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와 카를로스 알카라즈의 탈락으로 흥미가 줄어들 것으로 보였던 로마 격전장의 주인공으로 세계 3위 러시안 메드베데프가 달라진 모습으로 섰다.

클레이코트라면 알레르기를 보인 메드베데프가 로마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지만, 즈베레프와 한프만을 큰 점수차로 이기며 코트 적응에 들어갔다. 클레이코트가 세계 5위 그리스인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에게 더 매력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비로 인해 몇 차례 중단된 후 이 결투에서 승리한 것은 결국 러시아인 메드베데프였다.

롤랑가로스 포트 도퇴이유에서 열리는 그랜드슬램대회 직전에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ATP1000 로마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눈 앞에 둔 선수는 세계 3위 다닐 메드베데프.
그동안 클레이코트를 얼음판으로 여기고 제대로 서지 못하던 기린과도 같은 선수가 그리스 전사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의 추격을 7-5 7-5로 뿌리치고 결승 무대에 서게 됐다.

앞선 경기(루드와 루네의 준결승)가 3세트까지가며 길어지고, 비로 경기시작이 예상보다 늦춰진 가운데 어렵게 시작한 메드베데프와 치치파스의 준결승은 1세트가 채 마치기 전 4-5에서 로마의 강한 비로 중단됐다. 두 선수의 검투 대결 열기가 비로 장시간 식었다.

재개된 경기에서 메드베데프는 심기일전해 1세트를 7대5로 마무리했다.  치치파스가 5-5 40-0로 앞서갔을때도 침착하게 대처했다. 베이스라인에서 뒤로 나갈 수 있는데 까지 물러나 라인 엄파이어 나무 박스나 카메라맨 울타리 근처까지 뛰어 다니며 수비를 하고 반격을 한 결과였다. 치치파스의 강점인 백핸드쪽을 메드베데프는 집중공략해 실수를 이끌어냈다. 연속된 실점에 실망한 치치파스는 더블폴트가 나왔다. 메드베데프가 6대5로 앞섰다.  6대5에서 세트 매조지할 권한을 가진 메드베데프는 이번에 베이스라인에서 물러나지 않고 상대를 압박했다. 순식간에 40-0 트리플 세트포인트를 만들고 머지않아 끝냈다.

2세트 시작하면서 치치파스는 1세트의 아쉬움이 남는 듯 서브 게임을 내주며 0대2로 밀리며 약간의 긴장을 했다. 선수 얼굴은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고 벤치에선 엄마가 선수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다가가 아들에게 몇마디를 건넸다. 아들의 멘탈을 잡아주는 듯한 그리스 어머니의 엄한 얼굴을 한 채로.

이후 그리스 전사는 잃을 것이 없다는 듯한 공격을 감행하며 5대5를 만들었다. 메드베데프는 이에 굴하지 않고 길게가려고 느긋한 마음을 가졌는데  5대5에서 치치파스 공격을 막아내 7대5로 끝냈다. 더이상 치치파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2019년 바르셀로나에 이어 두번째로 결승행 기차에 올라탔다. 바르셀로나에서 도미니크 팀에 4-6 0-6 완패했던 메드베데프는 준결승 치치파스와의 경기 내용을 보면 이번에 좀 다를 듯하다.

메드베데프는 "연습할 때부터 기분이 좋았고 실제게임에서 이것을 옮길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지만, 클레이 시즌을 위해 한 연습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질풍노도의 홀거 루네를 상대로 메드베데프가 어떤 경기를 펼칠까.

[7] 홀거 룬(덴마크) - [4] 캐스퍼 루드(노르웨이) (2)6-7, 6-4, 6-2

[3]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 [5]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7-5, 7-5

▲ 매치포인트에서 치치파스의 볼이 베이스라인을 나가자 자리에서 익살스런 춤을 추는 메드베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