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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 페더러 "부담되는 칭찬은 하지 않겠다"
글 이은정 기자 사진 이상윤 기자(호주일요신문)  |  ejlee5079@tennispeople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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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7  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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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스위스)가 26일 정현과의 호주오픈 4강전 뒤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승진출에 앞서 좀더 길고 터프한 매치가 되었더라면 좋았을거라 생각했나?
=그렇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짧게 끝나는 기회가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몸은 이미 지쳐있기 마련이고 터프한 경기들도 이미 충분히 많이 치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솔직히 결승진출이 목표였기 때문에 기쁘게 생각할 뿐이다. 물론 내가 계획했던 상황처럼 흘러가진 않았지만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나의 경기내용도 좋았고, 정현선수 움직임이 둔했던 덕도 봤다. 그가 잘 회복되길 바란다.

-결승에서 만날 칠리치의 경기력과 정신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칠리치는 US오픈에서의 우승경험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스탄 바브링카도 마찬가지로). 이런 큰 기회들이 찾아오면 잡으려고 할 것이고 목표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나달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한 세트를 지고 있거나 브레이크를 당했어도 그런 자신감과 믿음으로 극복하고 결국 승리를 가져갔다.

작년 말 월드투어파이날 라운드 로빈에서 그와 상대했을 때가 생각난다. 이미 2패를 한 그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나와 만났는데, 최소한 나를 상대로는 우승을 가져가겠다는 태도로 매섭게 몰아붙였다. 덕분에 아주 터프한 3세트 게임을 했는데 그는 태도만큼은 우승자와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승패에 상관없이 그가 보여주는 그런 일관된 모습을 높이 산다. 그는 항상 승자의 모습으로 코트로 들어선다. 꼭 이기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끔 4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에만 만족하는 듯한 선수들도 보이는데, 칠리치는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한다. 나는 그런 그의 태도가 맘에 든다.

-칠리치와의 경기에서 좀 더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다. 좋은 경기를 펼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무언가를 보완한다는 것은 큰 의미 없다. 지금까지 했던 대로 좋은 경기를 하면 된다. 바라건대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다양한 믹스업을 구사하면서 서브도 잘 들어가고 상대방의 서브도 잘 읽었으면 좋겠다.

이번 대회 초반부터 좋은 경기를 펼쳐왔고 무실세트로 결승진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사실 베르디흐와의 경기 첫 세트에서는 운도 따랐다. 몇 세트를 내주고 결승에 진출했다 하더라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올해 호주오픈 결승 진출 소감은?
=지금은 네 아이의 아빠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2008년은 내가 단핵구증 (Mononucleosis) 에 걸려 준결승에서 탈락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테니스를 대하는 자세가 보다 현명해지고 조금은 느긋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후 6-9개월 정도 침체기를 겪고 다시 회복하면서 나의 선수생활에도 큰 전환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다양한 상황들을 겪어오면서 아직까지 건강하게 현역선수로 뛰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스스로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조금 덜 바빴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월부터 11월까지 20개가 넘는 대회에 출전하면서 계속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때로는 조정도 필요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 아직도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정현선수와 어떤 전략으로 맞섰나?
=발상태가 안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전에 조코비치와 그리고 샌드그랜과 경기를 앞두고도 같은 문제가 있었지만 잘 대처해낸 것을 봤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고 상대선수에만 집중하려했다. 대게는 별일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경기하지만, 만일 상대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는 아쉽겠지만 내게는 유리한 상황이 되곤한다.

첫 세트에서는 정현의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하면서 경기를 했고 내 게임에 온전히 집중했다. 정현이 긴 랠리에 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초반에는 길게 끌지 않고 포인트를 따려고 노력했다. 좋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그리고는 다양한 시도들을 섞어봤다. 경기에서 본 것처럼 짧은 슬라이스를 해서 상대선수를 들어오게 만들거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브 앤 발리를 시도했다. 그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되면서는 너무 무리할 필요없이 베이스라인에서 상대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마린 칠리치와 몰디브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연습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몇 달 전, 11월 말쯤이었다. 내가 먼저 몰디드에 갔고 얼마 안돼 그도 섬에 들어왔다. 마린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웃음). 서로 방해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이틀이 지나자 ‘나도 이곳에 있어요, 혹시 생각있으면 연락주세요’ 라고 문자가 왔고, ‘물론이지, 같이 공치고 싶으면 연락하게’ 라고 답했다.

우리 둘 다 몸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니까 공을 치고는 싶어했다. 그의 약혼녀도 만나봤고, 우리 가족과 함께 술도 한 잔 하고 케이크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며가며 몇 번 마주쳤고 45분 정도 두 번에 걸쳐 연습을 했다. 코치도 그 누구도 없이 오롯이 둘이서 코트에서 공을 주고받는 경험은 여유로웠고 즐거웠다. 경기장 밖에서 남자로서의 그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우승 타이틀을 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는데, 20번째 우승 타이틀은 어떤 의미일까?
= 20배 더 특별한 것일거다. 이곳에서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결승까지 가는 여정은 쉽지 않다. 사전 준비기간을 포함해 대회에 참가하면서 집중하기 위해 수많은 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몇 주, 아니 몇 달 전부터 호주오픈에서 4강이나 준결승에 좋은 몸상태로 오를 모습을 생각하며 준비를 했다. 준비를 철저히 할수록 그 상황에 처했을 때 좋은 기운이 생긴다. 팀과 함께 했던 연습이 보상을 받고, 오픈시즌동안의 훈련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대회 시작은 어렵기 마련인데 초기 라운드에서부터 공감각이 좋고 준결승이나 결승까지 진출하게되면,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정현선수의 경기력이 예상보다 저조했다. 그랜드슬램같은 메이저대회에 처음으로 준결승 진출한 그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훌륭한 선수가 될 것임이 분명하지만 부담이 될만한 과한 칭찬은 하지 않겠다. 내가 세계 1위가 되고 모든 우승을 독차지할 것이라고 소위 전문가들이 말했을 때, 물론 말이 안되지만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좋아할 만한 것도 안되었다. 이후에 성취하는 것들이 너무 당연하거나 실망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계1위가 되고, 그랜드슬램과 마스터스1000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보통을 넘어서는 굉장한 일이어야한다.

정현은 성공적인 테니스 선수로서의 앞날이 예견된다. 언제쯤, 얼마만큼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오늘 경기해보니 어떻게 조코비치, 즈베레프 등의 선수들을 이기고 올라왔는지 알 것 같다. 정신적으로 아주 안정적이기도 하다. 오늘같은 큰 경기상황에서 기권 선택을 한 것을 보니 발 부상으로 인한 고통이 무척 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아 상대선수인 나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는 점을 높게 산다. 솔직히 놀랐다.

물론 오늘은 많이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의 포핸드, 백핸드, 그리고 조코비치를 상대로 했던 수비력 모두 매우 인상깊었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어떤 경기에서든 자신의 몸상태와 스케쥴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그의 강인한 테니스가 인상깊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재단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베이 에어리어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한 번도 그곳에서 경기해본 적이 없다. 스테판 코치와 몇 년 전 구글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재미있었다. 작년에 시애틀에서 자선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루고 나서 미국 서부에서 다시 한 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올해도 빌게이츠와 잭삭, 사바나 등과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올해 호프만 대회에서 잠깐 평가할 기회가 있었는데 성공적일 거라 내다본다.

자선단체 활동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올4월에도 잠비아에 갈 계획이다. 빌 게이츠의 도움으로 자선모금의 밤 행사를 열어 더 많은 기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하며 기대하고 있다. 좌석이 빨리 매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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