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승전에는 로저 페더러(스위스,1위)와 질 시몽(프랑스,28위)의 대결로 압축됐다. 페더러는 2011년에 결승전에 올랐으나 앤디 머레이에게 져 준우승에 머무른 바 있다.

 

▲ 페더러가 조코비치를 2:0으로 이기고 3년만에 상하이 마스터즈에서 결승에 올랐다. 볼의 종속은 20%정도 강했고 코스도 예리했다. 페더러의 팬들이 기억하고 싶은 전성기의  페더러 그 자체였다

 

지난해에는 조코비치와 델 포트로(아르헨티나)가 맞붙어 조코비치가 2:1로 우승했고, 2012년에 역시 조코비치와 앤디 머레이가 붙어 조코비치가 역시 2:1로 이겼다.

 

 페더러 결승 상대인 질 시몽은 토마스 베르디흐를 8강에서 2:0(6-3 6-4)으로 이겼고, 준결승에서 나달을 2라운드에서 짐 싸게 만든 펠리시아노 로페즈(스페인,33세)를 2:0(6-2 7-6)으로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페더러와 시몽의 결승전은 현지시간으로 일요일(12일)오후 4시 30분에 열린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할 준결승은 노박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의 경기였다.

페더러는 2회전에서 레오나르도 마이어에게 힘겹게 승리하고 이후에는 순조롭게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조코비치는 앤디 머레이를 2:1(2-6 6-1 6-2)로 이기고 올라온 다비드 페러(스페인)를 8강에서 2:1(6-3 4-6 6-4)로 이기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밤 8시 치중경기장에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들어섰다. 관중들로 가득 찬 치중경기장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소개되자 관중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로저~,놀레 짜요~.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별명이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응원을 했다.  짜요는 치중경기장에서 기자가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중국어로 화이팅.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된 1세트, 페더러와 조코비치는 상대편의 컨디션이 어떤지 탐색전도 없이 랠리가 시작했다. 각자의 서브 게임을 지켜나가던 둘은 시간이 지날 수록 라켓에 힘을 주기 시작했고 볼은 상대편의 코트로 스커드 미사일처럼 날아갔다. 그라운드 바닥을 뛰어 다니며 내는 신발과 코트 바닥의 마찰로 인해 생기는 소리는 숨죽인 경기장에 평소보다 더 크게 울려 퍼졌다.

 

페더러는 서브 앤 발리를 시도했고 조코비치는 패싱샷을 시도했다. 팽팽하던 경기는 2:2 조코비치 서브에서 무너졌다. 페더러가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 시켰고 그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갔다. 특히 4:3에서 페더러는 연속 4개의 서브에이스를 터트리며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다. 4개의 에이스가 터지는 순간, 엔드 체인지마다 놀레를 외쳤던 조코비치의 팬들은 정적에 쌓였고 페더러의 팬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페더러는 결국 1세트를 6-4로 가져왔다.

▲ 페더러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2세트는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됐다. 분위기를 완전히 빼앗아 온 페더러는 조코비치의 첫 서브를 브레이크 시키고 앞서갔다. 조코비치는 1-3 자신의 서브에서 15-40로 다시 한번 페더러에게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3번의 듀스 게임 끝에 잘 지켰다. 곧바로 조코비치는 3-2 페더러의 서브 게임에서 브레이크 찬스를 맞았으나 살리지 못했다. 결국 게임은 6-4로 페더러의 승리로 돌아갔다.

 

  페더러의 기량이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었으나 많은 이들이 조코비치의 승리를 점쳤다. 조코비치의 최근 경기력 역시 상승일로에 있었기 때문이다.지난 차이나 오픈에서 조코비치가 보여줬던 샷은 환상적이었다. 거의 무결점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날은 페더러의 날이었다. 조코비치와의 준결승전에서 페더러는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상하이 마스터즈에서 지금까지 보여줬던 샷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구속은 최근 경기에서 보여줬던 것보다 20%가량 빨랐다. 중요한 순간에 서브도 팡팡 터져줬다. 1세트에만 에이스가 6개에다 퍼스트 서브 확률이 75%다. 최근 페더러의 퍼스트 서브 확률은 60%전후였다.  

 

조코비치는 경기 초반 페더러의 백핸드 쪽으로 줄기차게 공을 보냈다. 그러나 페더러는 멋지게 잘 받아쳤고  조코비치의 샷이 짧으면 백핸드 위닝샷을 냈다. 조코비치의 샷이 길어 베이스 라인 가까이 떨어져도 페더러는 선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빠른 볼은 빠른 볼대로 차분히 받아 쳤고 약한 볼은 강력하게 라이징 볼을 때려 쳤다. 반면, 최근 서브 앤 발리를 비롯 네트 플레이를 많이 보여줬던 페더러는 발리에서 약점을 많이 보였다. 조코비치의 강력한 샷에 패싱을 많이 당했고 예리한 발리보다는 빈 공간에 밀어 넣는 발리를 하다가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코비치는 지난 차이나 오픈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무결점의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조코비치가 못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조코비치에 비해 페더러가 이날 워낙 경기력이 좋았을 뿐이다. 오늘 준결승전에서 페더러는 전성기 시절의 황제라 불리었던 페더러 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황제의 귀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