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응원단은 파리에서 태극기를 종이에 인쇄하고 '정현화이팅'글자를 출력해 들고 들어와 선수를 격려했다. 조직적인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정현이 프랑스오픈 본선 첫승을 거뒀다.

파리 시각 낮 12시반을 넘기면서 정현이 롤랑가로스 3번 코트로 입장했다. 정현 앞에는 미국의 희망인 샘 퀘리가 큰 체구를 보이며 코트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순식간에 관중석에  흩어져 있던 우리나라 테니스인들과 교민들이 정현이 앉아 있는 벤치 뒤로 몰려들었다.

정현이 5분의 코트 워밍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코트에는 "대~한민국"이 터져 나왔다. 200여명의 한국인들이 몰려들어 응원한  올해 1월 호주오픈 1회전 경기장이 연상됐다.

순간 샘퀘리는 얼굴이 굳었다. 일단 응원전에서 미국의 희망이 한국의 희망에게 밀렸다.

샷 하나하나에 박수가 터졌고 정현이 득점하면 응원단은 모두 기립해 환호를 했다. 이들은 동호인대회 케이스위스배 우승자들이다.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로 들어온 우리나라 테니스 동호인들이다. 

첫세트 정현이 샘퀘리의 서브를 잘 받아냈다. 세컨드 서브보다 200km가 넘는 첫 서브 리턴이 좋았다.  샘은 당황했고 관중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1세트 정현이 6대 4로 이겼고 2세트 중반 샘이 세트를 딸 기회가 만들어지자 우리 응원단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때 샘은 체어엄파이어에게 관중 소음이 크다며 항의를 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냉정한 심판은 샘에게 냉정을 찾으라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경기를 속행했다.

3세트를 정현이 일방적으로 앞서나가 세트스코어 2대 1이 되자 샘은 리듬을 잃었다. 정현은 2세트 약간 흔들리는 듯하다가 3,4세트를 힘차게 밀고 나갔다.  사이드라인쪽으로 빼는 스트로크 랠리보다는 샘의 몸쪽으로 강타하는 샷으로 득점을 쌓았다. 가공할 서브는 이제 정현이 빠른 리턴을 하기에 좋은 공으로 변했고 포핸드 크로스를 못치는 샘은 몸쪽으로 오는 빠르고 강한 정현의 공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정현은 한번의 위기도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의 그랜드슬램에서 시원하게  이기는 경기를 눈 앞에서 본 응원단은 생전에 처음있은 일, 언제 또다시 이런 경험을 하겠냐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