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 단식 1회전 경기에서 한국 응원단의 응원에 즐거워하는 체어 엄파이어. 이날 "대~한민국"연호에 주의를 주기보다는 같이 즐기는 표정이었다. 심판은 박수는 물론 웃지도 말라고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정현 1회전 경기 체어엄파이어는 경기를 마치고 두 선수와 악수를 한 뒤 웃었다

정현의 그랜드슬램 1승은 어떤 값어치가 있나. 일단 방송생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 본 테니스팬들에게 카운트할 수 없는 금액의 기쁨을 선사했다. 350만원씩 들여 유럽투어하다 파리에서 한국선수 응원하려고 온 동호인들 40여명에게도 큰 기쁨을 안겼다. 그 가치도 환산하기 어렵다. 엘리트 경기 보는 것보다 공치기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거금 들여 유럽 투어하고 한국 선수 이겨라하고 응원하는 것은 근래 보기 드문현상이다. 현지 응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비매너,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고 색다른 응원 문화를 접했다는 의견도 있다. 상대 선수 플레이 도중 지장을 줘서는 안되는 지적은 백번 맞다. 롤랑가로스 한국 응원단에 대한 의견을 보내와 소개합니다. 편집자

 #1

안녕하세요.
올해 롤랑가로스 1회전 정현 선수 기사를 보다가 성함과 이메일 주소를 알게 되어 아마 현지에서 응원단분들과 같이 계신 것으로 보여 연락을 드립니다. 

국내에서 중계를 지켜본 정현 선수 팬으로서, 응원해주시는 교민과 여행객분들 덕분에 정현 선수가 힘을 내고 좋은 결과를 얻어 너무 기쁩니다. 

그런데 응원단 중에 테니스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걸로 보이는 2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른바 제가 직관 안해보고 그런거 아니냐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올해 호주오픈 결승 포함해서 해외대회 직관을 해본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합니다.

1.상대방(샘 쿼리) 선수 에러나 더블폴트에 대한 한국 응원단의 계속적인 환호의 문제점

샘 쿼리 선수가 더블폴트를 하거나 3구, 5구째 어이없는 unforced error로 정현선수가 포인트를 얻었자마자 한국 응원단이 매우 크게 환호하는 모습이 1세트 초반부터 경기 내내 자주 들렸습니다. 한국 응원단이 하도 그러자 1세트 말미부터는 나머지 관객분들 중에 정현선수가 포인트를 잃을 때 노골적으로 환호를 했습니다. 요샛말로 미러링이라고 하죠. 그분들이 샘 쿼리 선수 골수팬이었다기 보다는 한국 응원단의 무분별한 환호에 거부감을 느껴서 그런 걸로 보입니다.

이는 테니스 매너에도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위너에는 크게 환호를 하지만 3구, 5구 째 상대방의 에러로 포인트를 얻을 때에는 매우 중요한 경기이거나 혹은 경기 중 긴박한 순간이 아닌 한 크게 환호를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그랜드슬램 단식 경기에서 대한민국 구호의 문제점

롤랑가로스는 그랜드슬램 단/복식 경기이지 아시안게임이나 데이비스컵과 같은 국가대항전이 아닙니다. 같은 국적을 가지고 있어서 선수를 응원하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테니스만큼 관전문화가 매우 엄격한 스포츠 또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한 테니스 개인단식 경기에서 오늘 경기만해도 십수번이나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는 건 매우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기를 흔들고 몸에 그리고 하는 행위는 주변 관객들에게 크게 피해를 주지 않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atp 단식 경기에서 자주 하는 행동이지만, 제가 본 어떠한 atp 경기에서도 국가 구호를 외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분들이 ‘대한민국’ 구호를 선창하면서 응원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에 부화뇌동하는 걸 매세트마다 몇 번씩 보았습니다. 대회 측에서 운영하는 경기 중계 카메라도 그 응원단을 수십 번도 넘게 잡았구요. 이질적인 응원문화라고는 하지만 분명 주위 관객들이 봤을 때 눈에 심각하게 띠는 수준이어서 카메라도 주목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냥 포인트 끝날 때 박수나 ‘정현 파이팅’이라 외치는 것 정도는 이해하지만 너무 자주 대한민국을 외치니까 지구 반대편에서 보는 제가 다 다른 관객분들한테 부끄럽습니다.

관객들 대부분은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모른다고 해서 괜찮다고 합리화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여행하다보면 대~한민국 구호를 아는 서양 사람들도 만나봤습니다. 이번 경기는 1회전에 불과하고 사실 정현 선수나 샘 쿼리 선수 모두 크게 인지도가 있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논란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입니다. 너무나 기쁘게도 정현 선수가 2회전 3회전에 올라가도 저는 한편으로 걱정이 됩니다. 주목받는 경기에 어제와 같은 응원을 한다면 레딧이나 멘즈테니스포럼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정현 선수는 정현 선수이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지 정현 선수를 응원하는데 왜 대한민국을 외치는 건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거든요. 모든 서양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일부한테서라도 “저리 국가구호를 시도 때도 없이 외치다니 참 ‘아시안’스럽다 ‘칭챙총’스럽다”라는 말을 듣고 싶으신가요?

덧붙여 ‘응원의 힘’이라는 기사도 잘 봤고 이메일을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반박기사를 낸 것까지 잘 봤습니다.
글 어디에도 응원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어보였습니다. 어글리 코리안은 저멀리 있는 현상이 아닙니다. 

어제 1회전 응원으로 인하여 국내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테니스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당장 기사에 딸린 네이버 댓글만 보셔도 알 겁니다. 한국 응원단이 틀딱 아니냐느니 박사모 아니냐느니 하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원하시면 링크를 걸어드릴 수 있습니다. 

엄격한 테니스 관전문화에 조금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다른 응원단분들께 전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보냅니다. 

현지에서 피곤하시고 바쁘실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안녕하세.

 테니스피플 기사 페북 통해서 제가 자주 보는데,

 "한국 응원 아무 문제 없었다"

http://www.tennispeople.kr/news/articleView.html?idxno=7142

 이건 그래도 좀 너무하네요. 제가 윔블던 2회, 프랑스 오픈 3회, ATP 파이널 3회 등 다른 ATP대회들도 해외에서 보러다녔는데 어제 같은 한국 민폐 응원단 에러나 더블 폴트에 환호하는 게 아무 문제가 없다뇨.

저는 정현 경기도 4번 봤습니다. 현지에서.

기사 내용에도 기자님도 메이저 대회 가서 저런 응원 괜찮다고 하는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대한테니스협회 기분 맞쳐준다고 그런건가요?

양질의 기사나 칼럼 잘 봤는데... 이번에 좀 실망했습니다.

계속 수고하십시오. 

#3

안녕하세요 멀리서 테니스 경기 취재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다름이 아니라 기사에 관한 내용은 아니고 현지 한국 응원단의 응원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테니스는 전통적인 고급스포츠고 그에 따라 관람문화도 상당히 엄격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샘 퀘리 정현 경기에서 보여준 한국 원정 응원단의 관람태도는 수준미달이었습니다.

자국의 선수를 응원하는 거야 당연한 것이고 상관없으나 상대방이 언포스드 에러나 더블폴트할때 그렇게 시끄럽게 좋아하는 응원은 솔직히 테니스 경기를 보면서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과연 현지팬들이 우리나라 팬들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이건 향후 탑랭커로 올라설 정현 선수 얼굴에도 먹칠하는 것이라 봅니다.

테니스 동호회분들이나 테니스협회 간부님들 등  테니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간 것으로 알고있는데

노매너들을 보면서 경기내내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말을 기자분께 해서 상당히 미안하지만

홍보팀 기자이시고 현지에 계시니 부득이하게 이렇게라도 말씀전합니다.

다음 경기에서는 한국 응원단의 그런 수준 미달의 응원을 보고싶지 않은 바램이 있네요.

꼭 현지의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응원태도는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더운 날 현지에서 고생 많으시고 좋은 기사부탁드립니다.

건강하게 취재하고 돌아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