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나 무구루사(스페인)가 친 마지막 샷이 빗나갔을 때,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는 경기가 끝난 지도 모르는 기색이었다. 몇 초 후 세레나는 겨우 그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이번 승리는 단지 6번째 윔블던 우승뿐만 아니라, 두번째 '세레나 슬램'이라는 그랜드슬램 4 연승을 달성한 순간이기도 했다.
11일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더챔피언십테니스선수권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레나는 무구루사를 6-4 6-4로 이기고 우승했다. 슬로우스타터에다가 경기를 통해 8번 더블 폴트를 범하는 등 긴장속에서도 우승했다. 세레나는 그랜드슬램 통산 21번째 우승을 했다.
2002년과 2003년에 걸쳐 그랜드슬램대회 4 연승을 했던 세레나는 이번 승리로 2004~2005년 간 두번째 '세레나 슬램'을 달성했다. 세레나가 US오픈을 제패하면 1988 년 슈테피 그라프 (독일) 이후 처음으로 '그랜드슬래머(1년에 4대 그랜드슬램 모두 우승하는 선수를 그랜드슬래머라고 한다)가 된다.
세레나는 코트 인터뷰에서 "여기에 서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여기에서는 지금까지도 굉장히 즐거웠지만 여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아직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에 꿈도 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랜드슬램대회 28연승 기록을 세운 세레나는 이제 그랜드슬램대회에서 네 경기만 더 이기면 마가렛 코트 (호주)가 세운 그랜드슬램 연승 기록을 넘어선다.
세레나의 나이는 33살이다. 그랜드슬램대회가 전세계에 오픈된 1968년 이후 그녀는 최고령의 그랜드 슬램 우승자로 남는다. 30대에 와서 우승한 것만도 8개나 된다.
세레나는 이날 첫 경기에서 무구루사에게 브레이크를 허용해 불안한 출발을 했다. 강타로 일관한 무구루사는 1세트를 4-2으로 달아나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세레나는 여기에서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 5게임을 연속으로 잡아 1세트를 6-4로 마무리했다. 처음에 상대 볼을 라켓에 제대로 맞히지 못하던 것이 2-4부터 제대로 임팩트를 하고 볼은 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여세는 2세트에서도 이어졌다. 세레나는 2세트에서 5-1로 크게 앞서며 우승을 사실상 확정했다. 무구루사가 서빙 포 더 매치되는 서비스 게임을 두번이나 브레이크하며 접전을 펼쳤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세레나는 "경기 막바지에 약간 압박을 받았지만 더 확실한 샷을 구사하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5-4까지 따라 붙은 무구루사에게 세레나는 강공 일변도로 밀어붙였다. 무구루사의 포핸드가 라인 밖을 벗어나며 경기는 끝났다. 하지만 경기에 심취한 두 선수의 얼굴에 우승자가 가려졌다는 것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늦게 세레나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는 얼굴을 보였다.
세레나는 "언제 끝났는 지 알 수 없었다. 상대는 끝까지 계속 열심히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다음은 내 서비스 게임차례라고 하는 느낌만 들었다"고 말했다.
준우승한 무구루사는 스페인 여자 선수로는 15년 만에 그랜드슬램 결승 진출을 기록했다. 윔블던만 따지고 보면 1994년에 콘치타 마르티네스(스페인)가 우승한 이래 처음 결승 진출이었다.
무구루사는 "세레나가 숱하게 결승전을 치렀지만 그런 그녀도 긴장하는구나라는 것을 알았다"며 "그녀는 몹시 긴장하고 있어도 거기에서 자신의 방법을 찾아 서비스를 구사하고 우승을 했다. 그녀가 세계렝킹 1위인 이유를 오늘 경기에서 확실히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윔블던에서의 2주일 동안 무구루사는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경기 후 눈물과 함께 코트를 떠나는 그녀에게 관중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