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한방이 있는 폭탄이라고 한다.
오직 한 번만 사는 인간은 리허설 없는 배우와 같아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뇌관을 찾으라 한다. 구명용 프로가 부산 경성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테니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자신의 뇌관을 제대로 찾은 일 같다.
그러나 과정은 혹독했다. 미국과 일본을 다니며 공부하던 중에 걸핏하면 카드 한도액이 넘쳐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스트링과 라켓, 트레이닝, 테니스 코칭 등 분야별 공부를 마치고 귀국을 하면 그동안 레슨을 받던 동호인들은 다른 코치를 찾아 떠났고 머물던 코트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테니스 지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며 바보 취급을 당했다. 테니스에 투자하는 것은 바보짓이라며.

2005년 한국테니스지도자연합회(KPTA) 정용택 부회장의 권유로 미국 플로리다의 USPTA 컨퍼런스에 참석한 것은 실로 그의 인생에서 전환점이었다.
놀랍고 신기한 새로운 테니스 세상을 접한 뒤 이후 수차례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미국의 유명한 테니스 아카데미를 돌며 교육받기를 즐거워했다. 이때 스트링 국제 자격증을 따며 10여년간 남모르는 노력을 했다. 잦은 해외 유학은 많은 돈이 필요했고 늘 평정심을 잃지 않고 후원해 주던 부인마저도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저녁에 눈만 감으면 죽는 꿈으로 시달린 세월이 수년이었다.

그렇게 스트링과 테니스 코칭에 관한 공부를 마치고 나서 시작한 것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상가 2층에 있는 6평짜리 가게였다. 간판도 없이 문을 연 가게, '스트링맥스'는 20년 테니스 인생의 농축판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다. 처음 월 50만원도 안 되는 수입으로 몇 달을 이어가다 온라인으로 홍보를 해야 한다는 주위 사람의 권유를 받고 '구명용 스트링 연구소' 카페를 오픈했다. 그 안에는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들과 수년 동안 테니스 잡지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정리해서 올렸다.
스트링에 관한 궁금증으로 갈증에 시달리던 마니아들이 일시에 관심을 보이며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척박한 대한민국 테니스 환경에 단비 같은 '장비의 과학화'의 맛을 본 마니아들이 전국에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더니 지금은 아시아 최고의 연봉을 꿈꾸는 테니스 프로로 발돋움했다. 코치도 투자를 하여 공부를 하면 대기업 임원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좋은 예다.

  단과반 레슨 현장

구명용 프로는 개개인의 체중과 스타일에 맞게 라켓을 선정해 주고 그에 맞는 스트링을 골라 각자에게 최적의 스트링 텐션을 맞춰주는 아티스트 역할을 하면서 두 시간짜리 개인레슨을 하였다. 또한 단과반 형식으로 구리왕숙코트에서 6명씩 그룹레슨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6월 20일, 과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그룹 지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그 현장을 방문했다. 동해 강릉 이천 등 각지에서 레슨장을 찾은 사람들은 구력 10년, 5년, 4년등 학생시절에 테니스를 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다. 마침 필자가 방문하던 날은 집중적으로 서비스와 발리를 가르치는 과정이었다.
서비스를 잘 넣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걸음마 단계부터 마지막 무릎의 탄력을 이용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다섯 단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인 설명을 한 후 연습을 시켰다. 한 사람씩 서비스 습관을 교정해 주자 점점 변해가던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발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레슨을 하기 전 구 프로는 "테니스도 암기해야 한다. 발리를 빨리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이론을 외워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더 훨씬 체계적으로 빨리 습득을 할 수 있다"며 차분하게 이론을 먼저 설명했다. 임팩트 면, 스텝, 볼의 높낮이에 따른 임팩트 포인트와 볼의 방향에 따른 스텝, 서브앤 발리시의 움직임과 각 구역별 임팩트의 종류를 달리하는 구분들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며 암기해 줄 것을 요청하자 레슨자들의 눈빛은 더욱 더 빛이 났다.
동해에서 온 조태일 씨는 "맨 처음 다른 사람들이 구코치를 구프로! 구프로! 하는 소리를 듣고 의아했다. 하지만 두 번 레슨을 받고 왜 프로라는 호칭으로 불러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테니스 구력 10년 동안 끊임없이 레슨을 받았으나 가장 궁금했던 논리적인 부분들을 이제야 깨닫게 되어 세상이 환해졌다. 앞으로 1박2일의 레슨을 연계해서 받아보고 싶다는 요청을 드리고 싶다"며 레슨에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표현을 남겼다.

신라호텔 휘트니스 멤버들과 함께 레슨을 받기 시작하면서 구 프로를 알게 되었다는 강남의 한 사장님은 "늦게 테니스를 시작했으나 모던테니스를 하고 싶다는 나의 열망을 충족시켜 주기에 구 프로가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레슨을 받아 일찍 시작한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며 조금 실력이 뒤진 사람에게도 배려와 양보의 미덕을 보일 수 있는 테니스 문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곁들였다.그룹레슨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진심으로 구 프로의 손을 잡고 감사의 뜻을 표하며 흡족한 표정으로 헤어졌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기자의 머리 속에는 최근 스티브 잡스 평전을 읽은 한 광고인의 글이 떠올랐다. ‘스티브 잡스, 그는 천재가 아니다. 집요할 뿐이다. 잡스의 집요함이 21세기의 트렌드를 바꾸어 놓았다. 세상은 천재들로 가득한데 그들이 천재임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뇌관이 어디 있는지 찾아 폭발시켜야 한다. ‘Be Yourself’가 되어야 한다"는 글이다. 지금 인기 상한가로 치솟고 있는 구명용 프로야말로 집요하게 공부를 하여 자신의 뇌관을 제대로 찾은 것은 아닐까?

구명용 라켓 마스터는?

1972년 부산 출생
1996년 경성대 영문과 졸업
1997년 여행사 근무
1998년 테니스 코치 생활 시작
2000년 인천공항 홍보관 근무
2003년 김포공설운동장 테니스코트 코치
2005년 프로2급 자격증
2005년 USPTA 자격연수(1차)
2006년 USPTA 자격연수(2차) 1급 자격증 획득
2009년 에체베리트레이닝센터,6SENSE 테니스아카데미, USRSA 자격시험 통과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스트링거로 활동

겨울에도 매일 2~4명씩 레슨을 하고 레슨자들의 몸에 맞는 라켓과 스트링을 권한다. 제주, 부산 등 전국 각처에서 중3학생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테니스마니아들이 구프로의 레슨에 참여한다. 매월말 다음달 레슨자를 모집하는데 이틀도 안되어 마감되고 입금 완료된다.
어렵다는 한국테니스 현실에서 레슨과 샵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 오랜 준비와 열정으로 우리나라 테니스인들의 사랑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자격증

KPTA 프로 1급
USPTR 프로 1급
USPTA 프로 1급
에체베리 테니스전문 트레이닝 과정 이수
USRSA 마스터 라켓 테크니션 오피셜 스트링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