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백핸드

페더러는 그림같은 한손 백핸드를 구사한다. 포핸드보다는 위력적이지 않다

▲ 페더러 백핸드

 6월 2일 새벽 헤밍웨이의 이름을 딴 에르네스트 굴비스가 로저 페더러를 격파할 비책이 맞아떨어져 이겼다는 기사를 보고 그의 비책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굴비스의 비책은 다름아닌 페더러의 백핸드쪽 공격.

페더러의 원핸드 백핸드는 예전에 날카롭고 코스가 깊어 공격무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페더러의 백핸드는 교과서적인 자세이긴 하지만 번번이 되치기를 당해 우승에 이르지 못한 기술이었다. 

그 페더러의 백핸드쪽 공격을 줄기차게 해서 승리로 이끈 선수가 바로 굴비스. 흔히 동호인 단식 세계에서 상대의 백핸드를 노려라고 하는 것이 승리 방정식으로 되어 있지만 경기도중 까맣게 잊어 버리고 빈 공간이다 싶은 쪽이 상대 포핸드라 하더라도 볼을 보내곤 한다. 상대 포핸드에 걸려 되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굴비스는 페더러의 백핸드쪽에 볼을 갖다 붙이는 인내 속에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굴비스의 비책을 보자마자 아르키메데스가 진리를 발견해 기쁜 나머지 누드인줄도 모르고 길을 헤맸다는 것처럼 참을 수 없어 실전에 적용했다. 평소 단식 상대인 클럽의 전 회장과 클레이코트에서 단식 경기를 했다. 약간의 부슬비가 내리다 말다하는 가운데 경기는 바로 시작됐다,

상대의 서브를 브레이크해 1-0으로 경기를 끌고갔다. 브레이크하는 동안 포핸드로 오는 볼을 다운더라인으로 처리하지 않고 상대 백핸드로 넘겼다. 볼은 베이스라인 오른쪽 구석에 톡톡 떨어졌다. 참고로 기자는 왼손잡이, 상대는 오른손잡이로 고교때까지 역도선수를 한 경력이 있다.

포핸드에만 걸리면 코스 예측이 어려운 볼이 대포알처럼 날라드는 것이 역도선수 출신의 상대다.

1-0 브레이크하는 동안 찬스볼이 오더라도 백핸드쪽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상대는 백핸드쪽 볼을 드라이브로 다운더라인으로 넘긴다. 필자는 그 볼을 백핸드로 받아 다시 다운더라인으로 상대 백쪽으로 되돌려 준다. 상대는 백핸드로 받은 공을 크로스로 처리해 나의 포핸드쪽으로 볼을 보낸다. 필자는 이 볼을 찬스볼이라 생각하고 빈공간이라 여겨지는 포핸드 다운더라인 쪽으로 보내지 않고 역시 상대 백핸드로 볼을 보냈다.   참고 기다렸다. 상대가 질릴 정도로 백핸드쪽만 노렸다.   그 결과 상대의 백핸드 범실이 나왔다. 그래서 1-0.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첫 서브가 들어가지 않아 필자도 브레이크를 당해 스코어는 1-1이 되었다. 

이후 시소게임이 되었다. 2-2 3-3. 비는 계속 내렸다. 미끄러움의 위험이 있었지만 경기는 할만했다.

급기야 상대 서비스게임을 다시 브레이크해 4-3을 만들고 서브권을 잡았다. 서브도 줄곧 백핸드쪽으로 넣었다. 작전을 알아차린 상대는 애드코트에서 포핸드로 돌아서서 치거나 듀스 코트에서 몸쪽으로 오는 볼을 포핸드로 잡아쳤다. 그러다 상대의 강한 포핸드 스트로크 볼은 필자코트 오른쪽 옆줄 라인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경기는 벌어져 5-3이 되었다.   다른 코트에서 운동하던 클럽멤버들이 긴 랠리를 보고 모여들었다.

사단은 여기서부터 났다. 승기를 굳혔다고 생각한 필자가 포핸드 다운더라인을 결정타고 믿고 시도한 것이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5-3에서 상대 서비스에 눌리고 발은 지면에 붙어 움직이질 못했다.

몸에서 땀은 비오듯하고 그칠듯말듯한 비는 그치질 않았다. 어려운 여건이었다. 승리로 착각한 필자는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놓쳐 상황은 금새 6-6을 만들었다.

타이브레이크에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백핸드쪽만 생각했다. 나의 백핸드쪽 공략을 의식한 상대는 백핸드 슬라이스로 응수해 나의 리턴을 무력화시켰다. 어렵사리 받아 넘긴 볼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보낼때 무조건 백핸드쪽만 노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포핸드쪽 오는 볼도 결대로 편안하게 상대 백쪽으로 넘겼다. 결국 타이브레이크 7-4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 회장과 20년동안 단식을 하면서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는데 굴비스의 지혜를 도움받아 승리를 했다.   상대의 백핸드를 노려라. 필승비책임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