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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과 함께한 꿈같은 일주일밀라노 현장취재 후기
글 사진 신동준 기자  |  technic0701@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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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8  01: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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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마지막날 정현과 함께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사진을 찍었다
 
9개월 전 이탈리아 항공권을 구매할 당시,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정현이 넥스트젠에 출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정현을 믿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도박 같은 일이지만, 그 조그마한 믿음이 날 밀라노로 인도한 것 같다.
 
대회 전날 미디어데이 때부터 정현의 자신감 넘치는 동작들을 목격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중간에 앉아 팔짱을 낀 자세로 답변을 했다. 뭔가 모르게 여유와 남다른 포스가 느껴졌다. 이날 정현은 “넥스트젠에 아시아 대표로 나와 영광” 이라며 뿌듯한 얼굴로 웃으면서 얘기했다. 이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다음날 개막전에서 정현이 등장하는 순간, 기자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모니터에 나온 태극기와 정현의 이름, 그리고 등장음악인 시그마(Sigma)의 “하이어~ 하이어~” 라는 부분에 나도 모르게 흥분에 벅차올랐다. 관중석은 전부 다 18살 샤포발로프에게 열띤 응원과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날 정현은 ‘내가 형이야’ 라는 우월함을 앞세워 나이 어린 상대의 기를 꺾었다. 정현이 핫한 선수를 이길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이때부터 기자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 정현 선수 아버지 정석진 감독(맨 왼쪽)과 어머니 김영미씨, 석현준 코치와 기자
 
매일 경기장에 선수보다 미리 도착해 기사작성을 마치고 정현의 워밍업을 지켜봤다. 내가 알던 정현의 볼이 아니었다. 점점 구질이 묵직해지고 단단해졌다. 또한 누구를 만나든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루블레프와의 첫 대결에서 그것을 증명했다. 현재 정현은 넥스트젠이 아닌 ATP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선수임을 말이다. 
 
준결승전에서는 ‘엽기 포핸드’ 메드베데프를 만났다. 이 선수와는 대회 전 치열한 랭킹경쟁을 펼쳐, 기자에게는 인상이 깊었다. 승부는 초반 정현이 압도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포핸드 빠른 터닝 공격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상대 멘탈을 서서히 압박했다. 빠른 승부가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준결승전에서는 이벤트 경기가 아닌 투어 대회처럼 선수들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코리치는 라켓을 부러뜨리고, 메드베데프는 화를 내는 등 승부는 점점 화끈해졌다. 4세트가 끝난 뒤 메드베데프는 토일렛 브레이크를 썼다. 정현은 벤치에 앉아있는 동안 티셔츠를 갈아입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앞만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5세트에서 선제공격은 정현의 몫이었다. 그는 견고한 플레이로 경기력을 마음껏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할 수 있는 플레이들을 속 시원하게 발휘해 러시아 유망주들을 격파하며, 4연승을 이어갔다. 경기가 새벽에 끝나 지하철 막차를 놓친 기자는 정현의 전용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차 안은 고요했다. 순간 정현이 불쑥 꺼낸 말은 “이벤트 경기가 아니야, 선수들이 점점 이를 갈고 들어오네” 였다. 처음엔 스태프들은 선수의 피곤함 속에 눈치를 봤지만, 정현이 이야기하는 순간 전부 마음의 잠금장치를 해제한 채 대화를 나눴다.
 
   
▲ 결승전날 기자는 코치박스에서 2세트까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화면캡춰=TENNIS TV]
 
마지막 결전의 날인 11일, 기자는 사진만 찍기는 아쉬워 코치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5천 관중석은 꽉 찼고, 경기장 밖에 있는 관중들은 대형 모니터로 시청했다. 이날 루블레프는 이번 대회에서 시험 삼아 들고 나왔던 윌슨 울트라 대신, 예전에 쓰던 라켓(프로스태프)으로 바꿔들고 나왔다. 칼을 갈고 나온 분위기였다. 첫 세트부터 정현은 한 끗 차이로 볼이 빗나가며 집중력에서 밀렸다. 하지만 둘은 결승전다운 경기력을 마구 터뜨려줬다. 2세트부터 정현은 철벽수비와 카운터펀치로 상대 옆구리를 찔렀다. 그의 역동적인 플레이가 마치 문제의 답을 맞추는 것만 같았다. ‘신들렸다’ 는 말을 여기서 써야 되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 매치포인트에서 우승이 결정되자, 기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두 손 모두 들어 올리며 만세를 했다.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축하하네” 라고 어깨를 토닥여줬다. 시상식 때 정현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기자의 카메라 앵글 안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컥했다.
 
기자가 7일 동안 경기장, 식사자리, 이동하는 차량, 기자회견장 등 가까이서 본 정현은 더 이상 넥스트젠이 아니었다. 이 우승으로 넥스트젠을 졸업한 정현은 앞으로 ATP에서 주목할 선수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의 250대회 우승도 이젠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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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정현선수도 대단하고
모험일 수도 있는 먼나라에서 취재 열기 불태우신 기자님도 대단하십니다.
우리모두가 한마음으로 정현선수를 응원했기에 승리할 때나
부상등으로 주춤할 때도 믿고 기다려주어
세계 정상에 오를때 까지 늘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2017-11-18 17: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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