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로저 페더러는 "끝까지 집중한다면 지지 않을 것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20일 호주오픈 남자단식 2라운드 6개월만에 새롭게 복귀한 로저 페더러(스위스•17위)와 대회 10번시드인 토마스 베르디흐(체크•10위) 경기에서 페더러가 6-2, 6-4, 6-4로 1시간 30분만에 물리치면서 16강에 진출했다.
페더러는 지난 윔블던 4강에서 캐나다의 밀로스 라오니치(3위)에게 패배와 부상을 당하며 6개월간 코트장을 떠난다. 이후 재활에 성공하고 난 뒤 첫 그랜드슬램인 호주오픈에서 큰 강자를 만났지만 그는 로저 페더러였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페더러는 인터뷰 룸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아래는 공식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6달간의 휴식 후 오늘 밤처럼 뛸 수 있다고 생각했나?
=나는 높은 랭킹 플레이어들과 붙을 때 조금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년간 이런 선수들과 많이 만나왔고 이런 선수들에 대해 잘 알기에 몇 번 못 만나본 예선전 선수들 보다는 오히려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솔직히 토마스 베르디흐(10위)를 상대로 이런 스코어가 나올 건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려고 하지 않았다. 항상 서브게임은 수월하게 굴러가서 조금 놀랐다. 이번 경기 매치포인트에서 그냥 포인트를 플레이 하듯이 긴장하지 않고 플레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좋은 시험이 된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매우 기쁘다. 베이스 라인에서는 솔직히 1, 2회전보단 훨씬 느낌이 좋았다. 매우 기분이 좋다.
-베르디흐 같은 엄청난 선수를 간단히 이긴 후 지금 얼마나 안심이 되나?
=힘든 경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멋지다. 베르디흐를 본지는 오래됐지만 강한 서브를 보이며 게임을 잘 내주지 않는 플레이를 할 거라 생각했다. 그는 이런 빠른 코트에서 매우 잘 쳐서 지난 수년간 내게 문제가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가 한 서브에이스만 해도 10개는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스타트를 빨리 끊을 수 있어서 괜찮았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바였다. 1, 2회전에는 별로 그렇게 하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그게 돼서 좋다. 경기 후의 뿌듯함은 매우 다르고 조금 안심이 된다. 하지만 대회전에도 말했듯이 어떤 결과나 나에게는 좋은 결과다. 프로 선수들과의 경기상황에서 나의 컨디션을 체크해볼 수 있다. 이번 주가 나에게는 그런 의미이다. 당연히 베르디흐와 좋은 경기를 펼치고 4회전에 올라가서 기쁘다.
-‘나는 아직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던가?
=그렇다. 5세트 게임을 아직도 할 수 있는 게 영광이다. 이번엔 3세트까지만 갔지만 아직도 5세트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연습 게임 때 종종 매우 좋은 경기를 할 때도 있다. 좋은 기분이고 집에 가선 잠도 잘 온다. 이렇게 빡빡한 경기를 잘 견뎌내서 기분이 좋고 서브와 베이스라인에서도 느낌이 좋다. 내 움직임도 좋았고 모든 게 잘 들어맞았던 것 같다. 매우 좋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베르디흐가 말하길 코트이기보단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석에 있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누가?
-베르디흐가 그랬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경기 후 이런 인터뷰가 쉽진 않다. 별 다른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여기서 나가고 싶었을 뿐일 거다. 장담한다. 하지만 가끔 그런 장난도 나쁘지 않다. 그냥 이런 경기는 빨리 잊고 싶다.
-당신의 랭킹은 17위이고 니시코리 케이는 5위이다. 당신이 니시코리에게 도전 상대가 될 것 같나?
=니시코리에게 승산 있어 보이냐는 말인가?
-그렇다.
=뭐..그가 더 승산 있어 보이는 선수고..아마도.. 잘 모르겠다.(웃음) 그런데 별로 상관없다. 어차피 그와 대결해야 된다. 누가 이길 것 같은지는 별로 상관없다. 하지만 최근에 그는 확실히 더 나아졌고 잘 친다. 그래도 새로운 시즌이라 어떻게 되는지는 봐야할 것 같다. 나는 니시코리의 큰 팬이다. 선수들 중 거의 최고의 백핸드를 가지고 있다. 그가 크로스 코트나 다운 더 라인으로 강력하게 날려 버릴 때가 매우 인상 깊다. 세컨드 서브리턴도 매우 뛰어나다. 다리도 빠르고 정신적으로도 강하다. 경기가 길어질수록 그를 이기기 어려워진다는 걸 안다. 그가 컨디션과 리듬을 찾으면 멈추기 힘들다.
ATP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예전에 아주 좋은 경기를 펼쳤던 기억이 난다. 몇 번 진 것도 기억나고..나에게 큰 시련일 것이다. 이번 경기는 베르디흐와의 경기와 많이 다를 것이라 생각됐다. 계속 서브, 서브, 서브만 하는 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랠리를 해야 될 것 같다. 빠른 코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초에 말했듯이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처럼 서브가 잘되면 보상도 크다. 니시코리와의 게임에서도 계속 이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에겐 굉장히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여자와 남자의 서브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 오랜만에 호프만 컵에서 혼합복식을 뛰셨는데 여자서브 리턴 시 남자와 비교했을 때 무엇을 느꼈나? 스피드 외에?
=뭐..당연히 속도가 가장 크다. 두 번째로는 그들이 어디로 넣을지 코스를 잘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 서브가 뛰어난 선수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서브는 까다롭다. 골프와 비슷하게 셋업이 중요하다. 이건 어렸을 때 배워야 되며 나중에 바꾸는 게 매우 어렵다. 내 생각엔 처음 배울 때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아마도 여자 테니스에선 많이 중요하진 않은가 보다. 오히려 리턴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남자들은 안 그렇다.
나는 리턴을 거의 연습 안한다. 호프만 컵 때도 벨린다 벤치치(스위스)가 리턴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랬다. 나의 세컨드서브를 완전 찍어 눌렀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서브에 얼마나 오래 투자할 수 있는지, 어깨도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 조건이 다르다. 그래서 서브를 숨기는 게 두 번째로 다른 것 같다. 키 때문에 우리가 노리는 각도도 안 나오는 것 같다.
-어제 노박 조코비치(2위)의 패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되리라 예상하셨나?
=예상치도 못했다. 나는 이스토민이 매우 좋다. 좋은 친구다. 그는 라커룸에 많은 선수 팬들이 있다. 왜냐하면 매우 친절하다. 훌륭한 선수다. 그래도 경기는 예상치 못했다. 이스토민에게는 기쁘겠지만 조코비치에겐 힘들 것 같다. 나는 끝까지 조코비치가 어떻게든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그랬을 거고..그래서 저희들이 이 스포츠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반전경기로 인해서 사람들이 티비로 보고, 스테디엄에도 오고 하는 거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가끔 확률이 매우 희박하더라도, 항상 이런 큰 반전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이 테니스 스포츠의 큰 팬이다. .
-오늘 정말 날아다녔다. 훌륭한 경기였고 매우 멋진 샷들을 선보였다. 드롭샷도 그렇고, 백핸드도 그렇다.
=감사하다. 계속 말해 달라(웃음)
-아주 멋진 포인트들이 많았다. =감사하다(웃음)
-오늘의 멋진 플레이들을 지난 오픈대회들이나 안드레와의 윔블던 시합과 같은 대단했던 경기들과 비교할 수 있나?
=그럴 때와 비슷했던 것 같다. 브레이크를 내주지 않고 브레이크 포인트를 살려야 하지 않아도 되며 항상 리드하는 게임 말이다.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항상 리드를 하는 쪽이 편하다. 앞에서 달리는 게 말이다. 내 생각엔 항상 상위선수들은 리드를 유지하는 걸 매우 잘하는 것 같다. 나도 오늘밤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예전 나의 커리어에서 몇 번이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 좋았던 것은 리드하는 나도, 다른 사람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상위 선수와의 대결에도 불구하고 나는 5시간 대결을 예상했으며 그런 경기에 대해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1시간 20분, 1시간 30분 정도로 끝낼 수 있어서 매우 기분이 좋다. 예전에도 이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만약 끝까지 집중한다면 지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다. 마지막에 살짝 떨렸는데 항상 어떤 문제가 끝에 있을 거라 생각했으며 오늘도 그러리라 믿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러지 않아서 오늘 이렇게 내가 있고 그래서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