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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코 펠리체(소소한 행복)' 서울주말리그
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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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8  06: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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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어 보드판 1세트 표기가 고장나 있자 2세트에다가 자신의 스코어를 표시하는 선수들. 그리고 3세트는 숫자가 안나오게 정리했다. 스스로 하는 선수들의 아이디어가 좋다

 

   
▲ 조성진 대표가 종이 한장을 들고 선수들을 불러 모아 경기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2018년 3월 17일 낮 12시 5분전 서울 장충장호테니스장.

조성진 서울주니어주말리그대회장이 A4 용지 종이 한장을 들고 주니어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출장 체크를 하고 경기방법을 중학생은 변형 3세트 노애드 3세트 매치타이레이크 노 렛으로 하라고 설명하니 선수들이 다 알아 들었다.  풀이하면 서브 넣었는데 네트 맞고 들어가도 인플레이라는 것과 듀스때 바로 결정짓는 노 어드빈티지 시스템, 세트스코어 1대1이 되면 3세트때는 10점 타이브레이크 방식을 적용한다는 방식이다.  그리고 중학생 선수들에게 바볼랏 공 1캔씩을 나눠주었다.

초등학생 10세부와 12세부에게는 8게임 단세트 노애드 방식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리그전 없고 단판 승부라는 것을 주지시켰다. 지면 귀가. 초등학생에게는 팀당 볼 캔씩을 제공했다.

그리고 첫 경기 들어가는 선수와 두번째 순서 선수들에게 코트를 배당하고 나머지는 게임 끝나면 바로 들어가고 워밍업은 5분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뒤 승자가 볼을 본부석으로 가져오고 결과를 알려주면 된다고 했다.

경기 진행 상황이 스마트폰 www.sponet.co.kr에 경기 끝나면 바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몇번 코트 누구누구 선수 들어가세요 하는 방송 한번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회장에 공 임팩트 소리와 선수들의 화이팅 소리 그리고 박수소리 그리고 남산의 새소리 밖에는 없었다. 본부석엔 A4 용지 1장과 볼펜 그리고 노트북 한대가 전부였다.

3개부서 총 27명이 출전한 서울주니어로컬대회의 모습이다.

   
▲ 유토 요시무라 선수와 부모

 

   
▲ 유토 요시무라

출전 선수들은 어떠할까.

일본 주니어 유토 요시무라가 남자 12세부에 출전했다. 아버지는 10년넘게 한국의 대기업에 근무하는데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고 주말리그에 몇번 모습을 드러냈다.  한번은 주말 교통체증으로 20분 지각해 대회 출전을 못한 적도 있었다. 유토는 이들 또래에선 잘 친다고 알려진 김태균과 경기를 했다.  관중석 12세부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김태균이 이긴다고 예측했다.

경기 초반 3대0으로 김태균이 앞서가 쉽게 8대0 승부를 예고했다. 하지만 유토는 착실하게 몸에 오는 볼을 배운 포핸드 스트로크 자세로 날렵하게 네트를 넘겼다. 유토 등 뒤에는 아버지가 경기전 설치한 캠코더가 유토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담고 있었다.

어느새 김태균의 강타를 유토는 잘 받아내고 심지어 베이스라인 가까이 떨어지면서 김태균의 키를 넘기는 볼이 수차례 터지면서 3대 3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흐르던 스코어는 4대3으로 유토가 앞서갔다. 벤치 타임에서 김태균은 신발을 벗고 양말을 깠다. 마치 정현의 호주오픈 4강때 발바닥인양 발바닥에 거즈가 붙어 있었다. 그것을 떼어내고 새 거즈를 댔다. "저는 평발이래서 이걸 대고 해야 덜 아파요"하는 것이었다. 제자리에서 오는 볼 치면 승부가 날 줄 알았던 경기가 발바닥 까지도록, 거즈 바꿔댈 정도로 바쁘게 전후 좌우로 움직이는 처지가 됐다. 유토가 코트에 들어서자 부지런히 신발 신고 코트에 들어서느라 거즈 포장지 뒷 마무리를 못한 채 코트에 들어갔다. 그 잔해물이 바람에 날려 경기에 지장을 줄까봐 치워주니 김태균은 리턴 준비를 하면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어린 선수지만 볼 줄 알고 생각할 줄 아고 행동할 줄 아는 것으로 여겨진다.

 

   
▲ 거즈를 발바닥에 대며 뛰는 선수

결국 경기는 유토의 탄탄한 스트로크에 7대7까지 가고 한시간 넘게 랠리를 했다. 스코어 헷갈릴까봐 둘이서 같이 스코어보드판에 가서 숫자를 척척 바꿨다. 이때 서로 몇대 몇이 맞지하면서 서로 확인했다. 이들은 자기쪽에 떨어진 볼의 판정도 정확히 했다. 비슷하면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지 않고 아웃이면 아웃, 인이면 인 이라고 정확히 판정했다. 중요한 게임 순간에서도 판정 시비가 일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고도의 민주주의 시민의식이 이 두선수의 게임에서 나타났다. 결국 9대 7에서 김태균이 8강에 진출했다. 게임이 끝나 서로 악수를 나눠도 후회하거나 창피하거나 하는 모습은 전혀 비쳐지지 않았다. 8게임 한판 승부에서 이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대와 자신을 절대 속이지 않고 스스로에게 오는 문제를 해결해내고 인생사 롤러코스터 타는 심정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순간을 만끽했으리라. 땀과 노력은 스스로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 1,2회대회때는 선수들에게 물을 나눠줬다. 물병이 코트 사방 천지에 나뒹굴었다. 지금은 물 한병을 제공하지 않으니 자기가 준비한 물을 마시고 물병은 가져간다. 대회장 대형 쓰레기통이 초창기에 5개도 모자랄 정도로 쓰레기로 찼는데 지금은 한개도 텅 비었다. 종이컵 몇개, 볼 캔 정도만 들어가 있을 뿐 도시락 쓰레기 조차 없었다. 가져온 것을 그대로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김태균-유토의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옆 7번 코트 스코어보드는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대회 첫 출전한 이민훈은 경기 뒤 부모에게 달려가 위로를 받았다. 세상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는 대회 처음 출전한 거 치곤 잘 했다고 연신 아들을 위로했다. 경기가 끝나도 대회장을 떠나지 않았다. 한 20분이 지나니 본부석에 와서 볼을 달라더니 친구들과 빈 공간에서 볼을 주고받으며 놀고 있었다. 다음에는 한게임도 따고 꼭 이기겠다는 것이다. 어린 선수의 마음에 큰 점수차가 마음에 담겨도 겉으로는 내색을 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그리고 앞으로 테니스 경기하는 날이 새털같이 많을텐데 하면서 태연자약했다.

 

   
▲ 테니스장 관중석 부모동상. 서귀포에 망부석(望夫石), 외돌개가 있다면 장충장호코트에는 자식을 바라보는 '망자상(望子像)'이 있다

관중석의 부모는 이민훈이 경기하는 내내 시선은 온통 아들에게만 쏠렸다. 코트에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심경일까하는 마음이었다. 가서 도와주고 싶지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스코어 분쟁이 났을때 어떻게 스스로 해결하는 지 지켜볼 뿐이다. 테니스를 누가 만들었는지 그리고 셀프카운트는 누가 만들었는지 신기할 뿐이다. 공을 주고 받으면서 아웃과 인을 서로 판정하고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시스템은 인생의 축소판이고 민주주의의 실천장으로만 자꾸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이가 커나가는데 아주 좋은 교육의 장이다. 코트에 들어서면 문제는 오로지 혼자 해결해야하고 일방적인 게임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준비부족으로 상대에게 밀려도 어디 한군데 하소연할데가 없다. 평소 배운 것이 생각이 안나도 스스로 끝까지 생각해 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고 나오면 지고 나온 데로, 이기고 나오면 이기고 나오는 데로 결과를 인정해야만 한다.

8번코트 마지막 경기는 건대부중 이민우와 이우중학교 조성원의 경기였다. 이민우는 아버지가 국가대표 높이뛰기 선수였던 이진택씨 아들이다. 중학생이 180cm나 되어 훤칠했다. 1세트는 이민우가 6대0으로 이기면서 일방적으로 흘렀다. 곧 마무리되는 분위기의 경기는 2세트 조성원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팽팽해졌다. 심지어 4대3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경기에 빠진 나머지 이민우가 스코어보드를 4대3으로 자신이 이기는 줄 알고 표시하다가 벤치에서 물마시면서 슬쩍 본 조성원이 "내가 4잖아"하면서 수정을 요구했다. 이민우는 "아 맞다"하면서 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세상은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다 판단을 한다. 슬쩍 넘어가는 법이 없다. 14~5세가 되면 알것은 다 알고 무엇이 불공정하고 무엇이 공정한 지, 그리고 자신에게 손해는 없는 지, 남이 나를 불리하게 하는 것은 없는 지 등등을 다 알고 판단한다.

이민우는 서브가 좋다. 상대 몸쪽에 넣는 서브는 파이어볼처럼 휘어져 들어와 상대가 리턴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들어온다. 조성원은 포핸드 스트로크가 좋다. 마치 프로선수들처럼 라켓이 돌아 나간다. 그 볼은 네트를 살짝 넘어 상대 코트 베이스라인에 깊숙이 가서 떨어진다. 3세트 매치 타이브레이크까지 갈 경기 분위기는 이민우의 서비스가 터지면서 6-0 6-4로 끝났다.

경기 끝나고 등나무 아래서 조성진 대회장과 유망주 아버지와 한참동안이나 주니어 테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경기가 일방적으로 흐르자 어찌할 줄 모른 채 코트에 서서 관중석에 있는 부모를 쳐다보는 선수

 

   
▲ 생각보다 첫 대회 출전이라 잘 안풀려보인다. 어떠한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 보인다

 

   
▲ 선수 경기 중에 뒤로 들어가 나오는 한 학부형. 아들이 "아빠 빨리 나와요"한다. 아이들은 룰을 잘 안다

 

   
▲ 아빠에게 한마디 건네는 아들.

 

   
▲ 이우중학교 조성원 포핸드

 

   
▲ 건대부중 이민우 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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