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과 결승에서 맞붙은 크라체프는 세계랭킹 180위로 지난5월에 자신의 최고랭킹 153위를 기록했다. 크라체프는 윔블던 예선에 출전하여 2회전에서 나달을 꺾은 더스틴 브라운에게 세트스코어 0대2로 지고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했다.

 

 

정현과 크라체프의 경기는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됐다.

1세트 정현의 서브로 시작됐다. 정현은 자신의 첫 서브에서 4번의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크라체프에게 브레이크 당했다. 정현의 첫 서브를 브레이크 시키며 산뜻한 출발을 보인 크라체프는 러브 포인트로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며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정현은 두 번째 서브게임에서도 듀스까지 갔으나 서브포인트와 상대편의 에러로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다. 그러나 나머지 게임은 모두 크라체프의 게임이었다.  크라체프는 풀 샷 보다는 컨트롤 샷으로 정현에게 볼을 보냈다. 툭 툭 던지는 볼에 풀 샷으로 응수한 정현의 볼은 라인을 살짝 살짝 벗어났고 포인트는 크라체프의 몫이 됐다. 1세트는 30분이 채 되지도 않아 1대6으로 끝이 났다.

 

▲ 크라체프의 백핸드

 

 2세트는 러시아의 크라체프의 서브로 시작됐다. 2세트의 양상은 1세트의 반대로 흘렀다. 1세트는 정현이 자신의 첫 포인트를 뺏겼으나 2세트에는 크라체프의 첫 서브를 패싱샷으로 포인트를 가져왔다. 이어 백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크라체프의 볼을 정현이 멋진 런닝 백핸드 패싱샷으로 포인트를 땄다. 정현은 0:40까지 앞서갔다. 크라체프는 다시 양 사이드로 깊숙한 볼을 보낸 후 네트플레이로 접근했다. 크라체프의 발리샷은 네트 맞고 정현의 코트에 떨어졌다. 기분 좋지 않은 포인트였으나 정현은 침착하게 다시 대응했고 크라체프의 에러를 유도하며 처음으로 크라체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켰다.

정현의 2세트 첫 서브 게임, 30:30에서 정현은 짧아진 상대편 볼을 네트대시하여 스매싱 위너를 냈다. 정현이 네트 대시하여 얻은 첫 포인트다. 정현은 1세트에서 2번의 네트 대시를 했으나 모두 크라체프에게 패싱샷을 당했었다.

 

 0대2 크라체프의 서브다.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한 크라체프가 두 번째 서브게임의 첫 서브를 넣었다. 서브는 사이드라인에 떨어졌다. 라인 엄파이어의 폴트라는 콜이 터져 나왔고 체어 엄파이어는 코렉션(정정)을 외쳤다. 크라체프가 체어 엄파이어에게 다가갔다. 사이드라인을 보고 있는 엄파이어를 바라보며 콜 에러가 벌써 2번째라고 항의를 했다. 크라체프는 듀스 끝에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다.

정현은 2대1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다시 지켰다. 3대1로 앞서가는 상황에서 정현은 백핸드 방향으로 날아든 크라체프의 볼을 받으러 뛰다가 넘어질 뻔했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잘 잡아서 휘청 거리기만 했으나 잘못했으면 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올 뻔했다. 

 

▲ 크라체프가 2세트 후반 메디칼 타임을 불렀다

 

 5대2로 정현이 앞선 가운데 크라체프가 왼쪽 발목 부상(어디 아픈지 듣지를 못했다. 발목에 테이핑을 했기에 발목으로 적었다)을 이유로 메디칼 타임을 불렀다. 5대2인 상황인지라 분위기 전환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세트가 끝날 때까지 발목의 이상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2세트는 정현이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며 6대2로 가져왔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3세트는 오히려 쉽게 정현이 치고 나갔다. 정현은 크라체프의 첫 포인트,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며 분위기를 탔다. 1세트는 정현이 강공으로 나갔고  2세트는 크라체프가 강공으로 나갔다. 강공이 제 기능을 발휘 하려면 정확성이 담보가 되야 하는데 정현과 크라체프의 샷들은 약간씩 라인을 벗어났다. 2세트를 정현에게 6대2로 내준 크라체프는 샷의 속도를 더 줄였다. 그와 더불어 정현도 샷의 파워를 살짝 줄였다. 에러를 남발하던 정현의 샷은 점점 안정적이 되어갔다. 날카롭던 크라체프의 샷이 약해지자 정현은 대부분의 샷을 안정적으로 받아 넘겼다. 랠리가 시작되면 정현은 그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다. 랠리에서 밀리자 크라체프는 드롭샷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교하지 못한 드롭샷은 자신에게 위험을 초래할 뿐이다. 5대0까지 가자 크라체프는 게임을 포기했다. 결국 3세트는 정현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진행됐고 6대0으로 3세트를 마무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현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게임 자체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을 크게 2가지로 나눠보면 네트 플레이와 랠리 중 상대편의 컨트롤 샷에 대한 대응 부족이다. 정현은 총 5번의 네트플레이를 시도했다. 그러나 단 한번을 제외하고 모두 상대편에게 패싱샷을 당했다. 크라체프는 정현의 네트 대시를 파악하고 있었고 그리 어렵지 않게 패싱샷을 했다. 

 

 또 한가지는 파워 랠리싸움이 아닌 상대편의 컨트롤 샷이나 체인지 샷에 많은 에러를 범했다. 주로 상대편이 툭 툭 던지듯 보내는 볼을 자신이 위닝샷을 내려다 에러 했다. 

 

 결승전 경기에서 주심은 선심의 콜에 대해 5번 코렉션(정정)을 했다. 그 5번의 콜 정정은 모두 정현에게 유리한 콜이었다. 크라체프는 미스 콜이 계속 나오자 라인 가까이 떨어진 모든 콜에 신경을 쓰는 듯했다. 관중들이 내는 콜에도 반응을 했고 주심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관중석에서 인-아웃에 대한 콜을 하지 말아달라고 안내 방송을 했다.

 

▲ 염원하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현은 단식 금, 복식 은메달을 획득했다

 

 정현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에 이어 유니버시아드 단식 금메달, 복식 은메달을 획득했다. 유니버시아드 테니스 팀이 대회 시작 전 기대했던 성적이다. 전날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눈물을 보였던 정현에게 단식 금메달은 자신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여자 단식 결승이 열리고 있을 때 정현이 연습코트로 들어 섰다. 컨디션이 어떠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좋아요~.” 

 

▲ 정현이 여자결승이 열리고 있은 시간에 옆 연습코트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 정현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라켓 스트링을 정리하고 있다.

 

▲ 크라체프가 주심에게 콜 항의를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정현이 2세트를 가져오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 크라체프의 신발에 흙자국이 가득하다. 신발이 하나 뿐인가?

 

▲ 3세트 들어서자 마자 자신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는 등 게임이 안풀리자 크라체프가 주저 앉아 있다

 

▲ 정현의 멋진 위닝샷이 나오자 동료들이 환호하며 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 자신을 응원해준 팀에게 걸어가고 있는 정현

 

▲ 시상대에 서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정현의 가족들.

 

▲ 정현을 지도하는 윤용일 코치와 김태환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