않았다. 임 감독은 고민했다. 철수해, 말어.

잠시 내린 결론은 이집트에서 몸이 부서져도 운동을 한다고 정했다.  한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도자부터 마음이 흔들리면 되지 않겠기에 선수에게 더 강도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무식한 방법을 택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아무것도 아니고 시청팀 몇년 그럭저럭 있다가 다른 팀으로 가는 그저 그런 선수가 될 것이 뻔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기껏 국가대표 출신이라 데려와 선수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여기저기 알렸는데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파도 부서져도 이집트에서 결판을 내야겠다고 했다. 선수에게 역기를 들게하고 다리가 뻐근하도록 웨이트를 시켰다.  라켓보다 아령을 드는 시간이 더 많았다.  열흘이 지나 몸이 아프지 않다고 해서 대회에 다시 출전했다. 볼도 달라지고 집중력도 달라졌다. 근육량이 늘어났다.  게임에서 나정웅을 쉽게 본 외국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코트에서 라켓을 깨부수며 포기하는 선수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정도 게임 내용이면 귀국해 한국 전관왕하겠다고 확신했다.  

조급증이 부른 결과일까.

귀국해  해볼만하다 생각했는데 국내 실업 선수들의 실력이 쟁쟁했다. 

나정웅은 3월 영월실업연맹전 3회전에서 문주해를 이기고 4회전에서 김성관에게 패했다. 상주오픈 3회전에선 한번 이겼던 문주해에게 져 탈락했다.  전관왕은 커녕 4강 문턱에도 못오를 지경이었다. 이집트에서 그 잘 맞던 공과 공격은 무기력해지고 공은 상대코트로 쭉쭉 뻗어가질 않았다.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로 상대를 잡으려는 작전은 무딘 공격으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 '우리나라 테니스에선 수비가 우선이야' '공격하다 볼 나가면 자신만 손해고 자신감 잃어'하면서  이집트 나일강 범람하듯 지도자나 선수나 이를 지켜보는 주위에서 생각이 넘쳐났다.  날씨가 더워지면 괜찮아 지겠지하면서 한쪽으로 위안 거리를 삼았다. 

나정웅은 안동오픈 3회전에선 설재민에게 지면서 올해는 기대하지 말고 내년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더운 7월에 열린 여수오픈에서 4강까지 가더니 그 누구도 국내에서 이기기 어려운 남지성에게 패했다. 코 앞이 결승 문턱이었는데.

그런데 8월에 김천에서 열린 퓨처스에서 오대성, 권순우, 송민규, 홍성찬, 정윤성, 남지성, 김현준 등을 이기며 선수는 자신감이 붙었다. 첫세트 타이브레이크 혈전을 하고 내줘도 2,3세트를 따는 뒷심이 나정웅에게서 나왔다.   선수보다 자신이 붙은 것은 감독이었다. 그럼 그렇지하면서 자신의 지난 8개월간의 애지중지한 마음 고생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 감독은 2007년 고양시청 실업팀 창단 감독 모집때 A4 용지 한박스 분량의 서류를 고양시에 제출했다. 그 서류에 자신의 꿈과 실천 계획을 담았다. 기라성같은 감독 후보자들을 물리쳤음은 물론이다. 

김영준, 채경이, 김보성, 김영재, 이대동, 안재성, 김해성, 김주은, 김소정 등이 임감독의 손을 거쳐 지도자 등으로 나갔다. 대개가 운동을 중간에 그만 두었거나 더 이상 테니스의 길을 모색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하지만 임 감독은 국내랭킹 1위를 만들고 국가대표를 배출하면서 하나하나 보석으로 세공해냈다. 선수로 어려우면 지도자로 변신시키면서 척박한 한국테니스 땅에 착근하게 거들었다.

지금 임지헌 감독의 숙제 중 하나는 줄탁동시(啐啄同時). 소속 팀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게 거드는 것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려고 할 때 부리로 껍질 안쪽을 쫀다. 이 소리를 듣고 어미닭은 바깥에서 알을 쪼면서 도와주는 것이다. 여기서 어미닭이 병아리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미닭이 급한 마음에 껍질을 빨리 깨어 줄 경우 병아리는 자생력을 상실해 세상밖에 나와서 제대로 살지 못한다. 어미닭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주어야 한다.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다.

임 감독은 우리나라에 세계 100위안에 들 선수가 많다고 보고 있다. "저 선수는 안돼"가 아니라 "저 선수는 분명히 된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여럿있다.  제자의 목표가 100위이면 스승의 목표는 톱10이고 제자들의 가슴에 톱10을 심어주면 된다. 말은 씨가 되어 선수의 생활 습관 ,연습에 임하는 자세, 경기에서 볼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마음 가짐을 다르게 한다.  

SMI아카데미에서 부터 테니스 외길 지도 경력 20년이 넘는 임지헌 감독이 꿈을 잃지 않고 선수를 어느 순간에서든 굳게 믿는데서 노력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수 단 둘이 게임하는 코트 관중석 한켠에서 캔 커피 한병 옆에 두고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하는 임지헌 감독을 비롯한 우리나라 테니스 지도자들에게 경의를 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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