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니스 에이스 권순우(당진시청,52위)가 호주오픈 본선 첫판에서 탈락했다.

이틀전 호주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챔피언 권순우는 16일 호주 멜버른파크 15번 코트에서 열린 호주오픈 본선 1회전에서 미국의 크리스토퍼 유뱅크스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2대3( 3-6 7-6<1> 3-6 6-4 4-6)으로 패했다. 이로써 권순우는 지난주 5연승 끝에 연승을 이어가지 못했다.  

투어 우승 기쁨과 소진된 에너지로 인해  호주 본선 1회전 경기일이 하루 뒤인 화요일에 경기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권순우는 우승 뒤 휴식시간 틈새없이 바로 이어진 경기 탓에 첫서브 확률이 떨어졌고 상대 에이스에 리턴 응수를 본래 기량대로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4세트 4대4에서 상대 게임 브레이크해 세트 스코어 2대2를 만든 권순우는 침착함과 버팀으로 대역전극을 연출하나 했으나 상대의 서브 에이스 42개가 경기내내 고루 터지면서 호주오픈 1회전 승리를 내줬다.

서브 에이스로 권순우를 압도한 유뱅크스는 서브때  점프를 하여 코트 안에 1미터 정도 안에 들어갈 정도로 볼에 위력을 더했다. 큰 키를 지닌 유뱅크스는 코트 안에서 서브를 작렬시켰했다. 스트로크 대결에선 권순우가 우위를 점했지만 서브 대결에선 완전히 밀렸다. 

이날 500명의 교민과 한국의 호주오픈 투어단은 태극기 휘날리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권순우를 이긴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는 조지아공대 재학시절 전미대학 테니스 리그 1위를 두번이나 차지했고 13살때까지 아버지로부터 정기적으로 코치를 받았다.

이날 권순우 호주오픈 1회전 경기는 세시간동안 축제였다. 15번 코트의 관중석은 한국인으로 가득 채웠다. 경기전 세시간 전부터 한국 관중들이 자리를 차지해 권순우 응원 채비를 했다. 권순우가 호주 시각 오후 4시 입장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와 경기내내 "대~한민국"소리가 연신 터졌다. 

권순우가 힘이 떨어질때 한 어린 소녀가 "힘내요 권순우"하자 장내는 일제히 웃음이 터졌고 권순우는 4세트를 이겨 마지막 세트로 힘을 내 달릴 수 있었다. 한국에서 12시간의 비행 뒤 멜버른 경기장에 막바로 달려온 한 테니스인이은 "넘기면 된다"하는 말이 터지자 권순우는 긴장한 코트임에도 웃었다. 4세트 막판 대역전의 발판이 이때 만들어졌다. 5세트 경기는 4세트 4대4 이후가 중요한데 권순우는 이 순간을 즐겼고 이겨냈다.

5세트 상대 볼이 절묘하게 그리고 중요할 때마다 '인'판정을 받았고 서브 에이스가 터져 권순우로서는 추격과 대역전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 선수로 인해 관중들은 현장에서 롤러코스터같은 3시간의 기쁨과 그랜드슬램에서 응원할 선수가 있다는 것에 만족해 했다. 

경기장을 찾은 인사들 가운데 대한테니스협회 정희균 회장과 멜버른 이창훈 총영사, 멜버른테니스협회 임원들이 권순우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 '한국테니스'에 힘을 보탰다. 

권순우 경기 후 일문일답
-오늘 경기 총평.
=힘들다. 컨디션이 100% 아니었지만 최선 다하려고 했다. 상대가 잘했다. 경기력은 만족한다.

-애들레이드에서 10경기 치르고 왔다. 체력적인 부담은?
=없다면 거짓말이다. 오늘 경기를 하면서는 괜찮았다. 실력에서 졌다. 핑계대고 싶지 않다.

-상대가 너무 잘쳤다. 작년 대결할때와 다른 느낌?
=상대가 부담없이 플레이한 것 같다. 긴장하지 않았고, 서브, 스트로크에서도 내가 밀렸다. 상대가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 가장 힘들었던 건?
=첫 서브가 잘 안들어가다보니 끌려갔던 것 같다.

-이번에 호주와서 얻은 건?
=상대보다 랭킹이 낮지만 충분히 겨룰 수 있고, 내가 더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었다.

-경기 후반부에 웃었는데.
=관중석에서 '넘기면 이긴다'고 말해주셨다. 그게 맞는 말인데 잘 안돼 허탈함에 웃은 것 같다.

-5세트 초반에 힘이 빠졌나.
=그런 것 보다 상대 플레이를 칭찬해주고 싶다. 상대가 세컨드 서브 공략을 잘했다.

-서브, 포핸드가 많이 향상됐는데.
=서브 스피드를 올리는 훈련은 안했다. 더 가까이에서 리턴하면서 공격적으로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리턴 위치가 잡히다보니 플레이하면서 더 강해졌음을 느꼈다.

-팬들이 페더러 전성기 때 모습을 권순우에게서 봤다고 하는데.
=그런 플레이를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더 좋은 플레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교민 많이 왔는데 졌음에도 팬서비스 잘해줬다.
=한국이었으면 경기장밖에서 다 해드려도 되는데 여기는 그럴 수 없다. 그냥 지나치는 것 보다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해주는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2m가까운 유뱅크스가 경기 뒤 권순우와 인사하며 웃고 있다.

"넘기면 된다"는 한 관중의 말이 권순우의 귀에 들어가며 코트에서 권순우가 웃었다

대한테니스협회 정희균 회장(가운데)이 멜버른 이창훈 총영사(왼쪽 첫번째)와 멜버른테니스협회 박재술 이사와 함께 권순우 호주오픈 본선 1회전 경기를 관전하고 응원했다

14일 토요일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투어 대회 결승이 호주 전역에 전파를 타고 생방송됐다. 호주에서 정착한 주니어 청년들이 권순우를 응원했다. 태극기도 직접 그리고 응원 문구도 만들어 빅 샷 때마다 흔들었다

권순우가 경기 뒤 팬들에게 사인을 일일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