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이 9월9일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조코비치의 부활, 오사카 나오미란 새로운 스타 탄생으로 파란만장했던 스토리의 결말을 맺었다. 이로써 올 시즌 그랜드슬램 대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월드투어와 데이비스컵·페드컵 등 국가대항전은 11월말까지 계속된다.

프로테니스협회(ATP)와 여자테니스연맹(WTA)이 주관하는 월드투어는 아직 굵직한 대회가 여럿 남아 있다. 10월6~14일 열리는 ATP 마스터스 1000 상하이오픈이 그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WTA 투어 대회가 하나 있다. 국내 유일의 국제 대회인 ‘KEB하나은행 코리아오픈’이 그것이다.

올해 코리아오픈은 9월17~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하드코트에서 펼쳐진다. 지난해 단식 우승컵을 들어올린 엘레나 오스타펜코(21·라트비아·10위) 등 세계적 선수들이 출전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우승자이기도 한 강자 오스타펜코의 2연패가 관심의 초점이다.

코리아오픈은 총상금액 25만 달러로 WTA 투어 등급상 하위인 인터내셔널 대회에 속한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선수 3명이 와일드카드로 출전했지만 모두 1회전에서 탈락해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확인했다. 프로테니스 성적이나 관심도가 저조한 현실을 감안하면 용케 살아남은 셈이다.

코리아오픈은 WTA 승인을 받아 2004년 출범했다. 2011년까지 후원사인 한솔그룹의 이름을 붙여 ‘한솔오픈’이란 이름으로 열렸다. 해마다 추석 즈음에 열려 ‘한가위 클래식’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2~13년은 KDB금융그룹, 2014년은 기아자동차가 타이틀 스폰서였다. 이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2015~16년은 그냥 코리아오픈 명칭으로 열렸다.

1987~96년 대한항공이 후원한 칼(KAL)컵 코리아오픈이란 대회가 있었으나 WTA 투어대회는 아니었다. 코리아오픈은 등급이 낮은 만큼 상위 랭킹 선수들보다 미래 유망주들이 많이 활약했다. 2004년 첫 대회 단식 우승자가 당시 17세로 전성기 한참 전인 마리아 샤라포바(31)였던 게 바로 그렇다.

마리온 바르톨리나, 캐롤린 워즈니아키 등도 코리아오픈을 거쳐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 첫 대회 복식 우승은 한국의 전미라·조윤정 조가 차지했다. 한국선수는 이후 13년 간 결승전 문턱에도 못 가봤으니 좀처럼 도약의 전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테니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코리아오픈은 지난해부터 KEB하나은행이 타이틀스폰서를 맡으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큰손 스폰서가 나선 덕분인지 지난해엔 만석 대박을 터트렸다. 마지막날 단식 결승전 관중석을 꽉 메운 관중들은 모처럼 뜨거운 테니스 열기를 뿜어냈다.

K리그·LPGA대회 등 전방위 후원

사실 금융기업이 국제 테니스대회 후원을 맡는 것은 보편화돼 있다. 품격 있는 고급 이미지를 지닌 테니스가 신뢰가 최우선 가치인 금융업계 브랜드 마케팅과 기업·개인 고객관리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메이저 대회만 해도 윔블던의 HSBC, 호주오픈의 ANZ, 프랑스오픈의 BNP파리바와 마스터카드, US오픈의 체이스, J.P.모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금융회사들이 주요 스폰서다. 월드투어 대회에선 ABN AMRO은행, 선코어보험, 시티뱅크, 방크사바델, 바클레이스 등 많은 글로벌 금융기업이 자사의 이름을 내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어렵게 명맥을 이어온 코리아오픈은 한국테니스가 지켜야 할 보루와도 같은 존재다. 그래서 KEB하나은행의 테니스 후원이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한국테니스 중흥의 주춧돌이 되는 상생관계로 발전하기를 많은 테니스인들은 바라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스포츠 마케팅에 열심인 것은 갑작스런 일이 아니다. 일찍이 축구와 골프에 공을 많이 들였다. 1998년부터 성인축구 FA컵을 후원했고, 2012년 여자 프로농구팀을 창단해 운영 중이다. 2006년부터는 국내 유일의 LPGA 대회인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왔다. KLPGA 슈퍼스타 박성현이 KEB하나은행 로고를 달고 뛰는 전속 선수다.

KEB하나은행은 2015년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메이저 은행으로 발돋움한 이후 스포츠 후원을 한층 강화했다. 국내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고 140억원을 후원키로 했다. 이로써 K리그는 2020년 시즌까지 'KEB하나은행 K리그‘로 불리게 됐다.

KEB하나은행의 스포츠 마케팅은 단순한 후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관상품 개발로 이어져왔다. LPGA 챔피언십대회를 기념한 한정판매 적금 등이 그것이다. 이 적금은 응원선수 메시지 작성시 0.5%, 우승자 맞추기 퀴즈응모시 0.5% 등 우대금리를 높여줘 재미요소를 더했다.

K리그의 경우 ‘팬사랑 적금'과 ‘KFA 공인심판증 카드’를 내놓았다. 이 적금은 연 2.6% 우대금리에 K리그 전 경기 입장권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공인심판증 카드는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 사진과 라이센스 번호가 인쇄된 신분증 겸 신용카드다.

KEB하나은행은 또 K리그 22개 구단 선수·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전담팀을 꾸리고 '재테크투어'를 열고 있다. 소득 창출과 소비 시기가 일치하지 않고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가 어려운 스포츠 선수들의 특성을 감안한 자산관리 서비스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호 고객으로 등록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화폐·주화 예약판매처이자 공식 후원은행으로 활약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연계상품 개발과 브랜드파워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스포츠 마케팅 승리 공식으로 꼽힐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