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에서 데드 러버(dead rubber)는 승패가 이미 결정된 뒤 열리는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종합전적에는 포함되지만 팀의 승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데드 러버라는 용어는 데이비스컵이나 페드컵에 주로 사용한다. 국제 크리켓이나 필드 하키, 피파월드컵, 럭비 월드컵 경기에서도 사용한다.

테니스에서 데드 러버의 경기는 5세트 대신 3세트 경기로 한다.

인도와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2회전, 월드그룹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전에서 우리나라는 첫날 단식 두경기와 둘째날 복식에서 패해 0대 3으로 승패가 갈렸다. 양국은 합의하에 남은 두 경기를 치렀다.

우리나라 출전 선수는 현대해상 정홍과 당진시청 임용규. 

기분이 내키지 않는 경기임에도 두 선수는 성실하게 경기에 임했다.

결과는 풀세트 접전끝에 정홍은 역전패하고 임용규는 이겼다. 선배들은 정윤성과 홍성찬 두 어린 선수는 쉬게 하고 '데드 러버'로 나가 마무리했고 1승을 안겼다. 중간전적 4패의 상황에서 임용규가 출전해 3세트 타이브레이크 7대2로 이겼다.

독일의 니콜라스 키퍼도 2008년 월드그룹 8강전에서 4패 뒤  최고참 나이에 '데드 러버'로 출전해 1승을 올려 독일 국민의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임용규의 경기 결과를 보면서 니콜라스 키퍼와 오버랩됐다.

국가대항전은 최고의 선수를 뽑아 대회 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하는 것이 국제 예절이다. 이번 노갑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홍성찬, 임용규, 정홍, 정윤성으로 구성해 몬순 기후 더위와 미끄러운 잔디와 높은 습도와  홈코트의 어드빈티지라는 어려운 조건에서 경기를 했다.

애초 복식에 세계 정상권 선수들이 나온다 하고 우리 선수들이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을 잔디에서 한다고 해 쉽게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을 이끌고 갔고 기권패하는 아픔을 겪으며 경기를 했다.  정말 하기 싫을 수도 있는 데드 러버 경기도 정홍, 임용규 선수는 성실히 했다.

한국 사람이라고는 선수단 외에 아무도 없는 인도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풀세트 접전과 타이브레이크에서 뒤집는 스코어로 경기를 했다. 무엇을 위하여 일까. 스스로와 국가를 위하여 일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테니스피플>에서는 그냥 인터넷 보고 기사를 쓸 수 있었지만 특파원를 파견했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담아내려고 했다.  5시간 밤 버스 타고 새벽에 내려 경기장을 찾아가 30도 넘는 무더위를 선수들과 함께 이겨내며 독자들에게 한 모습이라도 전하려고 했다. 감독의 하소연도 들었다. 늘 이기는 경기만 찾아다니지 않고 지는 경기 일수록 더 가서 펜과 카메라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일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은 한 테니스 원로가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에 가서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머리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한국테니스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최고의 선수를 강한 의지로 소집하고 태극 마크 달아 경기를 했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홍성찬이 4세트까지 가고, 임용규가 상대 선수 먼저 쓰러뜨리고 5세트까지 가서 첫날 1승1패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둘째날 복식은 이기기 어렵다 하더라도 마지막날 단식에서 임용규가 이겨주고 홍성찬이나 정홍, 정윤성이 출전해 이길 수도 있었다.  그래도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은 다했다는 것이 특파원의 보고 내용이다.