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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에 꼭 필요한 건 ‘기다림의 미덕’꿈나무 발굴에 여념 없는, 이종훈 패트런 회장
송선순 객원기자  |  3sf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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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22  15: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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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 지성소학교를 방문했다. 그 곳에서 5학년생 리승림(11) 학생을 만났다. 이 회장은 리승림 학생을 만나자 마자 손을 펼쳐보고 양말을 벗어 보라고 한 뒤 발을 점검했다. 우수한 테니스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손가락이 길어야 하고 평발이 아니어야 한다며 꼼꼼하게 관찰했다. 이 회장은 백두산 여행길에 1주일 이상 연변 테니스단체 임원들과 함께 보냈다. 강의도 했다.

이종훈(65) 패트런 회장은 한국 테니스 간판스타 이형택을 길러낸 탁월한 지도자다. 그가 지난 8월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 지성소학교를 방문했다. 그 곳에서 5학년생 리승림(11) 학생을 만났다. 이 회장은 리승림 학생을 만나자 마자 손을 펼쳐보고 양말을 벗어 보라고 한 뒤 발을 점검했다. 우수한 테니스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손가락이 길어야 하고 평발이 아니어야 한다며 꼼꼼하게 관찰했다. 이 회장은 백두산 여행길에 1주일 이상 연변 테니스단체 임원들과 함께 보냈다. 강의도 했다.
이 회장은 한국테니스의 산증인이다. 강원도 횡성군 우천초등학교에 테니스 특기교사로 부임해 불세출의 스타 이형택과 국가대표를 지낸 백승복을 길러냈다. 퇴임 후에도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테니스를 가르치고 테니스 후원단체 패트런을 만들어 꿈나무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제 중국 연변까지 활동무대를 넓힌 이 회장의 열정적인 테니스 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연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게 된 계기는?
=연변자치주 조선족은 우리와 한 핏줄이다. 지금 동포 4세들이 자라고 있다. 백두산 여행길에 김용혁 연변시 테니스연합회 회장에게 좋은 선수를 추천해 달라고 미리 요청을 했다. 마침 도문시 지성소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리승림을 추천 받게 되었다. 오는 10월 연변 대표팀이 제주도 국제대회에 참석을 한다. 그 대회가 끝난 뒤 장학금을 수여 행사를 열 예정이다.

-리승림 학생을 만나본 소감은?
=리승림은 3년 전 테니스를 시작해 연변주대회와 길림성 대회 11세부를 다 석권한 학생이다.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신체조건은 아주 좋았다. 함께 운동해 보니 힘이 있고 운동감각이 뛰어났다. 아직 집중력이 부족하고 볼을 생각 없이 치려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부터 교육을 잘 받으면 그랜드 슬램에 뛸 수 있는 잠재력이 보였다.

-연변자치주의 테니스 환경은?
=시설은 열악하지만 곳곳에 실내코트가 많았다. 김용혁 연길시 테니스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김화 수석부회장과 이분선 여성회장, 도문시의 양창휘 회장과 돈화시의 임원들 모두 테니스를 함께 했다. 연변자치주의 테니스 역사는 짧지만 각 학교마다 매주 테니스 강의를 정규 수업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어디를 가든 한 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꼈다. 민족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정성을 다하는 동포들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도문 소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은?
=강의 주제는 고진감래(苦盡甘來)와 체인지(change)였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는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도문시 테니스 관련 인사들이 집중해서 들었다. 체인지(change)는 일반적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 재해석했다. 체인지를 한자로 ‘體 人 知’라고 쓰면 몸과 사람과 앎이다. 건강한 신체로 단련해야 하고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며 지식을 쌓기 위해 부단히 정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벌은 하루 80km를 날아 수명이 짧다. 그러나 인간은 몸을 많이 움직여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는 35세에 백만장자가 됐고, 55세에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그런데 1년 시한부 삶을 선고를 받던 날, 병원을 나오면서 벽에 걸린 문구 하나를 보게 됐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축복이다 (It's more blessed to give than to receive).” 록펠러는 이 글을 보고 깨우친 뒤 삶이 변했다. 자선사업을 하면서 사람답게 살자 불치병은 사라지고 98세까지 장수했다. 진정한 변화는 의지의 영역이 아니라 인지의 영역이다. 백 번 각오하고 다짐하는 것보다 한 번 제대로 깨달아야 함을 강조했다.

-교육자로서 어린이 교육에 대해 조언한다면?
=어린이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어머니다. 어머니의 소양과 관심, 교육관이 가장 중요하다. 꽃도 피는 시절이 각각 다르듯이 아이들도 성장시기가 다 다르다. 기다려주고 칭찬해 줘야 한다. 한 아이가 얼마나 크게 자라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딸 둘을 키우면서 <타이거 마더(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란 책을 냈다. 그는 어떤 교육방식을 쓰든 부모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도 부모를 사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택 선수 이후 왜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나?
=지도자들이 기다리는 힘이 부족하다. 성급하게 성적 나기를 바라고 그에 맞춰 훈련을 하다 보니 기초가 부실하다. 내 자식 가르치듯 하면 머잖아 좋은 성적이 날 터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몇 년 전 소년체전을 참관한 적이 있다. 4단1복 경기를 하는데 아침부터 저녁 7시까지 9시간 넘게 경기를 했다. 발리 공격은 안하고 상대가 에러 하기를 기다리면서 랠리만 했다. 곁에서 관전하던 사람들이 테니스가 이렇게 지루한 운동인 줄 처음 알았다는 얘기를 했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승패를 떠나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기다리는 힘이 절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머잖아 한국에서도 큰 선수가 나오리라고 본다.

이종훈 패트런 회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도끼선생’이란 별명이 떠오른다. 한국 체육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8년 대통령으로부터 ‘녹조근정훈장’을 받게 되자 이형택 등 제자들에게 전화해 “너희들 덕분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고맙다”고 인사를 한 대목도 잊히지 않는다. 그는 10년 넘게 한결같이 같은 모자만 쓰고 다닌다. 나이 오십에 한국대표로 출전한 월드마스터즈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횡성군수로부터 받은 모자 20여 개라고 한다. 구식이지만 최신식 유행모자로 바꾸지 않는다. 그만큼 의미를 존중하며 살아왔다. 월드마스터즈 세계대회에서 받은 상금 300만원은 패트런 장학금의 종자돈이 되었다.
이 회장의 테니스에 대한 집념은 은퇴 후에도 여전하다. 길 가다가 체격 좋은 어린 학생을 보면 손을 펼쳐 보곤 한다. 손자 셋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누가 테니스 선수로 대성할 재목인지 눈여겨보는 것도 한국을 빛낼 테니스 선수를 발굴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2~3학년 학부모에게 강연을 하고 싶다고 한다. 아직도 테니스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며 사는 이 회장의 삶이 젊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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