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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최고경기] 2006년윔블던 페더러-나달 결승
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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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8  13: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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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윔블던 2회전에서 미국의 로버트 캔드릭에게 단 두점만 놓치면 패해 탈락할 뻔한 2번 시드 나달이 결승까지 오를 지 누구도 몰랐다. 나달의 2회전 경기 스코어는 6-7(4) 3-6 7-6(2) 7-5 6-4 였다. 서브도 잔디에서 위력을 발하지 않고 스트로크도 네트 위에서 붕붕떠서 다니며 날카롭지 않은 샷으로 얼음판 같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페더러에 0-6 6-7(5) 7-6 (2) 3-6으로 경기했다. 첫세트 베이글 스코어라 할지라도 페더러는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끝났다 싶으면 달려가 리턴하는 나달의 샷에 한치의 방심도 하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나달은 웃었다. 비록 졌지만 대만족이라는 표정이다. 페더러도 미소를 지었다. 관중도 흐뭇했다. 이맛에 윔블던 결승 센터코트를 찾나보다

지금같은 시대에 우리가 테니스를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러다 윔블던 같은 테니스 대회는 영영 안 열리고 페더러와 나달, 조코비치의 경기는 더 이상 볼 수 없나.
열리더라도 비행기가 뜨지 않고 입국 제한을 해 가서 볼 수도 없는 것은 아닌가.
코로나 사태를 맞이해 일상에 제동이 걸리고 테니스는 멈춰섰다. 올해는 6월 7일까지 톱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볼 수 없다.

대회장과 테니스장의 문은 닫혔지만 온라인에서는 세계 최고의 과거 경기가 존재하고 있다. 선수마다 최고의 전성기가 있고 최고의 시절이 있다. 지난해 상하이마스터스에서 페더러의 16강 승리 경기와 8강전 패배 경기를 이틀새 본 테니스투어단은 TV 화면으론 볼수 없었던 그의 경기모습과 코트의 움직임 그리고 감성을 고스란히 마음 속에 담았다. 페더러의 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면 페더러의 명경기는 언제 있었나.

<끈 이론: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의 저자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살과 빛의 몸을 입은 페더러(Feder Both Flesh and Not)’에서 2006년 윔블던 결승 3세트 3대 3 30-15 이후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나달이 세컨드 서브를 페더러의 백핸드 쪽으로 높이 바운스 되게 꽂아 넣는다. 나달은 한손 백핸드 스트로크를 하는 페더러의 백핸드쪽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토니 삼촌의 조언을 받은 게 틀림없다. 매 포인트마다 그렇게 한다. 페더러가 백핸드 슬라이스로 나달의 정면에 60cm짧게 볼을 리턴해 보낸다. 나달이 위너를 때릴 수 있을 만큼 짧지는 않지만 그를 코트 안쪽으로 살짝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은 짧다. 그곳에서 나달이 와인드업을 하더니 포핸드의 온 힘을 짜내 이번에도 페더러의 백핸드쪽으로 강하고 묵직한 샷을 날린다. 공에 속도를 싣느라 나달이 여전히 베이스라인 쪽으로 물러나 뒷걸음질하는데 페더러가 발을 들면서 매우 강한 톱스핀 백핸드를 나달의 듀스 측면으로 보낸다. 나달은 자리를 잡지 못했으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테니스 선수처럼 달려가 한손 백핸드를 이번에도 페더러의 백핸드 쪽에 깊숙이 넣지만 이 공은 높이 떠서 느리게 날아간다. 페더러는 시간을 두고 스텝을 밟더니 인사이드아웃 포핸드를,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강한 포핸드로 여길만큼의 강한 포핸드를 나달의 애드 코너에 떨어질 만큼의 긴 볼을 톱스핀을 구사해 넣어 때린다. 나달이 볼을 향해 달려가지만 리턴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 윔블던 센터코트 만원 관중속에서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온다.

다시한번, 압도적인 베이스라인 위너처럼 보이는 이공은 실은 처음의 영리한 반 쇼트 슬라이스와 페더러 자신이 각각의 공을 어디에 얼마나 세게 때릴 것인지에 대한 나달의 예측을 이용하여 계획되었다. 하지만 페더러는 마지막 포핸드를 확실한 강타로 마무리했다.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며 박수갈채를 보낸다. 페더러는 모차르트와 메탈리카를 합친 격인데도 그의 화음은 아름답다. 그나저나 바로 이 즈음인지 다음 게임인지를 보는데 내면에서 몇가지가 합쳐져 섞인다. 첫 번째는 살아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영광스럽다는 심정이고 두 번째는 기자들 경기장-호텔 간 셔틀버스 운전기사가 바로 이 경험을 장담하면서 열변을 토하던 갑작스러운 기억이다. 그런 경험이 정말 있으니까.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이건 마치 생각하면서 동시에 감정같다. 이걸 가지고 호들갑을 떨거나 완벽한 균형이 이루어진 척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괴상할 테니까. 하지만 어떤 신성, 존재 ,에너지, 무작위의 유전적 흐름이 병든 아이들을 만들어냈다면 그것이 로저 페더러 또한 만들어낸 것도 사실이다. 그저 저기 있는 그를 보라. 그저 보라(Ecce Homo))."

그동안 그랜드슬램 페더러 경기를 행운의 현장에서 본 것은 대충 100경기.
2007년 호주오픈부터 2020년 호주오픈 준결승때까지. 복도에서 곁에 서보기도 하고 기자회견 장에서 지근거리에 있던 적도 있었다. 하나같이 소중하고 귀해보였다. 다른 선수에게도 그런 감정이나 행동이 들었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없었다. 오로지 페더러만 그랬다. 2008년 상하이마스터스 투어단을 꾸리면서 “페더러 직접 보러가자”고 지난해까지 선전선동했다. 올해 호주오픈도 페더러 볼 수 있다고하고 이왕 왔으면 페더러는 꼭 봐야 한다고 비말 퍼뜨리면서 주장했다. 월리스의 페더러 묘사를 보고 그것이 결코 허언이거나 부실한 주장이 아니었다.
특히 페더러는 나달과 경기할 때 빛났다는 것은 월리스와 같은 생각이다. 선수들은 각각의 작전이라고 하지만 보는 이들은 서로 볼 자로잰 듯 주고받은 각본 같았다. 서로의 예측에 따라 볼이 움직이고 예상한 데로 공이 오가는 그런 각본. 그간 페더러는 상상을 초월하는 플레이를 했다.

 

월리스는 2006년 페더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로저 페더러는 서브앤 발리의 2초 포인트 시대나 고전적 베이스라인 소모전의 지루한 문볼 주고받기 시대를 종식하고 파워 베이스라인시대를 연 선수다.
테니스를 진화시킨 개척자다.
로저 페더러는 일류 파워 베이스라이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능, 신비한 예측능력,코트 감각, 상대선수 파악능력, 스핀과 스피드를 조합한 샷 구사, 상대 기만하고 가장 능력, 전술적 선견지명과 주변 시야, 운동 감각 범위를 최대한 이용하는 능력을 지녔다.
천재는 재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감은 전염되며 형태가 다양하다. 힘과 공격성이 아름다움 앞에서 맥을 못 추는 광경을 가까이서 보기만 해도 영감과 조화를 느낄 수 있다.  페더러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입이 벌어지고 눈이 튀어나오고 테니스매니아에게는 그의 플레이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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