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를 받고 기아코리아오픈에 참가한 키릴렌코가 결승 진출 문턱에서 무너졌다.

서울의 연인이라 불릴 정도로 코리아오픈과는 인연이 많았던 키릴렌코는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와 준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1:2(6-4 6(5)-7 3-6)로 2시간 29분만에 역전패 당함으로써 지난해 1회전 탈락에 이어 올해에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키릴렌코는 2007년에 비너스 윌리엄스와 결승에서 져 준우승을 했었고 이듬해인 2008년에는 결승에 진출하여 청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 유난히 많은 선수들이 서브에 난조를 보이고 있는데 키릴렌코와 플리스코바의 게임 역시 서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플리스코바는 서브 에이스 10개와 더블폴트 14개를 기록했다. 1세트에만 자신이 범한 더블폴트의 반인 7개를 함으로써 게임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한 플리스코바의 퍼스트 서브 확률은 38%에 불과했다. 자신이 넣은 5번의 서브 게임을 모두 합하여 겨우 13개만이 들어갔을 뿐이다. 2세트에 들어서는 1세트 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5개의 더블 폴트에 45%의 확률로 약간 올랐다. 퍼스트 서브 들어갔을 때 이길 확률은 61% 에서 73%로 꽤 높아졌다. 3세트를 보자. 1,2세트 1개씩만 보유하던 서브에이스를 8개나 기록하고 퍼스트 서브 확률이 이제 62%로 올랐다. 거기다 퍼스트 서브 승률이 85%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승리한 선수들의 평균 승률이 70~80%대를 기록하는 것에 비하면 85%의 승률은 매우 높은 측에 속한다.

 

반면, 키릴렌코를 보자. 키릴렌코의 매치 전체 퍼스트 서브 확률은 63%다.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플리스코바가 갈수록 좋은 확률을 보였음에 비해 고른 퍼스트 서브 확률을 보였다. 에이스는 1개뿐이었으나 더블 폴트 역시 4개로 플리스코바에 비해 키릴렌코의 서브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키릴렌코의 장점은 서브가 아니라 리턴이다. 많은 여자 선수들은 서브 보다 리턴에 더 자신감을 갖는다. 남자들이 상대편의 서브 게임 하나 획득하면 그 세트는 이겼다고 볼 수 있는데 반해 여자들은 50%전후다. 여자들의 서브가 그리 강력하지 않은 탓이다.

 

둘은 매우 치열하게 게임 했다. 손쉽게 게임을 따는 경우보다 듀스 게임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플리스코바가 장신을 이용한 서브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확률을 높여간 반면 키릴렌코는 자신의 장점인 리턴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퍼스트 리턴 포인트 확률이 키릴렌코 25% 플리스코바 36%다. 세컨 서브 리턴 포인트 확률은 키릴렌코 60%, 플리스코바 61%다. 리턴 보다는 서브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플리스코바가 리턴 에서도 키릴렌코를 앞섰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플리스코바는 자신의 주무기인 서브가 초반에 많이 흔들렸으나 그것을 극복해가며 확률을 높여갔던 반면에 키릴렌코는 서브나 리턴에 그리 큰 기복은 없었으나 자신의 주특기를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승리의 중요한 한가지는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키릴렌코의 샷은 매우 훌륭하다. 포핸드나 백핸드의 축이 잘 살아 있어 세계적인 선수들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축이 튼튼한건 좋은데 그것을 넘어 너무 단단해 보인다. 그러다 보면 부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키릴렌코는 2013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윔블던에 앞서 열린 애곤인터내셔널 8강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고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키릴렌코는 오늘 경기에서 근육 통증으로 인해 메디컬 타임을 썼다. 단단한 바디를 가지고 있다면 멘탈은 너무 물렁하다. 라드반스카와 같이 어떻게든 볼을 상대편 코트에 넘겨야겠다는 볼에 대한 집념은 좀 부족해 보인다. 키릴렌코가 현재의 축을 유지하면서 약간만 유연함을 깃들이고 멘탈만 더 강화한다면 롱런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