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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의 매력
김기철 논설위원(조선일보)  |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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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0  1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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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아버지는 부유한 은행가였다. 그는 아들이 법률가가 됐으면 했다. 세잔은 아버지 뜻을 따라 법대에 갔지만 화가의 꿈을 접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못마땅했다. 1866년 스물일곱 살 세잔이 그린 아버지는 소설가 에밀 졸라가 인상파를 옹호하는 칼럼을 싣던 일간지 '레벤망'을 읽고 있다. 세잔은 육친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한 해 전에도 의자에 앉아 신문 읽는 아버지를 그렸다. 신문은 세잔과 아버지를 이어주는 끈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몇 해 전 주최한 신문읽기 논술대회 수상작엔 신문의 매력에 대한 경험담이 가득하다. 한 중학생이 쓴 글은 이렇다. '신문은 잘 차려진 밥상이라고 한다. 며칠 전 신문을 꼼꼼히 뒤지다 '밥상'을 발견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면은 밥과 김치, 된장찌개다. 특집은 특별메뉴 삼겹살, 기획은 계절나물 무침과 장아찌, 어린이 지면은 메추리알 조림 같다. 밥상만 받고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소용없다.' 생생한 비유가 미소를 머금게 한다.


▶뉴욕타임스 IT 전문기자 파하드 만주가 지난주 쓴 칼럼 '두 달간 종이신문만 봤더니'가 화제다. 그는 두 달간 스마트폰 뉴스 앱을 껐다. 대신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신문 3종과 주간지 하나만 집에서 읽었다. 쉴 새 없이 긴급 속보를 알리던 스마트폰을 끄고 나니 괴물에서 해방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 달간 그는 책을 여러 권 읽었고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더 나은 남편과 아버지가 됐다고 썼다.


▶'온라인에선 뉴스 자체보다 논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논평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왜곡시킨다.' 파하드 만주는 종이신문 읽기는 외롭지만 뉴스와 직접 만나는 기회라고 했다. 스마트폰에서 쏟아내는 부정확한 정보 대신, '진짜 뉴스'만 가려 전달해주는 게 종이신문의 미덕이라고도 했다. '수백 명의 전문가가 나를 대신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해서 집까지 배달해준다.' 파하드 만주가 실은 두 달간 트위터를 계속했다는 폭로가 뉴스로 나올 만큼, 미국 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파하드 만주의 칼럼을 접한 건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서였다. 부부가 침대에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뉴스 중독' 시대다. 대화는 사라지고 불필요한 정보는 넘쳐난다. 신문엔 정확하고 깊이 있는 뉴스를 싣기 위해 취재부터 배달까지 사람 손을 거친 정성과 온기가 배어 있다. 종이신문만 줄 수 있는 별미(別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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