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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의 '힘'
글 김천=박원식 기자 사진 황서진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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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9  14: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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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별 18세부에서 우승한 양구고 2학년 심우혁

 

   
 

 

   
▲ 양구고 정기훈 코치. 양구에서 초중고를 나와 순천향대, 성남시청, 상무, 용인시청을 거쳐 양구중고등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지도자 8년차다

 

   
 

 
70~80년대 강원도 평창중고등학교 테니스부 선수들이 서울 장충코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려면 지역 유지들로부터 십시일반 금일봉을 받아야만 했다.
평창에서 서울까지의 시외버스 차비와 서울 여관에서의 숙박비,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식사까지 비용을 대려면 솔찮게 들어갔다. 학교 예산은 거의 없었고 소년들 각자의 집에는 감자와 옥수수 밖에는 없었다. 그야말로 강원도내 테니스 지정학교라 해서 테니스를 하지 서울 원정 대회 경비는 1년에 한두번도 아니고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테니스 감독은 평창 기관장들에게 당시 상류층 인사들의 애호 운동인 테니스를 가르치며 평소에 덕을 쌓았다. 선수 한명을 기관장 테니스 레슨 전담요원으로 정해두고 기관장들의 사랑을 받게 했다. 그리고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학생코치'는 기관장들을 찾아다니며 금일봉 수금을 했다. 그 금일봉이 없으면 서울행 버스타고 가다 중간에 내려 장충코트까지 걸어가야 하고 아침은 굶고 점심은 장충코트 뒷편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선수 한두명이라도 1회전 통과하면 기념으로 국밥집 가서 국물 리필해 달라며 그날 한끼 실컷 먹는 정도에 그쳤다. 그래서 가난한 시골학교에선 선수가 나오기 힘들고 나오면 도회지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평창고가 옛 영화를 찾겠다고 선배동문들이 십시일반 모아 팀 재창단을 하곤하지만 한두해를 넘기지 못했다.

그 많은 동문은 뿔뿔이 흩어지고 1년에 한번 가을 운동회 한다고 모이라하면 다들 이제 부담스러워한다. 모여서 테니스부 재건하자고 기부금 액수 적어내라는 통에 모이기도 쉽지 않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평창송어장 가면 연못에 떠다니는 낙엽 뜰채로 한일테니스라켓을 쓸 정도로 테니스 고장이 평창이라지만 그만큼 테니스팀 유지하기 어렵고 선수 모으기 더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40년이 지난 요즘 강원도에서 대표적인 테니스고장 양구는 어떨까.
강원도 양구고등학교 2학년 학생 심우혁이 19일 김천에서 열린 전국종별테니스대회 남자 고등부 단식에서 우승했다. 춘천에서 태어나 전기공사업 하는 아버지 일터인 양구로 옮겨 초중고를 다닌 학생은 지난해 같은 대회 16세부 단식에서 우승을 하더니 18세부에서 우승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등학교 2~3학년 선수들이 다 출전한 가운데 우승해 나름 의미가 있는 성적이다. 신체조건은 요즘 10대처럼 크지 않지만 왼손잡이에다 무슨 공이든 받아내려하고 결정적이 순간에 포핸드 다운더라인 기술이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때는 안부현 코치에게 배웠고 중고등학교때는 정기훈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국내 선수가운데 권순우 선수 스타일을 좋아하고 자신이 왼손잡이라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을 좋아하는 선수로 꼽는다.
테니스하는 형보고서 재미있을 것 같아 배웠다는데 형은 일찌감치 용인대학교에 진학해 테니스가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고 정작 자신은 국내 고교 테니스 1인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무관중경기이다시피한 결승전에 늘 자신을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코치 선생님이 보는 가운데 심우혁은 우승했다.

남들은 한번도 하기 힘든 종별대회 우승을 2년 연속 우승했지만 경기 뒤에는 선수 휴게실에선 여느 고등학생 처럼 또래들과 핸드폰 게임을 하고 노는 평범한 10대로 돌아왔다. 머리 스타일이 독특해 이유를 물으니 모히간족 스타일이라고 했다. 모히간족의 최후 라는 영화를 봤냐고 물으니 무슨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머리 스타일은 모히간족이지만 정신이나 마음은 모히간족과 딴판이었다. 심우혁의 꿈은 투어 선수도 아니고 톱10도 아닌 국가대표다. 오히려 투어 100위내에 드는 것보다 국가대표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앞뒤 선후배 10년 상간에 제일 잘해야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는 결승전에 들어가 처음에 긴장했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마음 편하게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을 다 펼치며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선수를 꼼짝 못하게 하고 이겼다. 그 비결은 아무래도 운동을 편하게 해주는 외부 환경이 지대했으리라. 양구에서 종별대회 우승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우승을 하더니 전국체전 고등부 우승, 대회마다 우승과 준우승 선수를 배출했다.

양구에서 아무리 테니스대회를 1년에 20개 이상을 한다지만 양구 테니스부가 두각을 나타내는데는 다른데 있을 법하다. 지역 유지들의 금일봉일까도 생각했는데 40년전 평창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심우혁 선수 근처에서 왔다갔다하는 양구고등학교 정기훈 코치에게 물었다.

오래전부터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양구중고등학교 테니스부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숨은 손이 있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여럿을 살리고 지역을 구하고 있다. 후원금은 고등학교 9명, 중학교 9명. 총 18명의 국내 대회 출전 경비로 오롯이 사용하고 단체복, 스트링 구매 비용 등에 충당한다고 한다. 모자라는 금액만큼 개인 부담을 한다. 조명있는 학교코트가 있고 양구군에서 운영하는 코트도 넉넉해 선수 1인 1코트를 사용해도 남을 정도로 양구의 테니스장 여건은 넉넉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타지역 공공 테니스장이 폐쇄됐을때 청정지역 양구는 운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에 빗대어 최근 몇년새 테니스계에서 '남자선수는 양구로'하는 말이 돌 정도로 양구의 테니스 여건은 엄청 발전했다. 선수는 누에가 실을 뽑듯이 나오고 성적은 대회마다 선수들이 끝까지 남아있을 정도가 됐다. 양구가 테니스대회뿐 아니라 테니스 강한 학교로도 이름을 내고 있다.

아래는 양구중고등학교 지난 한해 주요 성적이다. 

2020 종별 18세부 우승(심우혁)
2020 종별 복식우승 윤현덕 심우혁.
2020 김천춘계주니어 우승(윤현덕)
2019 대통령기 양구고, 양구중 우승
2019 양구국제주니어 남자 우승(추석현)
2019 전국체전 고등부 우승(강원도)
2019 장호배 준우승(김근준)
2019 종별 18세부 우승(추석현)
2019 종별 16세부 우승(심우혁) 

올해는 어떤 성적을 더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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