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의 빅토리아 아자렌카가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했을때 국내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선수였다. 아자렌카의 결승 상대 마리아 샤라포바는 워낙 국내 인기가 하늘을 찌른 터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선수다. 특히 아자렌카의 조국 벨라루스에 대해서는 우리와 수교만 되어 있지 별로 관계가 없어 생소한 나라다.아자렌카와 그의 나라 그리고 세계 테니스를 주름잡는 동유럽 선수들을 살펴보았다. 편집자

아자렌카 우승했는데 왜 윌슨이 싱글벙글이지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사 윌슨의 관계자는 호주오픈 결승이 끝난 밤 잠을 못 이뤘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직전 후원 계약한 아자렌카가 그랜드슬램 결승에 올라 막강한 샤라포바를 이기고 우승도 하고 세계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남자 결승 조코비치와 나달의 장시간 경기에 비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자렌카의 빅포핸드와 스트로크때 윌슨 라켓은 카메라맨의 후레시 세례와 함께 전세계 방송 중계망을 올라탔다. 분당 1억원을 감안하면 윌슨은 수백억에 달하는 광고효과를 거두었다. 그것도 선수와의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럼 도대체 아자렌카는 누구
아자렌카는 프로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에 익숙해야 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채 너무 ‘이상적’인 목표를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아자렌카는 -여러 나라에서 참가하는 투어 선수들을 보면 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그때 그때 충실해야 하는데 말이죠”라고 강조한다. 쿠~울 걸인셈이다.

기량이 급성장해 어느덧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아자렌카.
주니어 우승을 하고 자아도취에 빠진 아자렌카는 어느 순간 자기중심적인 테니스 세계에서 자신만의 테니스라이프 스케줄을 그려가면서 목표에 도달했다.

아자렌카는 2009년 첫 투어 우승을 시작으로 시동을 건 아자렌카는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것을 신조로 삼고 누구보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집요하리 만치 베이스라인 플레이를 고집해 왔다. 그 결과 2009년 호주오픈에서는 4강까지 진출하여 세레나 윌리엄스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심한 ‘복통 증세’때문에 한 세트 만에 기권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그랜드슬램 우승과 동시에 세계 1위 자리에 오르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떻게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나. 2005년 세계 주니어 1위였던 아자렌카는 대부분의 선수가 그러하듯 더 나은 훈련장소를 찾아 16살때 고국을 떠났다. 15세 때는 스페인을 찾았고, 그리고 9개월 후에는 미국의 스콧데일(애리조나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아자렌카는 NHL(미국하키리그)에서 13년이나 활약한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 카비불린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아자렌카는 이렇게 훈련장소를 찾아 다니는 것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겠어요? 자기 나라에도 훌륭한 코치와 좋은 환경이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봐요” 민스크 출신의 아자렌카는 투어에 참가하지 않는 훈련 기간에는 카비불린과 함께 생활한다.

아자렌카는 양 손을 사용하는데 스피드가 얼마나 좋은지 볼이 깨져 나갈 지경이다. 게임이 아무리 박빙으로 흘러도 그녀는 과감하게 샷을 구사한다. 그녀가 말하는 자신의 특기는 큰 키를 이용한 백핸드 샷, “누가 뭐라 해도, 실력이 늘어난 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4월 생애 최고 랭킹인 4위까지 올랐던 아자렌카의 자신감이 보인다.

아자렌카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말한다. “투어 기간 내내 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강한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해요. 제 목표는 ‘항상 건강하자’, 그리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자’거든요. 물론 몇 개 대회에서 더 우승하는 것도 목표지만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갈 아자렌카. 그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닐까.

▲ 호주오픈 우승한 '비카' 아자렌카의 모든 것

어찌 샤라포바를 일방적으로 이길 수 있는 거야?
아자렌카(친구들은 ‘비카’라고 부름)는 크리스챤 디오르 신발이라면 눈이 뒤집어 질 정도로 신발수집광이다. 별로 신고 다닐 시간이 없음에도 디오르 신발만 20켤레나 갖고 있다는 아자렌카는 그러나 테니스만큼은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에는 마리아 샤라포바의 전 트레이너인 마크 웰링턴을 영입했다. 웰링턴은 포르투칼 출신 코치 안토니오 반 그리첸이 운용하는 아자렌카 투어 전담 팀에 합류했다.

샤라포바와는 7번 맞붙은 아자렌카는 4번 이기고 3번 졌다. 2010년 이후에는 3승1패로 우세하다. 단 두살밖에 많지 않은 테니스 신데렐라 샤라포바를 롤 모델로 하고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크리스챤 디오르 신발수집광의 오타쿠 기질이 테니스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참 대단한 선수
매번 그랜드슬램마다 10번 이내 시드를 받고 유리한 여건에서 경기를 한 아자렌카는 이번 호주오픈만큼 운이 따른 경우도 없다. 1~4회전까지 한두게임만 내준채 체력을 비축해온 아자렌카는 8강전에서야 시드를 처음 만났다.

8번 시드 폴란드의 라드완스카를 만나 2-1 대역전극을 펼쳤다. 아자렌카의 우승 고비는 그랜드슬램 우승자 킴 클리스터스와의 준결승전이었다.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세트올로 경기를 몰고간 아자렌카는 서른줄에 들어선 워킹맘을 상대로 지치게 만들었다. 작전이 주효했다. 결승전 상대가 마리아 샤라포바로 결정되자 아자렌카는 속으로 웃었고 코칭 스태프들도 이번에야 말로 그랜드슬램 우승이 눈 앞에 왔다고 생각했으리라.

다시보는 결승전
긴장한 탓인지 아자렌카는 첫 서브 게임을 더블폴트 등으로 잃고 샤라포바에 끌려가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1-2에서 상대 서비스 게임을 가져오면서 2-2 균형을 맞추고 네트 대시에 이은 발리 포인트로 첫세트를 6-3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게임은 끝난 셈이다. 보통 여자 경기는 첫 세트 20분이 중요한데 그 시간에 누가 자기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느냐에 경기 결과가 정해진다. 특히 빅이벤트인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리는 그랜드슬램 여자 결승은 그렇다.

샤라포바의 낮게 깔리는 볼을 유난히도 잘 처리한 2세트는 아자렌카의 원맨쇼. 아니 원우먼쇼. 뜻대로 안 풀리는 샤라포바의 괴성 데시벨은 90을 넘어 경찰 사이렌카 수준에 육박했고 아자렌카는 착실하게 자신의 게임은 지키고 상대 서비스게임을 챙겼다. 샤라포바의 백핸드가 네트에 걸리자 아자렌카는 우승이 믿기지 않는 듯 코트에 무릎을 꿇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녕 내가 우승을 했단 말인가."

세계 1위도 하고 그랜드슬램 우승도 기록하고 겹경사
아자렌카는 2003년 프로 데뷔 후 2007년 US오픈 복식에서 우승했다. 단식에서는 이후 2년 동안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는데 투어 선수로서의 성공 실마리는 2008년 호주오픈 여자 복식 준우승과 프랑스오픈 혼합복식 우승에 찾았다. 복식에서 풀었다.

지난해 윔블던 4강에 진출하면서 슬슬 시동을 걸었고, 호주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왕좌에 올랐다. 우승 뒤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저앉은 아자렌카는 “경기가 끝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꿈이 이뤄졌다”며 감격해했다. 테니스를 그만두려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일흔한살까지 3가지 일을 했던 할머니가 용기를 주었다. 아자렌카는 “그만두지 않기를 잘했다. 삶에는 기복이 있고, 지금은 오르막이다.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230만 호주달러(27억원)와  WTA 랭킹1위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쥔 아자렌카는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로 부터 '조국의 자부심'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3급 국가훈장(　Order of Moterland)까지 받으며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자는 아자렌카 독주시대?  아니면 춘추전국시대?
아자렌카의 호주오픈 우승으로 여자 테니스는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테니스와 멀어진 느낌을 주고 세레나 윌리엄스나 샤라포바, 클리스터스는 정상급의 기술수준에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 나타났듯이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전 세계 1위 캐롤라인 보즈니아키와 현 세계 1위 아자렌카는 기술 수준이 더 올라가야 한다. 아자렌카는 보즈니아키를 만나면 맥을 못 춘다. 상대전적 2승4패로 뒤지고 2009년 이후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아자렌카가 세계 1위를 고수하고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등을 우승하려면 일단 보즈니아키는 피하고 볼 일이다. 윌리엄스자매에 이어 여자 테니스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신예들이 화려한 경기만큼 다양한 명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끝으로 아자렌카의 조국 벨라루스는 어떤 나라
구소련을 이루었던 슬라브 3국(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중 가장 작으며 백러시아(White Russia)로도 불렸다. 벨라루스는 서쪽으로는 폴란드, 북서쪽으로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북쪽과 동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경계를 이룬다.

수도는 민스크이며 면적 207,595㎢, 인구 9,675,000(2008 추계)이다.
1991년 독립 이후 1992년 2월 10일 대한민국과 수교하였으며 남북한 동시수교국이다.
벨라루스는 서유럽, 러시아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 철도, 송유관 및 통신시스템이 교차하는 동유럽에서 유리한 지리적, 지정학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 및 동부 지역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최단 경로와 발트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도로가 벨라루스를 통과한다. 동서 길이 650 km, 남북 길이는 560km이다.

일찍이 소련붕괴 이후 러시아와의 수교로 기계공업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여 전체 공업생산의 30%를 차지하며 자동차, 트랙터, 농기계, 공작기계, 전기·무선기기 및 전자계산기 등이 유명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1986년 4월 26일 인접국인 우크라이나의 프리피야티에 소재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당시 바람의 방향으로 인하여 낙진의 대부분이 벨라루스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벨라루스 전 국토의 4분의 1이 방사능 오염지역이 되었으며 수 많은 벨라루스 국민들이 피폭당했다. 참고로 동유럽 출신 100위이내 테니스 선수들은 총 24명(남자 12명, 여자 12명)이다. 남녀 투어 100위 선수 전체 200명 중에 12%를 차지한다. 그중에 남녀 세계 1위를 독식하고 있다. 여자 2위 크비토바도 체코출신이다.

글 박원식 최재혁 기자 신태진 기술편집위원 사진 Getty Images/멀티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