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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과 항공 마일리지
이병효(코멘터리 발행인)  |  bbh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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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2  06: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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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항공기 에어버스 A880

해외여행을 하면 절대다수의 경우 비행기를 타게 된다. 항공여행은 비싸고, 관광 목적의 단기 여행이라면 흔히 항공료가 여행경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항공사 직원은 공짜여행을 하고, 가족 가운데 항공사에 다니는 사람이 있어도 해마다 몇 장씩 나오는 프리 티켓으로 큰 부담 없이 세계를 누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행운이 없는 사람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온라인 항공권 사이트를 여기저기 뒤지고는 한다. 누군가 “상류층이란 백화점 세일을 기다리지 않고 풀 프라이스를 다 주고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이라고 재치 있게 말했지만 다른 쓸 곳이 많은 보통 사람들은 항공권을 최저가로 사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며느리도 모르는 것이 승객이 각기 지불한 항공료라고 하지 않는가. 한 비행기를 타고 있는 승객들이 같은 구간, 같은 등급으로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어도 각각 다른 요금을 내고 표를 샀을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 톰 스터커가 유나이티드 보잉 747-400 앞에서 천만마일 획득 영광을 안았다 스터커는 1982년부터 6천회 이상 유나이티드 항공을 이용해 마일리지를 축적했다

항공편이 동일해도 비행기를 타는 날짜와 표를 구입한 시점, 승객의 많고 적음과 판매처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고 최근에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과 함께 심지어 특정 구간에 대해 검색을 여러 번하면 사전 프로그램에 따라 슬그머니 값을 올리기도 한다는 말이 있을 지경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항공권을 사는 데 골치를 썩이지만 누구라도 비행기를 거의 공짜로 타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항공 마일리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탔던 비행편의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면 마일리지 실적에 따라 보너스항공권이 제공되는 것이다. 사실 이건 공짜가 아니라 항공권을 구입할 때 차후 사용할 마일리지의 현금가격 만큼을 미리 지불한 것에 불과하다. 또 세금과 공항이용료, 기타 잡부금 등은 별도로 치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일리지 항공권만큼 실속이 있고 기분이 좋은 구매는 드물 것이다. 남들은 비싼 돈을 내는 데 내 표는 사실상 무료이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 다수가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갖고 있는 듯하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약 2,000만 명 가운데 대한항공이 1조9,127억 원, 아시아나가 5,476억 원 등 총 2조5,000억 원어치의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평균 약 12만5,000원에 상당하는 마일리지를 적립한 셈이다. 양대 항공사는 2008년 이후에 적립되는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도록 10년 전에 약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내년 한 해가 지나고 2019년 1월1일이 되면 2008년 1년 동안 적립한 마일리지 가운데 미사용분은 자동 소멸하게 된다. 항공 마일리지는 대부분 보너스항공권 구입 또는 업그레이드에 쓰인다. 하지만 보너스항공권에 할당된 좌석 수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명절이나 휴가철 등 성수기에는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정상가 구입 항공권만 가능하도록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항공 마일리지가 이처럼 많이 쌓인 것은 해외여행이 그만큼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2016년) 한 해 동안 해외여행자는 처음 2,000만 명 선을 돌파해 2,238만 명에 이르렀다. 한국 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연중 해외에 나간 셈이다.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된 1989년에는 121만 명이 출국했는데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불경기 등의 고비를 겪었음에도 이렇게 고속 성장을 한 것이다. 젊은 세대는 잘 이해를 못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늘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해온 것은 아니다. 6·25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한국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고 국가 재정 3분의 1을 미국의 원조자금으로 충당할 정도였다. 따라서 달러를 아끼지 위해서 정부 정책으로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1980년대 이전 해외여행은 사실상 금지됐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검약하기로 유명했는데 스스로 아끼는 것은 물론 100달러를 넘는 예산상 외화 지출은 모두 자신이 직접 결재를 했다고 한다. 1950년대 외무장관을 지낸 변영태 장관은 이 대통령의 이런 성향을 파악하고 아령을 갖고 다니며 호텔 방에서 운동을 하고 해외출장 비용을 최대한 절약해서 얼마만치의 달러라도 반드시 국고에 반납했다고 한다. 이 덕분인지 그는 뒤에 국무총리 지명을 받아 직을 수행했다. 이런 경제 사정이 지속되다 보니 경제개발이 궤도에 올라선 1985년에도 여행자 수는 48만 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공무출장과 수출업체의 해외영업, 유학생 등을 빼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건설현장에 취업차 출국하는 인원이 상당 부분이었다.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에는 72만 명에 이르러 3년 전보다 50%가 늘어났다. 그리고 이듬해 1월1일을 기해 해외여행을 전면 자유화한다는 발표가 연말에 나왔다.

1989년 이전에도 관광여권은 있었다. 1983년 처음 발급된 것인데 단지 50세 이상에 한해 단수여권이 주어졌다. 그런데 89년 새해부터 30세 이상은 누구나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30세 이하 남자는 병역문제 때문에, 여자는 남자와의 형평 차원에서 여전히 허가를 받아야 했다. 또 방문여권을 받으려면 초청장과 공관장 확인을 받아야 했던 것도 없앴다. 노태우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데는 서울올림픽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가졌고 때마침 수출 호조로 외환사정이 좋았던 배경이 작용했다. 그 당시 나는 외교부의 전신인 외무부 출입 기자였는데 여행자유화 조치의 실무 책임자였던 홍순영 제2차관보(외교부 장관, 통일부총리 역임, 이후 작고)에게 “차후 외환사정이 악화되면 다시 해외여행에 제한을 가하는 것 아니냐”고 캐물었는데 그가 “인류의 역사는 개인 자유의 확대과정”이라면서 “앞으로 경제사정이 어떻게 되든 여행제한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 항공권

그렇다면 항공 마일리지를 어떻게 모으고 쓰는 것이 가장 좋을까.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의 방법과 규정은 각 항공사 홈페이지에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 또 ‘마일리지’라는 키워드로 구글링을 하면 갖가지 마일리지 전략과 요령, 귀띔과 ‘꿀팁’을 알려주는 글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식적인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해외 포스팅은 마일리지 쌓기에 유리한 조건의 특정 신용카드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는 듯이 보인다. 어떤 미국 카드는 일정 액수 이상을 쓴다는 조건을 붙여 가입 보너스로 대한항공 마일리지 5만 마일을 주기도 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신용카드 가운데 상당수가 항공사와 제휴해 사용액과 비례해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초기에는 1,000원당 1마일이 보통이었는데 지금은 마일당 사용액이 많이 올라가서 1,500원당 1마일도 특히 조건이 좋은 제휴카드로 꼽히는 실정이다. 이런 카드들은 게다가 연회비가 만만치 않게 높다. 따라서 카드 사용으로 마일리지를 쌓겠다는 생각은 꼭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을 위해 꼭 알아둘 사항으로 다음을 꼽고는 한다. 첫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대한항공이 공동 창립한 ‘스카이팀’과 아시아나가 가입한 ‘스타얼라이언스’, 일본항공과 캐세이퍼시픽, 카타르항공 등이 포진한 ‘원월드’ 등 항공사 연합체에 대해 기본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연합체 내의 항공사 비행기를 탈 경우 자신의 단골 항공사 마일리지로 적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권을 최저가로 구입하려고 이런 저런 항공사를 이용하다 보면 마일리지가 턱없이 분산되면서 혜택을 거의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최대한 국적항공사 마일리지로 적립하고, 원월드 항공사 탑승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한군데를 골라 몰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는 마일리지와 보너스항공권 관련 규정과 조건을 숙지하라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미국 항공사들은 과거 가격과 무관하게 비행거리만 따지던 것을 항공권 실제 구입가를 마일리지 부여 기준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승객 프리미엄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이른바 ‘마일리지 올리기 여행(Mileage Run)’ 행태가 급속히 퇴색하고 있다. 미사용 마일리지를 부채로 떠안고 있는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이런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각종 제한을 도입하고 마일리지 제공을 축소해가고 있다.

세 번째, 항시 마일리지의 현금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일리지 사용의 적정시점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경우 마일리지를 일정 수준까지 적립해서 장거리 보너스 항공권을 받는 것이 유리하고, 다른 경우에는 중단거리 표라도 빨리 받아 사용하는 것이 낫다. 이때 알아둘 것이 마일리지의 현금환산 가치다. 항공사의 회계 장부상 잡힌 현금 가치는 공개가 돼있지 않지만 통상 10,000마일이 대충 10만 원에 해당한다고 계산하면 무난하다. 태평양을 횡단하는 미주노선과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유럽노선이 공히 70,000마일이 소요되니 70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이들 노선의 표를 사는 턱이다. 평수기 미주 및 유럽 표는 최하 80만 원대에서 최고 110만 원대 사이라고 본다면 마일리지 표가 훨씬 더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계산으로 항공사의 관광패키지나 호텔 숙박을 마일리지로 치르라는 권유는 비싼 값을 치르는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다. 비즈니스석 가격은 이코노미 일반석의 통상 3배, 퍼스트클래스는 비즈니스의 2배 요금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가 가장 유리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네 번째, 마일리지를 모을 때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 대한항공은 신용카드 실적을 합산해 50만 마일 이상 적립했지만 그동안 보너스 이용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마일리지는 얼마 안 된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일주 보너스항공권을 받기 위해 최근에는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미주·유럽 왕복을 두 번 할 수 있는 14만 마일이면 이코노미 세계일주 항공권을 받을 수 있고 22만 마일이면 비즈니스를 탈수 있다. 한때 일등석을 타본 경험은 있지만 개인적인 여행에 비즈니스를 타기는 부담스럽다. 미국 국내선에서 비즈니스석이 거의 만석인 것은 대부분 보너스항공권 덕분이다. 일생에 한 번쯤은 비즈니스석을 보너스로 제공받아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때는 물론 가족합산과 카드 이용, 이벤트 참가 등 많은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젠가는 이뤄질 일이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마음먹고 있다. 단 최근에는 꼭 최저가만 고집하지 않고 좀 더 지불하더라도 가급적 마일리지 받는 항공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늘었다. 

 

   
▲ 한국이 '여권 지수(passport index)' 평가에서 조사 대상이 된 국가 중 3위에 올랐다. 여권 지수는 여권 소지자가 전 세계를 얼마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지표다. 올해 초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6위였으나, 이번 조사에서 3계단 올랐다. CNN 등 해외 언론은 글로벌 금융자문사 '아톤 캐피털'이 유엔 회원국 193개국과 대만·마카오·홍콩·코소보·팔레스타인·바티칸 등 6개 지역 등 총 199개국의 여권 지수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여권 지수는 해당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하거나 도착 후 즉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나라를 더해 점수를 낸다. 1위는 싱가포르다. 이번 조사에서 159점을 받았다. 지난 조사에서는 독일과 공동 1위였다. 파라과이가 싱가포르에 대한 비자 요구 사항을 없애면서 점수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에 이어 독일이 2위를 차지했다. 158점을 받았다. 한국은 157점을 받아 스웨덴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4위 그룹은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노르웨이, 일본, 영국 등 8개국으로 156점을 받은 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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